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뉴시스]
강정호 [뉴시스]

 

사람들은 흔히 미국을 ‘기회의 땅’이라고 부른다. 주어진 기회를 잘만 살리면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사업가든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연예인이든 운동선수이든 상관 없다. 소수민족 출신이어도 관계없다. 실력만 있으면 실력만큼, 때로는 그 이상의 ‘대박’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더 이상의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는다. 백인이든 흑인계든 히스패닉계든 동양계든 가리질 않는다. 
프로야구 추신수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미국에서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했다. 고진감래 끝에 그는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추신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 했다. 그 결과 7년 간 1억3천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대우를 받고 텍사스 레인저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텍사스에서 몸값에 비해 그다지 큰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으나 그것은 추신수의 책임이 아니다. 
탬파베이의 최지만 역시 언젠가는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높다. 마이너리그에서의 힘든 생활을 청산하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그는 추신수 못지 않게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리고 있다. 지금과 같은 활약을 꾸준히만 보인다면 가까운 시일 안에 추신수와 같은 ‘대박’을 더뜨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중도에 하차한 선수들도 많다. 특히 KBO 출신들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자신의 스펙 쌓기용으로 이용하는 측면이 많았다. KBO는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는 이력만으로도 거액을 챙길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황재균, 이대호, 박병호, 윤석민, 김현수 등이 그랬다. 이들은 처음부터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는 전혀 없었고 “안 되면 돌아온다”는 전제를 깔았다. 그러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들 중에서는 아예 메이저리그 수준의 실력이 없는 선수도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강정호의 실패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는 메이저리그에 최적화된 선수처럼 보였다. 적어도 2년 간은 그랬다. 더 큰 꿈을 이룰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피츠버그 구단이 2년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그를 버리지 않고 기회를 준 것이다. 
그러나 강정호는 그런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2년간의 공백이 너무 컸다.
결국 피츠버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냉정하게 그를 버렸다. 밀워키 브루어스가 마이너리그 계약 조건으로 손을 내밀었으나 이마저 비자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졸지에 갈 곳이 없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제미아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기회를 살리지 못한 강정호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누굴 탓하겠는가.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누구보다 높았으나 이렇게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여기저기 기웃거려야 하는 신세가 될 줄 강정호는 미처 몰랐을 것이다. 
현재 강정호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미국에 남아있는지, 남미로 날아가 거기서 훗날을 도모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조용히 한국에 귀국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가 야구 선수로 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음주운전 이력 때문에 KBO에 다시 들어가려면 최소한 3년은 기다려야 한다. 
KBO가 안 되면 일본리그를 노크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리그 역시 선수들의 품위에 민감한 곳이어서 강정호를 받아줄지는 알 수 없다. 이밖에 대만리그가 있으나 강정호가 그곳까지 가려고 할지 역시 미지수다.   
결국 남은 옵션은 남미리그밖에 없어 보인다. 그곳 윈터리그에서 맬활약을 펼친다면 메이저리그 구간들이 관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밀워키와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고리로 반드시 비자를 받아내야 한다. 현재로서는 이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이도저도 안 되면 일반인 강정호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강정호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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