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의 역사와 개요

 

백내장은 안과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일반인들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는 질환 중에 하나다. 한 해에 가장 많이 시행되는 수술이 바로 백내장 수술이며 가족, 가까운 지인 중 백내장 수술을 받은 분들이 한두 분은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이 수술을 받을 경우 수술 설명 및 동의서를 받을 때 반드시 보호자와 함께 듣기 때문에 꼭 본인이 수술을 받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지식은 갖추고 있기 마련이다. 필자 역시 안과의사가 되고 나서 수없이 많은 분들에게 백내장이란 무엇인지, 수술은 어떻게 하는지, 수술 후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해 온 덕분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라도 줄줄 외워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 이러한 백내장에 대해서 현대인들은 많은 정보가 있었는데 과연 이전에 처음 백내장은 누가 발견하고 정의를 내렸을까? 실용적인 의학지식을 익히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의학사를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다. 오늘은 그런 측면에서 이야기 해보려 한다.

초기에는 수정체의 존재 위치, 성상, 기능등에 대한 오해가 많이 있었다. 따라서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병인 백내장에 대해서도 역시 막연하게 여길 뿐이었다. 이후 16세기 들어 Andreas Vesalius가 눈알 속에서 수정체의 존재를 확인하면서부터 눈의 해부학적 구조가 점차 바로잡혀 갔다. 그 후 이탈리아 학자 Fabricius ab Aquapentente는 정확한 안구구조와 함께 동공 뒤에 수정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림으로 그려 보였다. 가장 오래된 안과 수술의 기원은 인도에서 찾을 수 있다. 인도의 Susruta는 기원전 800년에 수정체의 혼탁으로 인한 백내장을 일찍이 천명하였고 이에 근거한 발와술로부터 백내장을 터트리거나 눈속 유리체로 밀어 떨어뜨림으로서 시력을 회복하는 발와술이 서양의학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1722년 Charles St. Yves는 수술 중에 실수로 백내장이 전방으로 탈출하나 이를 눈 밖으로 적출함으로써 최초의 백내장수술(백내장낭내적출술)을 시행한 의사로 기록되으며 Daviel은 백내장낭외적출술을 시행하였는데 백내장수술의 혁명과도 같은 방법이었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외과의(당시에는 안과수술을 외과의사가 시행했다)가 백내장이란 동공부위에 우연히 변성된 막 같은 것이 생겨 가로막아 나타난 것으로 생각했다. 

백내장 연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우리가 안과에 갔을 때 항상 검사를 받는 세극 등 생체현미경의 개발이다. 백내장의 구조와 성상을 정확히 판단할 뿐만 아니라 이로부터 안과용 수술현미경까지 개발되면서 백내장의 수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또한 1967년 미국의 C.Kelman이 처음으로 소절개창을 통한 ‘초음파 핵유화 흡입 수술법’을 발표하였다.

이로 인해 이전처럼 큰 절개창이 아닌 4mm 이내로 절개하여 초음파로 절단해 유화흡인 적출하는 무봉합 백내장수술법으로 발전하였다. 한편 1998년부터는 초음파유화흡인수술의 장비를 축소하여 2.0mm이하의 각막 미세 절개창을 통한 ‘미세 절개 백내장 수술(micro-incision cataract surgery : MICS)‘이 소개될 정도로 발전하였다. 

한편 백내장을 수술하던 초기에는 혼탁해진 백내장을 제거한 후 두꺼운 안경을 착용해야만 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백내장을 제거한 눈에 삽입할 인공수정체에 대한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실제적인 인공수정체를 개발하지 못하다가 1950년경에 영국의 H.Ridley가 본격적으로 인공수정체 개발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이 참 흥미로운데 2차 대전 당시 전투기 조종사의 눈 속(전안방)에 들어간 비행기 유리 파편 조각이 거부반응(염증반응) 없이 오랜 시일 동안 잘 있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비행기 유리 재질과 동일한 PMMA를 이용해 인공수정체를 만들었다. 이렇게 개발된 인공수정체는 백내장 수술 후 우수한 시력을 제공하였고 최근에는 다중초점, 연속초점 인공수정체까지 개발되어 근거리, 원거리 시력까지 제공하여 노안을 정복하려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다.

전 세계 2억 5300만 명이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이 중 3600만 명이 실명상태이고 이들의 89%는 개발도상국에 거주하고 있다(2015년 기준). 이러한 시각장애의 원인으로 백내장은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안과의사의 수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나라들에서는 인구 대비 안과의사의 수가 형편없이 적은 상황이다. 이러한 나라를 돕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들이 있다. 백내장 수술만으로도 실명 수준의 시력을 정상시력으로 돌리는 경우를 필자도 보았다. 필자가 참가한 실명구호단체의 베트남 캠프에서 만난 소수민족들의 회복을 보며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다. 안과의사, 간호사뿐만 아니라 일반인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수고로 150명 가까이 되는 환자들의 시력이 회복되었다. 이런 부분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꼭 안과의사, 간호사가 아니더라도 실명으로 고통 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실제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윤호병원 안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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