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이탈리아 북부 ‘물의 도시’의 낭만을 찾아 베네치아로 떠났다가 여행의 방향을 돌렸다. 섬에서 멀지 않은 맥아더글렌 디자인 아웃렛에서 실컷 지갑을 열고, 인파를 피해 존재감 없는 근교 소도시에서 하루를 보냈다. 샛길로 빠져서 만끽한 3일간의 짧은 베네치아 여행기.

Day 2.  
노벤타 디 피아베 아웃렛
베네치아의 쇼핑 파라다이스

쇼핑 좀 할 줄 아는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베네치아에 있는 ‘노벤타 디 피아베 아웃렛’은 이견 없는 핫플레이스다. 200개 이상의 브랜드를 갖춘 아웃렛에서의 쇼핑은 30~70퍼센트의 할인율과 택스프리의 기쁨을 안겨준다.

현명한 소비를 꿈꾸다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금이다. 유별난 계획성으로 일정을 짤 때 분 단위로 쪼개서 짜곤 한다. 하고 싶은 게 넘쳐나는 해외여행 중에는 일분일초까지 소중히 써야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아웃렛에 한나절을 투자한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꽤 검소한 편인 데다가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소비를 아예 삼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전은 있다. 최근 몇 년간 진심으로 아웃렛 쇼핑에 흠뻑 빠져산다는 사실. 쇼핑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쇼핑을 즐긴다는 말이 아이러니하지만, 실제로 그렇다. 특히, 유럽으로 떠날 계획이라면 일단 소비를 멈춘다. 한 두세 달쯤은 사고 싶은 물건이 생각날 때마다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둔다. 이렇게 리스트를 추려놓고, 방문할 아웃렛에 입점한 브랜드까지 미리 체크하면 머릿속에 얼추 쇼핑의 그림이 잡힌다. 간단한 이 과정만 거쳐도 해외 아웃렛에서 웬만해서 흥분하는 일이 없고, 과소비나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 현명한 쇼핑이 가능하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2015년 처음으로 로마에 있는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웃렛을 방문한 이후 패턴이 확 뒤바뀐 거다. 소위 항공권 값을 뽑는 경험도 해봤고, 한국에선 구할 수 없는 득템도 많이 했고,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캐나다에 있는 맥아더글렌 아웃렛에서 쇼핑한 아이템을 두고두고 잘 쓰고 있다. 돈을 꽤 투자한 명품도 있고, 캐주얼하게 매일 입는 옷부터 속옷, 커피포트와 그릇까지 그 종류는 화려하다. 부모님과 친구들을 위한 선물도 주로 아웃렛에서 실속 있게 구입해서 행복을 나누고 칭찬도 받았다.
맥아더글렌은 유럽에만 8개국 23개의 센터와 캐나다 밴쿠버에 센터 1개를 소유하고 있는 아웃렛 그룹이다. 일반적으로 아웃렛은 멀리 있어 시간을 내서 가야 한다는 관념을 깬다. 대부분 도심에서 적게는 20분, 많게는 50분 거리에 있어 여행 중 잠깐 들리기 나쁘지 않다. 빡빡하게 둘러본다면 2~3시간도 충분하니 쓸데없이 시간을 투자하는 건 아닌 셈. 물론, 쇼핑 신봉자에게는 온종일도 모자라다. 이번 베네치아 여행에서 훌쩍 다녀온 노벤타 디 피아베 디자이너 아웃렛도 베네치아 본섬에서 40킬로미터 떨어져 있어서 셔틀버스를 타면 단 30분 만에 닿는다. “그래도 관광지 구경을 더 해야지.”라는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는 딱 적당한 거리라고 할 수 있다.

info  노벤타 디 피아베 아웃렛

베네치아 트론체토 선착장이나 메스트레 역에서 셔틀버스를 타면 노벤타 디 피아베 아웃렛까지 편하게 갈 수 있다. 최근 론칭한 홈페이지shuttletomcarthurglen.com를 통해 예약도 가능하다. 영업시간은 현재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금요일에는 1시간 일찍 문을 닫는다.  

할인율, 그 행복의 숫자  

‘30~70퍼센트의 할인율’은 설렐 수밖에 없는 숫자다. 계산적으로 쇼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돈을 쓰면서도 아끼고 있다는 결론에 흥이 난다. 이와 더불어 운이 좋다면, 혹은 일부러 때를 맞춰 간다면 여름·겨울 정기 세일,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세일, 그리고 한국인과 중국인만을 위한 구정·추석 프로모션 기간에 기존 아웃렛 가격에서 더 할인된 가격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팁을 하나 더 주자면, 귀찮더라도 직원의 안내와 매장에 놓여있는 표시에 주의를 기울일 것. 매장에 따라 옷걸이에 리본이나 스티커를 붙여놓고 추가 세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또, 원하는 게 있다면 무조건 직원에게 문의할 것. 매장에 진열되지 않은 상품도 창고에서 꺼내다 준다. 10인 이상 단체로 방문하거나 인터넷에서 쿠폰을 다운로드하면 10퍼센트 추가 할인되는 ‘패션 패스포트’도 제공한다. 이미 할인율이 높게 적용된 제품이나 일부 명품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아주 쏠쏠한 혜택이니 꼭 챙기길.  
‘택스 프리’는 아웃렛 쇼핑의 꽃이 아닐 수 없다. 이곳에서 구매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세금을 돌려받게 되면 이미 할인 구매한 물건 값이 한 번 더 대폭 줄어준다는 이야기다. 이탈리아의 경우 한 매장에서 154.94유로 이상 구매했을 경우 세금 20퍼센트를 환급해 준다. 매장 직원이 준비해주는 관련 서류를 챙긴 후 공항 세관에서 스탬프를 찍고, ‘택스 리펀드’ 받는 걸 절대 잊지 말자. 노벤타 디 피아베 아웃렛의 경우 최근 내부에 환급 센터를 설치해 그 과정이 훨씬 간편해졌으니 이용해보길. 

200개 이상의 브랜드

노벤타 디 피아베 아웃렛에는 200개 이상의 브랜드 매장이 파스텔 톤의 아기자기한 건물들을 따라 입점해 있다. 프라다, 구찌, 버버리, 페라가모, 보테가 베네타, 휴고 보스 등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쇼핑 천국. 모스키노, 폴스미스, 마르니, 이자벨마랑, 질샌더, 산드로 등 눈길이 가는 유럽 브랜드도 많고, 코치와 마이클코어스는 늘 북적거릴 만큼 인기다. 이 외에 리바이스, 디젤, 토미힐피거, 나이키, 뉴발란스 등 여러 스트리트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를 포함해 르쿠르제, 비알레티, 빌로이앤보쉬와 같은 홈웨어와 아동복, 액세서리, 뷰티 브랜드 등 그 종류를 나열하려면 숨이 찰 정도다.
하나의 마을 같은 공간을 산책하듯 둘러보며 쇼핑하기 편리한 구조다. 그럼에도 200개의 상점은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동선이 짧고 단순해서 그리 힘들지 않다. 효과적으로 쇼핑하고 싶다면 아웃렛 지도를 활용할 것. 여러 매장을 들락날락하는 것보다 선호 브랜드를 미리 지도에 표시한 후 동선을 짜면 시간을 다소 절약할 수 있다. 사고 싶었던 아이템을 확보한 후 나머지 숍을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개와 함께 산책하거나 야외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이들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잠시라도 만끽하면서 말이다. 아웃렛 곳곳에 쉬어가기 편한 벤치를 비롯해 놀이터, 조형물, 분수대가 있고, 이탈리안 정통 피자와 파스타를 선보이는 파리넬라와 같은 레스토랑과 베이커리, 젤라또 가게, 카페, 맥줏집 등 입을 호강시켜 줄 장소들까지 갖췄으니 쇼핑은 물론이요 여행의 목적지로서도 완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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