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K법률사무소 김신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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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 갈등은 이혼 사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주제다. 이혼 상담을 해보면, 남편에 대한 불만 못지않게 시댁 식구들에 대한 불만이 폭발해 이혼을 하겠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시댁 식구들이 너무 싫어 ‘시’자가 들어간 시금치도 먹지 않는다는 얘기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반대로 아들과 함께 이혼 상담을 받으러 온 어머니가 며느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많다. 어머니들은 ‘내가 며느리한테 시집살이를 당하는 것 같다’라는 말까지 할때도 있다.

어떻게 하면 고부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이혼에는 수많은 사유들이 있지만, 적어도 고부 갈등이 이혼의 주요 원인이 되지 않으려면, 결혼 전부터 서로 상대방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우선 서로 상대방이 가족이지만 핏줄로 연결되어 오랜 세월 같이 살아온 원가족과는 다르다는 점부터 인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딸 같은 며느리’, ‘친정 어머니같은 시어머니’라는 이상적인 관계는 매우 어렵다는 점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이렇게 이상적인 관계를 목표로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고부관계에 대한 부담감과 실망감을 줄여 더 원만한 관계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녀가 결혼을 했으면, 양 가 부모는 자녀의 독립을 인정하고 지나치게 간섭하기보다는 지켜보는 것이 더 현명한 자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배려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가족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예절이다. “너희 집에선 그렇게 가르쳤니?”, “어머니, 저희 집에선 그렇게 안 해요.”라는 등의 말은 결코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며느리 눈치를 보라는 것이 아니라, 상하관계에서도 예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들이자 남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아들·남편의 처신이 좀더 현명했다면 고부 갈등으로 이혼까지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이혼사건이 상당히 많다. 배우자와 원가족 사이에서 어느 편도 들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거나, 자기도 모르겠다며 수수방관하는 태도는 갈등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아들·남편은 고부갈등의 제3자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결코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충분히 자신의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결합인 만큼, 상대방 가족과의 관계도 행복한 결혼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부부 갈등도 힘겨운데 고부 갈등까지 있다면, 결혼생활은 파탄에 이르기 쉽다. 이혼 소장에서 고부 갈등이라는 해묵은 단어를 다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혼전문변호사로서 품는 작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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