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국무위원 지명자 기자간담회가 지난 9월2일 오후 3시 30분부터 오전 2시 16분까지 약 11시간 동안 진행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전날 오후 3시 30분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국회 본청 246호에서 기자들로부터 100여 차례의 질문을 받았다.

입법기관인 여야 국회의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인사청문회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국회출입기자들이 참석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 결과는 ‘조국의 조국에 의한 조국을 위한 간담회’였다. 이후 포털 실검에 ‘근조 한국언론’, ‘한국기자 질문수준’이 상위에 랭크됐다.

국회 출입한 지 20년이 다 돼 가는 필자 입장에서 일반 국민들까지 참석한 국회출입기자들의 질문 수준을 보면서 상당수 실망스런 반응을 보여 씁쓸함이 앞선다. 현재 등록된 국회출입기자는 1700여 명에 달한다. 그중 당일 회견장에 참석한 기자는 150여명이다. 기자들에 대한 비판 중 조 후보자가 ‘밤 10시에 남성 기자가 자신의 딸집 문을 두드리며 나오라고 했다’며 아버지의 입장에서 눈시울을 붉혔을 때다.

그러나 참석한 기자들은 밤 10시에 기자가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다. 통상 기자들이 취재원의 제보를 받아 연락처나 집주소를 알아냈을 경우 이메일, SNS, 전화를 통해 확인하는 절차는 필수다. 특히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 관련 제보를 받았다면 당연히 확인 취재를 해야 한다. 본인 확인을 안할 경우 100% 명예훼손 소송감이다.

당연히 기자는 해당 집을 찾아가 새벽부터 밤까지 언제 들어올지 모르지만 버티기 전략을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한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된 기사가 나온다. 소송도 마찬가지다. 오직 팩트로 싸워야 한다.

당장 재판관은 ‘당사자가 해외에 있는 것도 아니고 국내에 머무르는데 왜 찾아가서 취재하는 성의를 보여주지 않았느냐’고 추궁한다. 이에 대해 ‘연락이 안 됐다’, ‘젊은 여성이라 혼자 있는 집까지 밤늦게 찾아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호소는 소용없다.

또한 기자라면 잘 알고 있지만 요즘은 소송이 대세다. 이를 잘 아는 기자들이 기사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향후 있을 법적 소송을 대비하기위해서라도 당사자의 입장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사실 적시도 명예훼손으로 처벌 받는 시대다.

특히 상대가 법무부장관 후보자이고 민감한 제보일수록 더 그렇다. 만약 소명을 듣지 못했다고 해도 기자가 얼마나 반론권 보장 기회를 당사자에게 줬는지는 재판 과정에서 중요하다. 감정이 이성을 누르거나 누르게 해선 안 된다.

결과적인 얘기지만 여당이 일부 국회출입기자들의 기자간담회 개최를 통해 조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갈음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회출입기자들을 활용하려 했고 이에 이용을 당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재반박이 불가능한 기자간담회 특성과 국회의원이나 법조·교육부 기자들에 비해 정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국회출입기자들이 신중했어야 했는데, 결국 집권 여당 장관 임명 강행에 ‘들러리’로 전락했다고 비판받는 점 역시 아픈 대목이다. 게다가 여야는 뒤늦게 조국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필자는 국회출입기자들이 모두 ‘기레기’일수도 없고 다른 부서 기자들에 대해서 대표성도 없다고 본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다. 오히려 ‘근조 한국언론’, ‘한국기자 질문 수준’ 등이 실검에 뜨자 이마저도 ‘어뷰징’((abusing, 자극적인 제목·사진 등을 이용해 조회수를 늘리거나 동일한 제목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전송하는 보도행태)한 기자들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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