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중도 역할 사이 연말까지 ‘몸값’ 올린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최근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국회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지만 손학규 대표의 퇴진과 당의 방향을 놓고 이견 차만 확인했다. 이에 안철수 전 대표가 장기간 해외에 체류해 국민의당계가 구심점이 없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손 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안 전 대표를 향해 정계개편의 러브콜을 보내지만 당분간 귀국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측근들의 당선을 위해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며 안 전 대표가 연말까지 보수통합과 중도 역할 사이 고민하며 몸값 올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뉴시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뉴시스]

-안철수 측근 “9월 귀국 계획 없어... 비자문제 현지서 해결 후 연구에 전념”

바른미래당은 지난해 2월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유승민 대표의 바른정당이 통합해 탄생했다. 창당 당시 중도개혁을 표방하며 거대 양당의 대안정당으로서 나설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통합 과정에서 합당을 거부하며 일부 의원들이 탈당해 민주평화당을 창당하는 등 통합 초기부터 잡음이 있었다. 바른미래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이 민주평화당의 대변인과 최고위원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 당시 야권의 대선주자로 경쟁을 펼쳤던 안철수·유승민 대표의 화합과 이념·성향이 맞지 않은 두 정당의 합당이라는 점에 정치권에서는 느낌표 보다는 물음표가 던져졌다.

지난해 9월 전당대회에서 국민의당 출신인 손학규 신임 대표가 선출됐고 최고위원으로 바른정당 출신인 하태경, 이준석, 권은희 후보가 뽑혔다. 바른미래당은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하는 등 당 조직을 재정비했지만 창당 후 완벽한 결합을 보여주지 못했다.

창당이 1년 넘은 시점에도 당은 여전히 안철수계(국민의당 출신)와 유승민계(바른정당 출신)로 나뉘어 있다. 이들은 뜻을 같이하기보다는 이견을 보이며 한목소리를 내지 못해 원내 제3당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 달리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4.3보궐선거 이후 손 대표의 사퇴를 놓고 당 내홍이 폭발했고 5개월여 지난 지금까지도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선거제 개혁안, 공수처 설치법 등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문제로 내홍은 더 벌어졌다. 당은 수습책으로 혁신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주대환 위원장이 임명 2주도 안 돼 “혁신위원들을 뒤에서 조종해 당을 깨려는 검은 세력에 분노를 느낀다”며 사퇴했다. 검은 세력으로 유승민 의원이 지목되며 현재는 갈등 봉합의 희망마저 사라진 상태다. 당은 이후 손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바른정당계의 비당권파로 나눠져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의당계 비공개 회동 입장 차만 확인하고 헤어져

손 대표 퇴진 문제와 혁신위 파행을 거쳐 오며 바른정당계는 뭉쳤고 국민의당계가 금가기 시작했다. 일요서울의 취재 결과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손 대표 퇴진 문제와 당의 진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의원실은 이번 회동에 대해 전혀 몰랐을 정도로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동에 참석한 한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김동철 의원이 주최하고 개별적으로 연락됐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손 대표가 명예롭게 퇴진하자고 주장했다”며 “당권파는 바른정당 출신 등이 한국당과 통합하지 않겠다고 대국민 선언을 하면 어떠한 협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은 “호남계는 제3지대 구축을 위해 비대위를 만들자고 했다”며 “호남이 아닌 다른 지역구를 맡은 의원들은 호남 쪽으로 뭉쳐 제3지대로 가야 한다는 주장에 의구심을 품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계는 현재 안철수계, 당권파, 호남계로 이뤄져 있다. 바른정당계는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뭉쳐 있으며 당내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과 대조된다. 이 의원은 “안 전 대표가 돌아와 입장을 표명해 줬으면 하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회동에는 김성식, 최도자, 김수민 의원이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서울의 취재 결과 최 의원은 전남 여수에서 간담회가 있어 회동에 참석하지 못했고 김성식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민 의원은 지역구 일정으로 청주에 있었다.

손학규 물러나야 안철수 역할 주어져

국민의당계가 흔들릴수록 바른미래당의 보수 색채가 짙어질 전망이다. 총선을 7개월 여 앞두고 정개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며 바른미래당과 한국당 지도부에서 안 전 대표를 향한 러브콜이 나오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대표적인 야권 전략가로 꼽히는 박형준 전 의원이 이끄는 ‘통합과 혁신 준비위원회’가 주관한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 참석해 “한국당을 중심으로 안철수 전 의원부터 우리공화당에 이르기까지 모두 같이할 수 있는 분들이 같이하는 게 진정한 반문연대”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지난 1일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유승민 전 대표에게 간곡히 호소한다. 우리에게 지워진 역사적 소명을 함께 짊어지고 나가자”고 제안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1일 독일로 출국해 연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정치권에서 언급되며 보수통합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당분간은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안 전 대표의 측근인 이태규 의원이 최근 독일을 찾아 안 전 대표를 만나고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8월 말쯤 독일에서 안 전 대표를 만났으며 안 전 대표가 추석 전에 귀국해 보수 통합에 동참한다는 것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했다.

또 다른 안 전 대표의 측근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와 연락을 자주 하는데 당장은 복귀 계획이 없다”며 “1년 전에 떠날 때 유럽에서 배움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아직 그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정치 현안과는 별개로 본인 계획대로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 외의 준비에 대해 전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1년 기간의 비자를 받아 비자만료 문제가 있지만 측근은 “독일 현지에서 해결할 수 있다. 비자 때문에 귀국할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일부 국민의당계 의원들은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를 두고 지금 들어와도 역할이 없다고 말한다. 한 의원은 “안 전 대표가 복귀해도 당의 복잡한 방정식을 풀 수 없다”며 “손 대표가 물러나야 다음을 생각할 수 있다. 돌아와도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가 함께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측근들의 당선을 위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안 전 대표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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