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스틸컷. 2019.04.19.
영화 ‘기생충’ 스틸컷. 2019.04.19.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미국 최고의 영화제인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수상을 위해 미국 시장에 도전할 모양이다.
오는 10월11일 미국 개봉을 앞둔 ‘기생충’은 최근 북미 시장의 관문으로 불리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관객 3등 상을 받아 아카데미에서의 수상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다. 
영화를 만든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최우식 등 주요 출연 배우들은 북미 개봉에 앞서 열리고 있는 각종 영화제에 참석해 아카데미상 수상을 위한 홍보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적지 않은 국내외 영화인들도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기생충’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과는 달리 미국 시장에서는 그다지 크게 성공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이유는 단 하나. 사회주의를 선동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기생충’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빈부 차에 대해 특히 민감한 사회 분위기 때문으로 보인다. ‘있는 자’에 대한 반감과 이로 인한 평등사회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 등이 작용했다는 말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슬픔과 두려움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봉준호 감독의 의도대로 이 영화는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젊은 층의 감성을 제대로 건드리는 데 성공했다.
‘기생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병폐를 한 가족의 집간 사기극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자본주의의 대체자는 사회주의일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마르크스 이론처럼 자본주의를 최대한 발전시켜 부를 극도로 축적해야 한다고 외치는 듯하다. 기우가 마지막에 읊조린 “그날이 오면”에서 ‘그날’은 자본주의가 무너지고 사회주의가 달성되는 날을 일컫는 것은 아닐까.
이러니 사회주의를 생리적으로 혐오하는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생충’을 좋아할 리 없다. 
또한 비록 여러 가지 불합리한 점은 있다 해도, 그나마 자본주의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체제로 인정하고 있는 미국 국민들 역시 기존의 자본주의를 무너뜨리고 사회주의 체제를 이룩하자는 영화를 돈 내고 볼 리 없다.
미국 사회는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그 기회를 잘 이용하는 자에게 부와 명예가 주어진다“는 정서 안에서 모든 것이 돌아간다.
만일 이들이 ’기생충‘을 본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단박에 할 것이다. 사지 멀쩡한 가족들 모두가 왜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구하지 않고 사기를 쳐서 잘살고 있는 한 가정을 파멸시키는가. 아버지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운전을 하면 될 것이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하면 될 것이고, 과외할 정도의 실력의 소유자인 아들은 좀 더 열심히 공부해서 번듯한 직장을 가지면 될 것이고, 온갖 서류를 조작할 실력을 가진 딸은 역시 그런 실력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직장에 들어가면 될 것 아니냐고 말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게 안 되니까 사기를 칠 수밖에 없다고. 
맞는 말일 수 있다. 지금의 한국 사회에 국한시키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사회는 그렇지 않다. 누구나 실력만 있다면 학력, 인종 등 출신성분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리지만 실력이 좋아 나보다 몇 배 많은 연봉을 받는다 해도 이를 인정한다.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게 미국 사회다. 
그러니 실력으로 부를 축적한 죄 없는 한 가정을 단지 ’있는 자‘가 싫다는 이유로 사기를 쳐서 파멸시키는 사회주의적 영화인 ’기생충‘에 박수를 보낼 미국인은 없다는 말이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의 흥행과는 관계없이 작품성만으로 영화를 평가하는 아카데미상의 특성상 '기생충'이 확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잘 하면 후보작도 되고 상까지 받을 가능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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