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내구성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구성 문제는 마치 ‘주홍글씨’처럼 선수 생활을 마칠 때까지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LA 다저스의 투수 류현진 이야기다.

필자는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류현진은 다저스와 1년 계약을 할 것이며 그 후에도 계속 1년 단위로 계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상으로 인한 내구성 문제 때문이었다.

필자의 전망대로 그는 다저스의 1년 짜리 퀄리파잉 제안을 받아들였다. 올 한 해 잘 해서 내년에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계산이었다.

류현진의 노림수는 적중하는 듯 보였다. 적어도 시즌 전반기까지는 말이다. 경이로운 평균 자책점 1점대를 기록한 류현진은 덕분에 생애 첫 메이저리그 올스타에도 선정돼 선발투수로 나서는 등 모든 이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활약을 펼쳤다.

그러자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언론사들은 최고의 투수에게만 주어지는 ‘사이영상’의 유력 후보에 류현진의 이름을 올리며 ‘류비어천가’를 호들갑스럽게 부르기 시작했다, 거의 매일같이 불러댔다. 류현진도 언론들의 이 같은 ‘설레발’에 고무된 듯했다.

전반기를 화려하게 장식한 류현진은 그러나 내구성의 척도인 후반기에 접어들자 본색을 드러냈다. 대량으로 실점하는 경기가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3경기 연속으로 조기에 강판당하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전가의 보도’처럼 여겼던 체인지업의 위력이 상실되자 동네북이 되고 만 것이다.

지쳤다. 류현진은 ‘오버 페이스’를 한 것이다.

다음 시즌 자유계약 선수가 되는 선수들은 보통 몸값을 올리기 위해 직전 시즌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뛴다. 그래야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추신수가 그랬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장기계약을 거부한 채 신시내티 레즈와 1년 계약을 한 그는 신시내티에서 생애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뒤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천만달러에 계약하는 개가를 올렸다.

자유계약 선수로 풀리기 직전인 2018년 류현진은 시즌 후반기에서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다저스의 환심을 샀다. 그러나 다저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년 계약 대신 ‘퀄리파잉 오퍼’를 했다. 그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다저스로서는 그의 내구성에 물음표를 달며 1년 더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다저스의 속셈을 모를 리 없는 류현진은 올 시즌 초반부터 혼신의 힘을 다 해 던졌다. 한국에서도 볼 수 없었던 역투였다. 마치 포스트시즌에서의 투구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류현진이 예상 외로 활약하자 다저스는 내심 놀랐다. 장기계약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류현진 본인 스스로도 놀랐다. 자신이 이토록 잘 던질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결과적으로 류현진은 오버하고 말았다. 체력이 소진된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등판하기만 하면 연신 난타당하고 있다. 당황스럽기는 로버츠 감독 등 코치진도 마찬가지. 잘 던지던 류현진이 이렇게 무너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상황이 급반전되자 언론들은 더이상 ‘류비어천가’를 부르지 않고 있다. 그들 역시 당황스럽기 때문이다. ‘사이영상’은 물론이고 내년 계약마저 불투명해졌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들이다.

그렇다면 류현진이 부진을 털고 일어설 수는 있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다행스럽겠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바닥난 체력을 회복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류현진을 선발진에서 제외해 휴식을 준들 반등한다는 보장도 없다.

졸지에 반쪽짜리 투수가 되어버린 류현진. 내년 시즌 다저스는 물론이고 그를 탐내던 구단들이 어떻게 나올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다년 계약은 물 건너 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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