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앞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드러누워 있다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앞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드러누워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결국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 없이 검찰로 넘어아게 된 모양새다. 검찰의 송치 요구가 있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과정에서 국회 내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안에 대해 고소·고발된 사건 전체를 검찰 수사지휘에 따라 10일 서울남부지검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출석을 했든 안 했든 전체 사건을 송치하겠다는 취지"라며 "사실 수사를 하면서 계속 검찰과 협의를 해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안 오는 부분도 일정한 영향이 있겠지만 전체적 수사기한 등에 대해 계속 협의했고, 그 과정에서 검찰이 10일까지는 송치를 반드시 해달라는 협의 결과가 있었다. 경찰은 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서 이첩된 17건과 경찰에 직접 접수된 1건 등 18건의 고소·고발을 수사해왔다.

검찰로 넘어가는 18건의 수사 중 기소의견이 달린 사건은 하나도 없다.

경찰은 이 가운데 14건에 대해서는 기소나 불기소 의견을 달지 않는 형태로 '사안송치'를 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고발 등 4건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의견을 달 수 있을 정도로 완벽히 수사가 이뤄졌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검찰과 협의한 결과 14건의 충돌 사태 관련 사건은 별도 의견 없이 송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피고발인 조사도 모두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은 2000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피고발인이 121명, 현직 국회의원이 109명이다. 경찰이 실질적으로 소환조사를 요구한 국회의원은 모두 98명이다. 정당별로는 자유한국당이 59명으로 가장 많고, 더불어민주당이 35명, 정의당 3명, 바른미래당이 1명이다.

실제 출석 조사에 응한 국회의원은 33명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30명 의원들이 경찰서를 찾아 조사를 받았고, 정의당 역시 소환을 요구 받은 3명 모두 출석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최근에도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며 단 1명도 출석하지 않았다.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경찰이 3회 이상 출석을 요구했음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경찰도 내부적으로 체포영장을 통한 강제수사를 검토했다. 하지만 검찰과의 협의 끝에 체포영장을 통한 소환조사 없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검찰에 접수된 사건이다. 검찰에서 송치 지휘를 하게되면 현행 법규상 거부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수사한 직원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면도 있을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출석 요구를 3회 했음에도 안 나온 이들까지 포함해 검찰과 협의했다. 자체적 내부 논의도 있었지만 (체포영장) 청구권을 들고 있는 검찰 협의가 우선이었고 협의를 이번 송치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체포영장 신청에 대한) 고민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출석요구를 하지 않은 11명 의원에 대해서는 영상분석 등의 단계에서 혐의사실이 밝혀지지 않아 소환 조사가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국회의원이 아닌 피의자 12명 가운데서도 3명만 소환 조사가 이뤄진 채 사건이 송치됐다. 황 대표는 출석요구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과 우리는 이 사건이 국민 관심이 큰 사안이기에 빨리 끝내야한다는 점에서 생각이 같았다"며 "검찰에서는 빨리 송치를 해서 마무리를 하겠다는 의중이 있는 것 같고,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것이 (송치를 요구한) 가장 중요한 이유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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