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관심’ 안 가지면 ‘새로운 대형 범죄’ 더 많아질 것”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뉴시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사건‧사고가 불거지면 매스컴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다. 그는 ‘대한민국 1세대 프로파일러’로도 유명하다. 연구 활동 등 바쁜 일정에도, 누구보다 활발하게 범죄를 분석하며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 교수의 자문 등 여러 공익적인 활동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일요서울은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맞아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 범죄를 진단해 봤다.

“IMF 이후 중산층 몰락···‘가정 해체’, ‘학업 중단자’, ‘상습 소년 범죄자’ 늘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학교 밖으로 보내선 안 돼···아동‧청소년 예산은 미래 예산”

이 교수는 최근까지 잇따른 각종 흉악‧엽기 범죄의 원인을 ‘사이버 활동 증가로 인한 범죄 지식 상승’, ‘비사회화 구성원들에 대한 대책 부재’, ‘아동‧청소년에 대한 예산·관심 부족’ 등으로 봤다. 여러 문제점을 짚었지만 모든 문제의 원인이 일맥상통하다고 설명한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년 시절부터 국가적‧교육적‧가정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제도적인 틀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도 덧붙였다. 국가가 아동‧청소년들을 방임‧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지금까지 범죄심리학 연구를 통해 여러 공익적 활동을 해왔다. 연구 활동 자체로도 바쁠 텐데 큰 어려움은 없는가.

▲ 어려움이야 언제나 있다. 언제나 시간에 쫓긴다. 연구라는 것이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연구팀들이 존재한다. 대학원생과 공동연구자 등이다. 같이 시간을 쪼개서 연구수행은 연구수행대로, 대외적인 활동은 대외적 활동대로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정기적인 활동은 못한다. 정기적으로 시간을 정하고 하는 것 외에는 하기가 힘들다.

- 최근 들어 흉악·엽기 범죄가 잇따르는 추세다. 어떤 사회 현상에서 비롯된 것인가.

▲ 한 사회의 범죄는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연관성이 굉장히 높다. 최근 가족해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직장이 없는 사람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등 불안정한 사회현상이 위험 요인이 될 수가 있다. 더군다나 사이버 활동이 증가하면서 범죄 지식 등도 많이 유포되는 현실이다. 점점 과거와는 다른 방식의 범죄가 많이 발생·등장하는 것이다.

- 특히 우발적 범죄를 주장하는 가해자가 증가하고 있다. 어떤 심리인가.

▲ 계획범죄가 형량이 높다는 사실을 학습한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장대호 사건(한강 몸통 시신 사건)만 보더라도 우발적인 살인이라고 추정하기 어렵다. 손님이 자는 동안 침입했다. 흉기를 미리 준비한 다음 마스터키를 열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더군다나 당초 사망 이후에 시신을 훼손해서 유기할 생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이런 것을 우발적인 살인이라고 볼 수 없다.

- 사회적 불만을 표출하는 증오 범죄는 국가가 ‘사회적 외톨이’를 막지 못해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들은 아이들도 아닌 성인이고, 경제활동을 완전히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비정규직이기는 하나 돈이 떨어지면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의 역량은 존재한다. 지적 장애인도 아니고 정신 장애인도 아닌 그냥 일상적인 생활을 불안정하게 하는 사람들이다.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다. 국가의 시스템, 즉 복지 시스템 안에 이들을 끌어넣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런 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의 경우, 30~40대 히키코모리(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가 유발하는 사회적인 불안이 많다. 이 때문에 일본 지자체에서는 히키코모리 서포터즈 등의 제도를 시행한다. 하루에 한 번씩 멀쩡한 상담사가 방문을 하는 것이다. 세상 사는 얘기를 한 시간 이상 나눈다. 그런 종류의 제도까지 국내에 ‘도입해라’, ‘말아라’ 등의 얘기를 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의 선례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고민할 때는 됐다.

- 대형 범죄자로 분류된 가해자들은 유년시절부터 순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 대부분 유년시절부터 순탄하지 않다. 어린 시절 화목한 가정을 가졌던 사람은 거의 없고, 부모가 있더라도 부모가 구실을 못해 가족이 해체된 경우가 많다. 이런 식으로 이어지다 보면 어린 시절부터 친사회적 규범이 내면화되지 않아, 학교에서 적응하기 어렵다. 통상적으로 고등학교 중퇴 정도의 학력을 지닌다. 학교 밖 청소년, 즉 학업 중단자들이 된다거나. 문제는 학업 중단자가 많아진다는 걱정을 10년 전부터 사회적으로 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책이라고 나온 것들이 효과가 없었다. 이런 사람들이 성인이 돼서 사회에 큰 부담을 유발하지 않느냐. 이게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사회에 도래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 아동·청소년들이 안 좋은 환경에 놓인 시기를 특정한다면.

▲ 아마도 IMF 이후 2000년대에 두 번의 금융난이 오면서 중산층이 몰락했던 시점으로 보인다. 가정이 다 해체되면서 이혼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때다. 어른들은 신용불량자가 되고 가정이 해체되는 등의 큰 문제가 발생할 때 그곳에는 어린 아이들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아동·청소년들의 보호가 제대로 안 되고, 부모 노릇을 대행할 수 있는 에이전트들도 안 생겨났으니까. 미리 준비를 못한 탓에 아이들이 학교 부적응으로 이어졌다. 이후 한 7~8년 지나 2007~2008년경부터 학업 중단자 증가 추세와 함께 상습 범죄 소년들이 증가했다. 이런 아이들이 과연 어떻게 됐느냐. 이들이 20대 초반에서 20대 후반이 됐을 2010년대 초반, 아동학대·비속살해(부모에 의한 자녀 살해)·영아살해 등이 만연했다. 이들이 지금은 30대 가까이 됐다. 30대 넘은 사람들도 있고. 성인이지만 사회적으로 부적응한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거의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혼자 살고, 가족은 연이 다 끊어졌고, 학업은 이미 중단했고, 결국은 사회를 표류하는 것이다. 이들이 벌이는 범죄는 전통적인 범죄가 아니다. 장대호만 보더라도 4만 원으로 사람을 왜 죽이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큰 액수도 아니고, 그 순간만 참으면 되는데. 김성수도 청소상태 하나 놓고 사람을 죽이고. 도대체가 이해 안 되는 이런 종류의 범죄 동기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에서 떨어져 나가게 하면 안 된다. 아이들이 장기 결석을 하면,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가 끝나면서 학업 중단자로 처리해 버리는 이런 제도는 교육부에서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사실 학교 폭력 등 문제가 있는 애들을 (학교가) 다 털어 버리려고 하지 않느냐. 거기서 털린 아이들이 가하는 일종의 앙갚음을 10년 뒤에 사회가 받아야 하는 것이다. 사회적 배제에 대한 일종의 부산물인 셈이다. 사회를 향해서 이렇게 불만을 표출하는 범죄는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가정의 기초를 튼튼히 하고, 가정의 기능이 취약한 경우 대체할 수 있는 보호기능을 좀 더 구축해야 한다. 이들이 비사회화 돼서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케어를 국가가 어떻게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동·청소년 예산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예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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