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톤’자폐아는 잠시 잊고 ‘트랜스젠더’로 변신 중
‘말아톤’자폐아는 잠시 잊고 ‘트랜스젠더’로 변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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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3-24 09:00
  • 승인 2005.03.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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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저녁 7시 홍대 앞의 클럽 ‘롤링홀’. 좁고 어두운 무대 위로 흐느적거리며 조승우가 걸어나오자 클럽을 가득 메운 300여명의 뮤지컬 마니아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뮤지컬 ‘헤드윅’(Hedwig·연출 이지나)의 제작 발표회에서 그는 록밴드 앵그리인치의 전주가 흐르자 본능처럼 움직였다.이 뮤지컬의 대표곡 중 하나인 ‘상자 속 가발(Wig in a box)’은 조승우의 몸을 통과하자마자 소름끼치는 전율이 됐고, 순간적으로 장악당한 객석은 숨을 죽였다. 까만 넥타이에 양복 차림인 그는 조금도 서두르지 않았다.

슬쩍 미소를 던졌고, 고개를 까딱거리며 객석 반응을 끌어냈고, 껑충껑충 뛰며 내지르는 샤우팅까지.조승우는 남성과 여성을 한 몸에 지닌 헤드윅의 리듬을 품고 있었다. 마지막엔 마이크를 던지고 객석 앞으로 뛰어내려 몸을 흔들며 클럽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표가 매진됐다는 소식에 실망시키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조승우는 “뮤지컬 팬들로부터 ‘조드윅(조승우와 헤드윅의 합성어) 때문에 공연 횟수가 줄었다’며 욕도 먹고 부담이 없지 않지만, 열심히 해 욕을 배로 갚아드리겠다”고 말했다.

국내 초연하는 ‘헤드윅’은 동독 출신 트랜스젠더 록가수가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슬픈 사랑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그려 호평받은 작품이다. “영화 ‘헤드윅’(2002)이 남긴 인상이 너무 좋았어요. 그때 가진 욕심과 충격, 남자 같으면서도 여자 같은 트랜스젠더 캐릭터도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지킬 앤 하이드’에서 이성과 지성의 상징인 지킬 박사와 난폭한 야수 같은 사나이 하이드를 한순간에 오가며 그려냈던 그가 이번에는 남성과 여성을 오간다.이 작지만 큰 무대는 4월 12일 대학로에서 개막될 뮤지컬 ‘헤드윅’의 맛을 잠깐 보여주면서 조승우의 또 다른 변신을 예고했다.

조승우는 60년대 악극 전성시대 이래 근 40년 만에 다시 등장한 스크린-무대 양쪽의 빅 스타로 눈길을 끌고 있다.조승우는 “헤드윅의 노래는 가벼움 속에도 무거움이 있고 서로 다른 게 공존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조승우는 요즘 뮤지컬 제작자·연출가들 사이에서 “가장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 1순위”로 꼽힌다. 발성, 호흡, 움직임, 균형감, 집중력, 가창력에 카리스마까지 좋은 데다 관객 동원력까지 높기 때문. ‘헤드윅’ 연출을 맡은 이지나는 “그는 연출가가 왜 필요한가라는 자괴감에 빠지게 할 만큼 타고난 배우”라며 “거기에다 신인 같은 노력이 더해져 나오는 집중력은 소름끼칠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