건국 이후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민주화를 위해 희생했다. 그 덕에 두 차례에 걸친 군사독재 시대는 끝이 나고 마침내 이 땅에 자유민주시대가 만개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들이 그동안 부르짖었던 민주화의 내용은 같지 않았다.

한쪽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민주화였던 반면 다른 한쪽은 진보적 민족주의를 앞세운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민주화였다. 자유민주주의를 외친 사람들은 개인의 자유는 극대화하는 한편 정부 역할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족주의적 사회주의 이론에 젖은 사람들은 혁명을 통해 기존 체제를 타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부분의 일반 국민들은 당시 민주화운동이 자유민주주의 또는 서구식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이른바 ‘386세대’라 불렸던 운동권 혁신세력이 민족주의적 사회주의를 목표로 설정해놓고 민주화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할 줄은 미처 몰랐다. 이들 혁신세력은 좌파정권이 들어서자 정부와 국회는 물론이고, 교육, 시민단체, 언론 등 각 분야에 들어가 사회주의 이론을 접목시키기 위해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9년 노심초사 끝에 탄핵정국을 주도해 정권 탈환에 성공한 좌파정권은 세금과 공무원 숫자를 늘려 큰 정부를 만들어 정부가 모든 것을 간섭하고 규제하는 일을 강화하고 있는 터다. 이들은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만큼은 노무현 정권을 상회하는 관대함을 보이고 있다.

연평도 포격사건과 천안함 폭침사건을 일으킨 이후 일시 변화된 모습은 평화론 위장을 위한 가면극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말이다.

한미 군사훈련을 이유로 WFP(세계식량계획)에 국내산 쌀 5만 톤의 수령을 거부하는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받은 제주산 감귤 200톤을 ‘괴뢰가 보내온 전리품’이라고 선전하는 막무가내식 행태에도 입을 닫았다.  

어디 그뿐인가, 평화 모드 속에서도 간첩을 남파하고, 북한 목선들이 예사로 동해 NLL을 넘어서는가 하면 수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문 대통령을 향해 온갖 입에 담지 못할 조롱과 도발을 노골적으로 자행하고 있어도 우리 정부는 어디에서도 안보였다. 일각에서 지금의 정부가 민족주의와 사회주의의 화학적 결합을 시도하는 것 같다라는 말이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주의는 이미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영국의 한 외교연구소가 경제력, 기술력, 문화력, 외교력, 군사력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 2018 지정학적 역량의 국가별 순위에 따르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대부분 상위권을 형성했다.

미국이 1위였고, 영국이 2위였다. 사회주의에서 실용주의로 돌아선 중국이 3위에 올랐고 프랑스가 4위, 독일이 5위, 일본이 6위였다. 한국도 11위에 랭크됐다. 한국은 특히 수출 6,000억 달러, 1인당 GNP 3만 달러를 달성한 세계 7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도약해 자유민주주의가 대세임을 입증했다.

사회주의는 모든 사람들이 집단주의 사상만을 가지고 있을 때에 가능한 목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은 집단주의적 속성과 이기적 속성을 함께 갖고 있는 존재다. 사회주의 체제는 이기적 속성을 제어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이 사상교양 하나로만 이를 극복하려 했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주의가 언뜻 보기에 매력적일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낙관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정치 지도자들은 그래서 이상주의적인 정책들을 쏟아내 먼 미래의 일보다 가까운 일에 더 관심이 많은 인간의 속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로 인한 국가사회주의의 히틀러를 선택한 독일 국민들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고, 차베스를 선택한 베네수엘라가 지금 망해가는 형편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는 북한의 현실을 목도하고 있으면서도 사회주의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수호한 자유민주주의 평화인데, 이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자유민주주의가 길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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