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라우치가 놓은 청와대 ‘경주 불상’부터 돌려놔야”

기자는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실에서 혜문 대표를 만났다.
기자는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실에서 혜문 대표를 만났다.

국민적 인식 부족, 실제 청산되는 게 없어···이순신 영정도 친일 화가가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현재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국민들은 불매운동 등으로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을 표출하는 가운데 한국에 있는 일제 잔재 문화재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동안 여러 문화재 찾기 운동을 펼치면서 국내 문화재 중 친일 그림자가 숨겨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온 인물이 있다. 바로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다. 그는 지난 2017년 문정왕후현종 어보를 되찾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일요서울은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맞아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와 인터뷰를 통해 국내 문화재 속 친일 그림자를 들여다봤다.

- 지금까지 여러 문화재 찾기 운동을 위해 힘쓰셨다. 어떻게 지냈나.

계속 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을 하고 있다. 요새 몇 가지 신경 쓰는 일이 있다. 하나는 일본이나 외국에 있는 일보다도 국내의 문화재를 바로 잡자는 취지에서 이순신 장군 영정을 살펴보는 일이다. 문제는 친일파가 제작했다는 것’, ‘고증이 잘못된 것두 가지가 있다. 이것을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국립대전현충원 현판이 전두환 전 대통령 글씨로 만든 것이라 문제가 되고 있다. 그걸 우리가 사실을 확인해서 언론에 고발하기도 했다. 세 번째는 의정부시가 광릉 숲에서 불과 4km 떨어진 지역에 쓰레기 소각장을 설치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이고 세계적인 자연 생태계의 유산인데 하필 그 옆에다 쓰레기 처리장을 만든다고 하니 이를 저지하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 이게 최근에 추진 중인 프로젝트다.

- 우리나라에 일제 잔재 문화재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여 오셨다. 대표적으로 어떤 게 있나.

잘 시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내가 계속 이야기하는 게 있다. ‘사적지’,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유적에 숨겨진 일본식 조경문제다. 현충사에 일본식 연못을 만들어 놨다. 우리가 지적해서 작년에 완전히 원상복구했다. 또 국립서울현충원에 숨겨져 있는 가이즈카 향나무 약 8800그루 가로수를 제거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국립대전현충원에 가보니까 여전히 가이즈카 향나무가 심겨 있어서 거기에 있는 나무를 바꿨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화재와 관련된 일제 잔재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있다. 청와대에 있는 불상이다. 데라우치 총독이 경주에 순시를 갔다가 뇌물로 받아서 총독 관저에 놔뒀던 것이다. 이후 해방이 되면서 그대로 그 자리(청와대)에 남은 것이다. 대통령 관저 뒤에 있다. 내가 여러 번 행정당국에 얘기하고, 헌법 소원도 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권부의 상징이고 헌법에서 말하는 정교 분리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데라우치가 가져다 놓은 게 여태까지 남아 있어서, 청와대가 불상을 빨리 원래 있던 경주 또는 최소한 청와대에서 나가게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청와대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계속 미루는 상태다. 해방된 지 벌써 70년이 지났다. 일제 잔재 청산은 청와대에 있는 불상부터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계속 얘기하고 있다.

청와대 대문에 석등을 갖다 놓은 것도 있다. 석등을 대문에 설치하는 건 전형적인 일본 신사의 조경 양식이다. 청와대가 국적 불명의 대문을 설치하면 되겠느냐. 내가 전통식 대문으로 교체하라고 얘기했다. 지난 박근혜 정권 때 행정소송까지 해서 물론 패소했지만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 정권이 끝날 때 쯤 청와대 대문을 전통식 대문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진행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는데 정권 끝이 이상해지는 바람에그건 해결하지 못해서 계속 청와대에 얘기하고 있다.

-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손에 쥔 칼이 일본도라는 논란도 있었다.

국회 이순신 동상이 일본도를 쥐고 있다는 논란에 고증이 잘못됐다고 인정해서 바뀌었다. 두 번째는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동상의 칼이 일본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그게 일본도라고 확정하기는 어렵고 일본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순신 장군의 칼은 보물로 지정돼 현충사에 보관돼 있다. 1미터 97센티 정도 된다. 그 칼의 비례를 정확히 맞춰서 동상에 쥐게 했으면 일본도처럼 안 보였을 텐데 작가가 임의로 축소하면서 마치 일본도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잘못 만든 거다. 박원순 시장이 광화문 동상을 이전 또는 철거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데, 이번 기회에 동상 문제를 깨끗하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 영정도 문제다.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신사임당 심지어 윤봉길 의사도 논란이 일고 있다.

화폐에 있는 이순신 장군 얼굴은 장우성 화백이 그린 그림을 도안 영정으로 쓰고 있다. 장우성 화백은 일제시대 친일 화가라는 전력을 부인할 수 없는 사람이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만든 친일인명사전에도 등재된 인물이다. 이순신 장군 얼굴을 친일 경력을 가진 사람이 만들면 되겠는가. 문체부에서는 표준영정, 화폐 도안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 좀처럼 답을 내지 않고 있다. 국가 표준영정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고증이 잘못됐으면 바꿀 수 있으나 친일 경력이 있다고 해서 바꾸는 것은 안 된다고 한다. 접근 방법이 잘못된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내가 그동안 연구한 결과 국가 표준영정으로 지정된 장우성 화백의 이순신 영정은 복식이 잘못 그려졌다. 복식에 대한 고증, 친일 경력이 있는 사람의 작품이 국가 표준영정 1호다. 문체부가 친일이라는 이유만으로 영정을 바꿀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답변이다. 추석이 지난 이후 국가 표준영정에서 해지해 달라는 국민감사를 감사원에 제출할 생각이다. 세종대왕, 신사임당도 같은 맥락이다.

- 일제 잔재, 일본인 작가 제작 문화재 등에 대해 문화재청지자체가 평소에도 관심이 높은 편인가.

광화문 현판이 대표적인 사례다. 네 번째 바꾸고 있다. 이전부터 현판 바탕색을 바꾸고 흑백을 뒤바꾸는 엄청난 변화 작업을 하면서도 문화재청은 왜 잘못된 것인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나는 2013~2014년 두 번에 걸쳐서 이야기했고, 책도 썼다. 재심의 하는 자리에서 문화재청과 위원들에게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그들은 나에게 소위 망신 주기를 하고 광화문 현판 이야기를 다시 거론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자신들이 주장한 게 맞다고 보도자료까지 뿌렸다. 나는 26개월 동안 전 세계의 주요 박물관도서관을 돌아다녔다. 결국 19세기 광화문 사진을 찾았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있었다. 그래서 이제야 뒤집히게 된 것이다. 다시 현판을 복구하겠다고 하더라. 그러나 문화재청은 지금 자기들이 그걸 찾았고,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통해 복구를 결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광화문 현판을 교체한다는 것은 국가적인 대망신이다. 자신들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바꾸게 된 것을 문화재청장이 사과해야 한다. 또 관련자들은 중징계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거꾸로 포장하고 있다. 자신의 과오는 숨기고 포장하는 잘못된 관행인 셈이다. 이런 식의 관행이 유지되면 문화재청의 미래는 밝지 않다.

- 추석을 맞이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상해 임시정부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한 지금, 일제 잔재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이 분위기 속에서 국민들이 해야 할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인식이 그만큼 도달하지 못해서 실제로 청산되는 게 별로 없다. 구체적으로 친일 잔재를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에 대한 표상으로서 이순신 장군 영정과 같은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번에 제대로 해결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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