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서 자유한국당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석수를 손해볼 뿐만 아니라 정의당 등 범여권 성향의 의석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21대 국회에서 정국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 나아가 민주평화당의 분당과 바른미래당의 정체성·당내 분열사태로 보수진영의 목소리가 점차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이럴 경우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당대표 경선과정에서부터 주장했던 ‘20년 장기집권론도 힘을 받을 뿐만 아니라 여권이 주도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당도 마냥 당할 수만 없는 입장이다. 당내에서 이를 견제할 다양한 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이 현행대로 본회를 통과될 경우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당 내에서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는 이른바 페이퍼컴퍼니 비례정당 창당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왜 폐기되어야 하는가?-연동형 비례대표제 무엇이 문제인가 2차 토론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정용기 정책위의장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19.03.28. 뉴시스

- 선거법 그대로 본회의 통과되면 플랜B가동한다
- 최악의 상황 고려, ‘비례한국당검토A의원이 제안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안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자유한국당의 반발 속에 의결해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겼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그리고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고,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과 자유한국당은 표결 처리에 반발하면서 기권했다. 정개특위 의결로 여야 4당은 오는 1127일부터 본회의 의결을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법사위로 넘어간 선거법, 어떤 내용 담겨 있나?

이번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225석에 비례대표 75석을 더해 300석으로 확정하고 연동률 50%를 적용해 전국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각 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한다는 게 핵심이다.

비례대표는 먼저 연동형 숫자가 정해지고, 그 다음 병립 의석이 배분되는 방식이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국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총 300석 중 정당별 의석수가 정해지고, 정당별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자 수를 빼고 남은 의석수 절반을 연동형 비례대표로 받는 구조다. 100% 연동형이라면 지역구 당선자를 빼고 남은 의석수 전체를 받지만, 이번 개정안은 50%만 연동한다.

특히 75석 중 연동형 비례대표로 결정된 의석을 제외하고 남은 잔여 의석이 정당득표율에 따라 정당에 2차로 배분된다. 각 정당은 총 비례대표 의석수가 확정되면 지역구에서 아깝게 당선되지 못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석패율제와 자당의 6개 권역별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숫자를 확정하게 된다.

A 정당이 정당득표율 10%를 기록했다면 전체 의석의 10%를 가져가는 제도다. 유권자는 지역구 후보에게 1, 정당에 1표 등 12표를 행사하고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최종적으로 얻는 의석수를 각 정당에 배분하게 된다.

지역구 당선자가 부족하면 비례대표 의석으로 이를 채운다. 현행 300석을 기준으로 한국당이 정당득표율 40%를 얻으면 한국당은 120석을 가져가게 된다. 한국당이 지역구에서 110석을 확보하면 한국당에 할당된 120석에서 지역구 의석을 제외한 10석이 비례대표로 배분되게 된다. 다만 한국당이 지역구에서 121석 이상을 얻으면 비례대표를 아예 가져가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정의당이 최대 수혜자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당득표율 중 50%를 의석수로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정당득표율이 10%를 기록하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더해 15명의 의원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의석수 6석인 정의당에 이 선거제를 적용하면 14석이나 된다. 반면 지역구 의원들을 많이 배출한 한국당과 민주당은 의석수가 줄게 된다. 조국 청문회 정국에서 정의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의식한 행동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국당, 비례대표 의석수만 확보하는 방안 제안

한국당이 이번 선거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것도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의 의석수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1대 국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제1야당인 한국당을 배제하고 범여권과 손을 잡으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을 막겠다며 국회를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함으로써 사실상 자신의 2중대 정당을 원내교섭 단체화하려는 것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맹비난했다. 이로 인해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여당으로부터 고발당해 경찰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한국당 의석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당 내부에서도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당 한 의원은 정개특위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 개편안을 의결한 내용이 본회의에서도 통과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의원은 협상 과정에서 한국당 의견이 수렴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플랜B를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A의원이 제안을 해놓은 상태라며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한국당 A의원이 제안한 플랜B는 무엇일까. 일요서울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준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 개편안이 의결되면 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수를 상당부분 빼앗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유권자로부터 정당 득표수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국당 내에서는 페이퍼컴퍼니 한국당’, 비례 한국당이라고 부른다.

페이퍼컴퍼니 한국당 안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유권자들이 지역구 후보는 한국당, 정당 투표는 한국당이 아닌 페이퍼컴퍼니 한국당에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한국당 한 관계자는 현행 선거법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한국당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더 확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동률이 적용되면 비례대표 의석수를 잃을 수도 있다면서 한국당 비례대표인 B 의원 등을 주축으로 페이퍼컴퍼니 한국당 창당해, 총선 때 정당 득표율을 올리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이럴 경우 비례대표를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총선 이후 한국당과 합당해 정국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의원들이 페이퍼컴퍼니 한국당에 대한 의견을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플랜B에 대한 인사들 꼼수라며 역풍 우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당내 일각에선 오히려 역풍을 맞을 있다고 경고한다.국민들로부터 한국당이 꼼수를 쓴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한국당 한 당직자는 보수 유권자들로부터는 일정부분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치적공학적으로 접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연 국민들이 페이퍼컴퍼니 한국당에 얼마나 많을 힘을 실어줄지 모르겠다오히려 한국당은 꼼수정당으로 낙인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한국당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기우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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