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개정으로 인해 여야 정치권이 극한 대립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전액 국비로 운영되는 모 예술국립중학교 K 남자 교사의 여중생을 상대로 한 ‘성희롱’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학교는 전통 예술을 가르치는 학교로 전통과 예의를 중시하는 교풍에도 맞지 않아 주위를 경악케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인격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미완성인 여중생들을 상대로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면서 ‘나는 너의 아버지다’는 말 등으로 어린 여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줬다는 점에서 관련 학생 및 학부모들을 놀라게 하고있다.하지만 이러한 성희롱 사건은 그 심각성에 비해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다. K교사의 친형이 교감으로 있는데다 도제식 학교 교육, 선후배간 얽히고 설킨 관계, 예술학교 특성상 진로분야의 좁은 시장 등이 성희롱을 묵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K교사 ‘나는 너희들의 아버지다’

이번 K교사의 성추행이 오랫동안 비밀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인은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여중학생들의 성지식 몰이해와 인격적 미완성, 그리고 ‘아버지’와 동일화시킨 K교사의 훈육방식, 선후배로 얽힌 학교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K교사는 담임반 학생들에게 수시로 ‘나는 너희들의 아버지다’, ‘나는 남자가 아니다’라고 세뇌를 시키다시피 하면서 1:1 레슨 중에 가슴을 만지거나 일반 수업중에도 학생들로 하여금 팔에 가슴이 닿도록 유도함으로써 공공연히 신체적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1:1 교육이 실시되는 경우에는 노골적으로 은밀한 부위에 손을 갖다 대고 성적 언사를 일삼는 등 심한 수치심을 여중생에게 주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K교사로부터 수업을 받은 A 학생은 <일요서울>과 인터뷰에서 “당시 너무 어렸고 아버지라는 말에 세뇌당해 신체적 접촉을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줄 몰랐다”고 전했다.

또 K 교사의 일명 ‘알볼기’라는 체벌은 성희롱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알볼기란 여학생의 맨 엉덩이를 손으로 때리는 체벌로 당시 담당 학생들 사이에 유명한 체벌이었다. 결국 이런 K교사의 성추행은 2003년 타반 여학생들에게도 행해져 피해자 어머니들에게 ‘집단항의’를 받기도 했다. 졸업하고 대학생이 된 B 여학생도 “당시 K교사가 학생들의 특정 신체부위를 만져 들고 일어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하지만 이에 대해 C 여학생은 “학교가 좁고 소문이 많은 동네다”며 “2003년 사건은 과장된 것으로 들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같은 학교 D 선생님은 “아버지처럼 자식처럼 생각하는 교육방식이 몇 몇 학생들에게 불만으로 나타난 것 같다”며 “그렇다고 전부 소문이나 음해성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전했다.이 사건은 외부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 소동이후 K 교사는 이듬해인 2004년 3월초에 뇌경색으로 쓰러져 1년6개월 병가를 내기도 했다.

학생·교사·학부모, 왜 침묵했나

강남에 위치한 이 학교는 특히 선후배간 정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재학생 수가 적어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나 교감, 교장, 학생이 모두 중고등학교 선후배지간이거나 예술대학 특성상 특정 대학교에 졸업생들이 몰려 있어 한 다리 건너면 다 알 수 있는 선후배관계다.여기에 교풍이 엄하고 보수적인 학교 분위기도 한몫했다. 선배 말이면 아무 말도 못하는 학교분위기에 도제식 교육으로 학생들은 자유롭게 말을 하지 못했다.

이런 점은 피해를 입은 여학생들이 선생님들에게 상담을 해도 선생님들은 학생을 보호할뿐 실제적으로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는 못했다.특히 K교사 담임반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이면서 다른 반 학생 어머님들에 의해 집단 항의를 받은 것은 전액 국비 장학생인 학생들이 고등학교 진학에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 학부모들과 더불어 ‘수수방관’한 것이 문제를 더 곪게 만들었다.올해 교장으로 승격할 것으로 알려진 K교사의 친형이 보이지 않는 방패막이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친형은 현 고등학교 교감으로 성추행으로 문제가 될 당시에는 중학교 교감직을 수행해 더욱더 선생님들과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을 경직케 만들었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 K교사 입장 “성추행 혐의 억울 학교 그만 두겠다”

여중생 성추행으로 지목된 K 교사는 아직도 학교에 재직중이다. 사태가 커지자 그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억울하지만 학교를 그만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그는 “성추행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소문이 난 것에 대해) 너무 창피하고 수치스런 일이다. 평생직장인 교사직을 그만 두겠다”고 반성의 빛도 보였다. 하지만 자신이 성적 수치심을 중학생들에게 준 것과 관련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고 친자식이상으로 생각하는 나의 교육관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현재 뇌경색이 재발돼 병원에 입원중인 K 교사는 “나를 두 번 죽이지 말아 달라”며 “올바른 교사가 되려고 노력했다”고 선처를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피해학생들의 증언과 관련 적극 변명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자신의 행위가 잘못됐음을 시인하는 태도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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