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진단 중인 구급대원. [뉴시스]
환자를 진단 중인 구급대원.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2015년 확산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로 사망한 환자 유족에 대해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당시 치료를 담당했던 병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0단독 남수진 판사는 메르스 환자 A씨 유족 3명이 K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국가는 A씨 아내에게 2050여만 원을, 자녀 2명에게 각각 870여만 원을 지연이자와 함께 지급해야 한다. 다만 병원은 격리조치할 정보가 없었다는 이유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 사망과 A씨 아내의 감염이 보건당국의 과실로 인해 비롯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감염병 관리 사업 지침에는 역학조사 종료 후 추가환자 발생 여부 등에 대해 사후 모니터링을 하도록 돼 있고, (지난) 2015년 5월 21일 이미 1번 환자를 통해 2, 3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며 "3번 환자의 경우 일반적인 비밀감염으로 보기 어렵고 바이러스 변형 우려도 있으니 대처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음에도 16번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의 증상 발현에 대해 아무런 감시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는 (지난) 2015년 5월 31일부터 증상이 시작됐고 16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했으므로 5월 28일부터 5월 30일 사이 16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A씨 아내도 A씨 병실에서 간병을 했으므로 그 무렵 16번 환자 또는 A씨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1번 환자의 확진이 지연됐다고 하더라도 늦어도 그해 5월 21일에는 접촉자 범위가 결정돼 5월 24일까지는 16번 환자가 추적됐을 것이므로 A씨와 16번 환자가 접촉하기 이전에 16번 환자는 격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병원의 배상책임과 격리조치를 하지 않은 데 대한 국가의 과실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격리조치는 관련 법령 및 메르스 대응지침에 따른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라며 "모든 격리조치에 국가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K병원 의료진이 16번 환자 입원 당시 메르스 감염을 의심할 만한 정보가 없어 16번 환자의 질환을 세균 또는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추정했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K병원 의료진이 16번 환자를 다인실에 입원하도록 한 것이 병원 지침을 위반했거나 의료법을 위반해 환자 보호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5월28일부터 30일까지 16번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해있다가 3일 뒤 확진 판정을 받고 그해 6월12일 사망했다. A씨 아내도 같은 병실에 있다가 메르스에 감염됐지만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유족들은 A씨가 감염성 질환에 취약한 환자인데도 16번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시키고 감염 예방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했다며 병원과 국가를 상대로 지난 2015년 9월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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