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끊이질 않고 있다. 16일 서울대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의 반박과 재반박 기자회견으로 정점으로 치달았던 이번 파동은 23일 서울대 조사위의 중간발표로 황 교수에게 불리한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다. 조사위가 ‘2005년도 논문 조작’사실을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우석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적 시각은 여전히 ‘희대의 사기극’이냐 ‘시나리오에 의한 음모론’이냐로 크게 양분되어 있다. 특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네티즌 사이에서는 각종 ‘음모론’이 등장하는 등 온갖 추측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음모론의 골자는 ‘황 교수 몰락’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세력들이 과연 누구일까에 맞춰져 있다.

미·영 파워게임설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할 때부터 일각에서는 황교수팀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기술을 노리고 있는 강대국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황교수가 PD수첩 등으로부터 무차별 폭격을 당하는 동안 강대국들은 혼란을 틈타 핵심 연구원들을 설득하고 빼내가는 작업을 추진중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네티즌들은 기술유출 문제 및 외국 과학계의 주도권 다툼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황교수팀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기술이 이미 미국 등으로 넘어갔다는 주장을 해왔다. 생명과학의 강국들은 보잘것없는 한국이 생명과학분야에서 우두머리가 되는 것을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미국 개입설의 핵심 내용이었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미국 등이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러 황교수의 작은 흠집을 잡아 터트려 내부분열을 유도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실제로 이는 황교수와 돌연 결별을 선언한 섀튼 교수가 피츠버그대학에 파견된 연구원들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은 행각, 사태의 핵심증인으로 꼽히는 연구원들의 다소 석연치 않은 행동 등으로 인해 어느정도 신빙성을 더했다. 또 일부에서는 연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이들 국가와 국내 특정 인물(단체)간 ‘돈’이 개입된 모종의 계약이 오갔을 거라는 소리도 들린다.

상업적 이득 노린 덫?

황교수를 시기, 질투하는 세력들의 상업적 이득을 노린 덫이라는 설도 있다. 자존심과 우월감으로 똘똘 뭉친 일부 서울의대 교수들은 ‘동물’이나 다루는 수의대교수가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최고의 자리에 군림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내심 불편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있다.특히 황교수를 열렬히 지지했던 사람들이 일순간에 안면을 바꾸고 황교수와 결별을 선언, 등에 칼을 꽂는 행동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러한 행동은 어떤 재산적 이익이나 숨은 의도가 있는 사람들의 철저한 시나리오에 의한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마녀사냥식, 짜맞추기식 함정 취재를 하고 비전문가임에도 재검증을 하겠다고 나선 MBC, 또 논문의 공동저자이자 동업자였다가 황교수를 기습 공격하는 기자회견을 한 노성일 이사장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며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이와관련, 네티즌 사이에서는 줄기세포를 둘러싼 막대한 이득을 둘러싼 음모설이 일찌감치 제기되어 왔다. 특히 미국 보건국으로부터 2007년까지 16억원을 지원받을 미즈메디 병원과 성체줄기세포를 상용화한 메디포스트 두 회사가 천억원대 규모로 합작했다는 보도에 네티즌들은 짙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더욱이 메디포스트와 계약이 성사된 바로 다음날 터진 노이사장의 폭탄발언은 그동안 ‘설’로만 나돌던 음모론에 더욱 무게를 싣는 역효과를 창출했다. 줄기세포를 둘러싼 이득 및 관련사들의 사업확장 소식이 구체적으로 보도될수록 네티즌들은 ‘분명 뭔가 있긴 있다’는 의견쪽으로 대거 휩쏠리는 양상을 보였다.일각에서는 특허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노이사장이 황교수를 주저앉힌다고해서 손해볼 게 없을 뿐더러, 오히려 황교수가 독점하다시피한 줄기세포 연구의 주도권을 미즈메디 병원과 성체줄기세포집단에게 넘어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며 적나라한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즉 기술 인프라를 챙기려는 속셈을 갖고 있는 세력들에게 황우석은 반드시 없애야할 대상이라는 것.음모론에 본격적인 불을 지핀 것은 미즈메디 병원과 메디포스트가 경기도 파주에 복합 줄기세포 연구소를 차리기로 협력한 것에서 출발한다. 두 업체가 연구 성과를 공유할 경우 막대한 상업적 이득이 예상되는데, 일각에서는 노이사장이 이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게다가 메디포스트와 미즈메디 병원의 협력에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금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노이사장이 미국과 손을 잡고 독자적으로 줄기세포 배양을 시도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더욱 힘을 실었다. 그러나 노 이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황 교수 연구에 대해 회의를 가지기 시작했고 메디포스트와의 협력은 연구자, 경영자로서 판단에 의해서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삼성家 배후설

특히 네티즌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미즈메디와 메디포스트의 합작 배경이다. 이에는 미즈메디와 메디포스트 삼성간의 긴밀한(?) 관계가 핵심이다. 노이사장의 선친인 고 노경병 회장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사촌형 이동희 박사와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제일병원’을 공동창업했는데, 이 제일병원은 현재 삼성제일병원으로 발전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제일병원 창업주의 아들인 노이사장이 삼성의 사돈이 대주주로 있는 보광그룹의 투자사인 메디포스트와 손잡았다는 것에 석연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메디포스트의 의사들 상당수가 삼성제일병원 출신이라는 점, 또 메디포스트의 기관 투자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주주가 보광그룹이고, 이 회사의 최대 주주가 홍석현씨의 동생들이란 점을 고려할 때 삼성그룹과 메디포스트는 분명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또 X-파일 수사와 관련, 이건희 회장과 홍석현씨의 무혐의처리 보도가 나간 바로 다음날 때마침 노이사장이 핵폭탄발언을 했다는 점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간에 노이사장의 ‘절묘한’ 타이밍은 온 국민이 셜록홈즈화 되어 있는 현상황에서 ‘미즈메디-메디포스트-삼성’의 연루의혹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한 개연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종교계 개입설

한편 일각에서는 기독교와 가톨릭 단체에서 황교수의 연구를 두고 생명파괴행위이며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위라는 주장을 해왔던 점을 들어 기득권 종교단체들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황교수는 수년전 질병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강화도 전등사를 찾았고 부처님께 귀의하여 병이 나은 이후 매월 한번은 반드시 전등사를 찾고 있을 정도로 독실한 불교도다.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PD수첩의 최승호PD가 기독교인이라는 점, 한학수PD가 가톨릭 매스컴상을 받은 점,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위 이사이자 가톨릭 인권위원장을 지낸 김형태 변호사가 PD수첩팀과 어울려 황교수 검증과정에 참여했다는 점, 김이사가 청와대 김병준 정책실장을 만나 협의하는 등 맹활약을 한 점 등에 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논문이 ‘조작’으로 판명난 현재 대한민국은 ‘황우석 쓰나미’에 휘청거리고 있다. ‘음모론’은 황우석 사태에 대한 국민의 ‘쇼크’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좀 더 구체적인 결과는 수사가 진행되면서 밝혀지겠지만 결국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이사장 중 한명은 국민과 전세계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셈이 된다. 이 사건이 희대의 과학사기극이 될 것인가, 아니면 배후세력에 의한 일대 매국사건이 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 인터뷰 ‘황우석 음모론’ 제기한 경기대 고준환 교수“황우석을 죽여서 이익 본 집단 누굽니까?”


이번 사태를 ‘황우석 죽이기’로 보는 음모론은 그간 심심찮게 나돌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익명의 네티즌들에 의해 ‘~다더라’는 식으로 막연히 떠도는 ‘설’에 불과했을 뿐, 공신력있는 기관이나 인물에 의해 공개적으로 의혹이 제기된 적은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황우석 사태에 대해 실명을 내세워 직설적인 ‘음모론’을 제기한 인물이 있어 적잖은 파장이 우려된다. 경기대 고준환(62·법학) 교수가 주인공.서울 법대출신으로 근 10년간 D일보 기자 및 방송사 PD로 재직한 바 있는 고 교수는 전직 언론인과 ‘생명공학적 특허 법제에 관한 연구’ 라는 논문을 쓴 법학 교수의 입장에서 황우석 사태에 남다른 관심과 시각을 갖고 있었다.

19일 고교수는 그간 인터넷과 항간에 떠돌던 ‘음모론’에 힘을 실어주는 글을 올려 주목을 받고 있다. 치열한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 고교수는 “어차피 진리는 위험한 겁니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지금 모두들 황우석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잖습니까? MBC는 물론이고, 다른 언론 역시 마찬가지예요. 국민들은 너무나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부족하지만 저라도 나서서 건드려줘야 할 부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고교수의 행동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폭로성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언론보도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성급한 ‘냄비근성’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20일 광화문에서 고교수를 만났다.

- 글을 올린 이유는.
▲ 황우석 쇼크로 인해 극도의 혼란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을 진정시키고, ‘진실’을 깨닫게 함으로써 ‘국민통합’을 이루게 하기 위함이다.

- 황우석 교수가 위기에 처한 시점에서 이 사태를 뒤집어본 이유는.
▲ 사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라. 내 행동은 황교수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가 아니다. 황교수를 지지하던 이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황우석 죽이기’에 달려들고 있다.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황우석 하나 죽여서 이익을 보는 집단은 누구일까? 황우석 교수가 미국인에 크리스찬이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 황교수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는 이유는.
▲ 앞서 밝혔듯이 난 황교수와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 여태까지의 정황들을 토대로 판단했을 뿐 무조건적인 신뢰는 아니다. 황교수가 부분적 실수는 있지만 최소한 진실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 글을 올리는데 망설이지는 않았나.
▲ 워낙 민감한 사안인지라, 조심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진리는 본디 위험한 것이다. 감수해야할 사항이다.

-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이번 사태에는 거대한 배후세력의 음모가 덫을 놓은게 아닌가 생각된다. 황교수를 타깃으로 돌아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로 미루어 볼 때, 여러 배후세력들의 이해관계가 개입된 시나리오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즉 줄기세포를 둘러싼 막대한 이권 싸움, 영국과 미국의 주도권 다툼, 종교적 문제 등이 개입된 파워게임일 수도 있다.

-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소감은.
▲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가치질서가 붕괴된 ‘천하대란’의 형국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 생각한다. 특히 나라가 사분오열되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할 문제지만 너도나도 휩쓸려 ‘황우석 죽이기’에 달려들고 있는 사이에 대한민국은 너무 많은 것들을 잃고 있다.

- 이번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길 원하는가.
▲ 비온 뒤에 땅이 굳듯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황교수에게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연구에 더욱 정진해 전인류가 수긍할 수 있는 생명공학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고 생명공학의 세계적 주류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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