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카운터 직원인 A양(여, 30세)은 손님인 B씨(남, 40세)와 모텔에 들어갔다가 모텔 창밖으로 뛰어 내려 다리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A양은 엉금엉금 기어가서 인근에 있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모텔에 함께 투숙했던 B씨는 강간치상죄로 구속되었다. B씨는 무죄를 주장하는데 실체적 진실은 어떻게 밝혀졌나?

이 사례는 실제로 필자가 검사시절 직접 수사했던 사건이다. 필자가 B씨를 조사하였는데 그의 진술에 의하면, 자신은 A양과 30만 원에 성관계 하기로 합의하에 모텔 방으로 들어갔고 자신이 먼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A양이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하면서 모텔 창밖으로 뛰어내렸다는 것이다. 반면 A양의 진술에 의하면, 자신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B씨에게 이끌려 모텔에 들어갔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B씨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것을 보고 자신을 강간하려는 것으로 생각하여 이를 모면하기 위해 기겁을 하고 창밖으로 뛰어내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묵은 모텔방은 2층이고 더욱이 A양이 뛰어내린 장소는 건축폐자재와 철근 등 예리한 물건들이 널려 있는 위험한 곳이어서, 운이 없을 경우 생명에 위험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사실 A양의 진술에 더욱 신빙성이 있어 보였는데, B씨가 하도 간곡하게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필자는 사건의 구성을 처음부터 다시 되짚어 가기로 했다. 먼저 사건의 단서는 최초 상황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A양이 뛰어내린 뒤 기어가서 신고한 장소를 알아봤는데 인근 만둣집이었다. 그래서 만둣집 여주인과 최초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을 조사했다. 그런데 그들 진술에서 의외의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A양이 만둣집에 기어가서는 그곳 여주인의 도움으로 전화를 빌려 경찰에 신고했는데 막상 경찰관이 그곳에 출동하자, A양은 그 출동한 경찰관에게 만둣집 여주인이 자신을 인신매매할 목적으로 납치했다고 황당한 진술을 한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A양이 술에 취할 경우 망상에 빠지는 정신착란 증세가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나서 B씨를 무혐의 석방하면서 끝이 났다. 만약 필자가 만둣집 여주인과 최초 출동한 경찰관을 조사하지 아니하였다면 아마 B씨는 강간죄의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어 꼼짝없이 ‘강간치상’이란 중죄로 수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였을 것이다. 이렇듯 성범죄와 관련된 사건의 경우 상상치 못하는 변수가 작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항상 조심해야만 된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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