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게 하는 마약이 대세?···“안하면 ‘아싸’된다”

카나비스(대마초) 보드카. [사진=D씨 제공]
카나비스(대마초) 보드카. [사진=D씨 제공]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재벌 3, 연예인 등의 잇단 마약 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해외 유학생여행객들이 마약을 쉽게 접하고, 상습투약자로 변하는 일이 빈번한 모양새다. 마약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 아닌 마약 상습투약자 생산국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쓸 처지에 놓였다.

마약사범 저령화두드러져···중장년층은 감소세

환각일탈심리가 부적절한 성관계로까지 번져

지난 4SK와 현대그룹의 재벌 3세들이 마약 관련 혐의로 붙잡혔다. 최근에는 CJ그룹의 직계 후보자로 꼽히는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대마를 국내에 밀반입하려다가 적발됐다.

연예인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한국은 잇단 마약 스캔들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이러한 마약은 재벌 3, 연예인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생활 속으로도 침투하고 있다.

‘10‘20보다 더 증가

마약사범의 연령대는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다. 중장년층이 마약사범의 주류를 이뤘던 과거 시대와 달리 20대는 물론 청소년까지도 마약에 손을 대고 있다. 마약사범들의 저령화가 두드러지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해외 유학과 여행의 대중화로부터 시작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SNS 등 여러 온라인 경로가 활성화되면서 마약에 대한 접근성까지 높아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71013명이었던 20(20~29) 마약사범은 지난 20172112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전체 마약사범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9.5%에서 15%로 늘어났다.

반면 전체 마약사범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장년층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730~50대 마약사범은 전체의 80%를 기록했지만 2017년에는 72%로 줄었다.

10대 마약사범은 20대보다 더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인원수 자체는 20대 보다 적지만 증가폭은 더 두드러진다. 19세 이하 마약사범은 지난 200719(0.2%)에서 2017119(0.8%)으로 6배 가량 증가했다.

마약사범 저령화의 원인으로는 해외 유학이나 여행이 잦아지는 등 국내외 환경의 변화가 손꼽힌다. 2000년대를 전후로 어학연수, 학위 취득, 여행 또는 여행 자금을 모을 목적 등으로 해외에 나간 젊은이들이 외국 생활 도중 마약을 접해 중독되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일요서울에 아직 성숙하지 않고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아이들을 조기 유학 보내고, 부모로부터 미리 떨어뜨려 놓는 것은 별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닌 것 같다면서 아이들이 아직 판단 능력이 미비한데 그렇게 혼자 팽개쳐 놓으면 마약이 아니라 그 무엇도 유혹에 저항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마약을...

지난 8월, 20대 여성 A씨는 대학생 시절 인연을 맺은 지인을 만나기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여행을 떠났다. A씨 보다 언니인 지인 B씨는 A씨와 자신의 친구들을 데리고 클럽으로 향했다. A씨가 현지 문화를 접하고 적응하려는 때에 B씨의 남자친구가 젤리를 건넸다. B씨의 친구들도 계속 젤리를 먹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행들의 상태가 이상했다. A씨는 이들이 술에 취했다고 생각했다. B씨의 남자친구가 건넨 젤리를 먹고 이들의 상태가 이상한 까닭을 알게 됐다. 먹고 나니 다들 웃으며 젤리형 대마라는 얘기를 건넸기 때문이다. A씨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알 수 없는 좋은 기분이 몰려와 술을 더 마시고 일행들과 춤을 추며 놀았다.

심지어 B씨의 남자친구는 가루형 마약(코카인 추정)을 코로 흡입했다. A씨는 일행 모두가 마약을 하는 분위기라 안하기도 민망했다고 한다. 이들은 요즘 (마약을) 안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면서 안 하면 (이른바) ‘아싸(아웃사이더의 줄임말혼자 노는 사람을 의미)’ 취급을 당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A씨는 어느 시점이 지나자 멍함이 느껴졌다. 한나절을 무기력한 상태로 있었다. A씨는 대마가 중독성이 강하지 않다고 익히 들어왔지만, 환각 상태에서 놀아 신났던 기억이 계속 생각이 난다고 전했다. 이어 상습투약자들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A씨의 지인 B씨는 미국에 거주한지 5년이 넘었다. 미국에 있는 대학에 붙어, 학교생활을 이어가던 중 많은 학생들이 대마를 하는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도 주변인의 권유로 마약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SK그룹 창업주 손자, 현대그룹 창업주 손자, CJ그룹 회장의 장남은 공통점이 있다. 이들 모두 유학생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들에게 대마 액상을 판매한 혐의로 구속된 공급책도 유학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국가와 지역에서는 대마가 허용되고, 많은 현지인이민자 등의 권유로 유학생들이 죄책감 없이 마약을 접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일탈심리는 덤으로 함께한다.

특히 이번 CJ그룹 회장의 장남은 액상, 캔디젤리형 대마를 국내에 밀반입하려다 적발됐다.

A씨는 일행들에게 현지 상황을 듣고 요즘은 미국에서 티 안 나고 깔끔하게 하는 마약(쿠키, 캔디, 젤리, 액상 등)이 대세라고 하더라. 말아 피우는 것들은 하면 냄새가 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20대 유학생(미국) C씨는 다른 마약을 접하게 됐다. 바로 엑스터시다. 그는 학교 친구들과 술을 먹던 중 친구 지인에게 알 수 없는 알약을 받았다. 기분이 좋아진다며 권유하더라. 처음에는 받은 마약이 엑스터시일 줄은 몰랐다면서 미친 듯한 환각 증세로 기분 좋은 밤을 지냈다. 다음날 일어나니 그 지인에게 엑스터시를 구해달라고 울부짖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됐다. 당장 구할 수 없다는 말이 돌아오자, 며칠 동안 정신이 나간 상태로 밥도 안 먹으며 인터넷을 뒤졌다. 일주일 정도가 흐르자 정신이 돌아왔다. 그 친구들과는 곧바로 인연을 끊었다고 말했다.

체코 프라하 중심지에서 대마 원액 담배, 캔디형 대마, 파이프 등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D씨 제공]
체코 프라하 중심지에서 대마 원액 담배, 캔디형 대마, 파이프 등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D씨 제공]

마약성매매 하려고

동행 파트너결성도

여러 나라에 여행을 다닌 30대 D씨는 외국에 나간 한국인의 마약 실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유럽에서는 쉥겐 조약’(유럽 26개국 간의 여행 통행과 편의를 위해 체결한 협약. 국경 검사 없이 자유롭게 이동 가능)에 의해 자유롭게 국경을 넘을 수 있어, 마약을 쉽게 접하고 운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씨는 아무리 마약 투약이 불법인 나라라도 소지는 합법인 경우가 있다. 집에서 마약을 하면 그만이다. 유럽에 가면 여행객을 대상으로 흑인 등이 10유로 정도에 대마를 판매한다. 한국인 여행객 사이에서 그 나라 갔을 때 마약 해봤냐. 나는 어느 나라에서 해봤다는 목소리가 자주 나온다면서 한국에 돌아올 때 소지만 안하면 안 걸리니까한인 민박에서 지역 투어를 다니는 사람들이 모여 마약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다. 유럽 뿐만 아니라 동남아 지역에서도 마약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이어 배낭 여행지의 성지로 불리는 태국 방콕 카오산로드에 가면 한국인 여행객들이 저녁 때 나가서 해피벌룬을 많이 한다. 거리에 나가면 상인들의 권유가 상당하다. 여행객 중 서양인들이 비중이 높고, 마약을 많이 찾다 보니 그런 문화가 생긴 것 같다면서 “‘코카샵’, ‘코코샵등 간판을 달고 코카인을 판매하는 곳도 많다. 상인들은 이익 창출을 위해 연령 검증 없이 길거리 호객행위를 이어간다. 또 술집에 가서 취하면 누군가가 건네주는 담배를 조심해야 한다. 알고 보면 대마일 수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마약 투약 후 환각 증세와 나아간 일탈 심리로 인해 불건전한 성관계로까지 발전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A씨는 언니(B)가 일행 중 한 남성의 집에서 자라고 했다. 잠자리를 가지라는 의미라며 여기서는 다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 현지 문화가 한국과 다른 것을 떠나서 일종의 환각 섹스 파티를 즐기는 듯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실제로 약에 취해 그 남성과 성관계를 맺었다.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대마 젤리를 먹은 후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했다.

일탈 심리는 성매매로까지 이어진다. D씨는 인터넷에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소통해 동행 파트너로 여행을 오는 경우도 많이 봤다. 이들은 마약과 더불어 성매매까지 함께하기 위해 만난 것이다. 예를 들면 네덜란드에서는 사창가가 관광 상품이다. 올 누드쇼, 섹스쇼까지 누구나 성인이 되면 들어갈 수 있다. 이런 걸 노리고 동행 파트너가 된 후 여행을 오는 경우도 많이 목격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마약 투약자에서 상습 투약자로 넘어가는 것이 순간이라는 점이다. 유학생, 여행객 등이 해외에서 호기심으로 마약을 시작했지만 이후에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들은 결국 또다시 마약을 찾게 되고, 이러한 상습투약자들을 위해 제조와 유통을 일삼는 일당까지 덩달아 늘어나게 되는 구조다.

경찰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평소에도 단속을 하고, 집중 단속 기간을 늘리는 등 단속 범위를 넓히고 있지만 마약 구매제조 경로가 계속 다양해지고 있어서 근절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결국 마약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엄정한 법 적용과 어릴 때부터 적절한 교육홍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 상습투약자 생산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환부를 적극적으로 도려내야 하는 상황이다.

D씨는 한국의 배낭 여행객 숫자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상위권이다. 그러나 마약 등 일탈 행위에 대한 국가 차원의 가이드는 부족한 실정이다. 형식적인 안전 문자(재난) 정도가 전부다. 유학생여행객들은 자유를 즐긴다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약을 하는 이들과 동화(同化)된다면서 어떤 것이 불법이고, 어떻게 처벌되는지 가이드를 정확하게 줘야한다. 유학생여행객들은 안 걸리겠지하는 마음으로 지금도 마약을 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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