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브로커 윤상림의 엽기행각에는 끝이 없다.검찰 수사관계자들은 아예 “눈뜨고는 못볼 정도”라고 하소연할 정도다.거만하게 구는 건 기본이고 고위층과의 친분관계를 들먹이며 윽박지르기도 한다.누가 피의자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한다.실제로 윤상림 수사팀의 한 검사는 “검사생활 십수년만에 저런 친구는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따라서 검찰주변에서는 윤씨가 궁지에 몰리면서 벼랑끝 전략을 쓰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윤씨의 엽기행각은 검거과정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제주도로 골프를 치러가던 윤씨는 김포공항 VIP 주차장에서 체포된 후 달아나려다 실패하자 돌연 길바닥에 기절, 수사관들을 당혹케 만들었다. 그러나 놀란 수사진이 의료진을 불러 확인한 결과 윤씨의 실신은 ‘꾀병’으로 밝혀졌는데, 이날의 해프닝은 시작에 불과했다. 윤씨의 엽기 행각은 지난해 구속된 후에도 이어졌다.

윤씨는 검찰수사를 받는 도중에도 좀처럼 기세를 꺾지 않은 채 거물 브로커로서의 위풍당당(?)한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검사들 앞에서도 고위층과의 친분을 거론하며 “판을 뒤엎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기 일쑤였다. 그러나 검찰이 계좌추적 등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자 윤씨의 기세는 잠시 수그러드는 듯했다. 대신 그는 ‘핑계작전’에 돌입했다. 조사를 받는 도중 ‘화장실에 가고 싶다’, ‘머리가 아프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등의 갖가지 핑계를 만들어내며 순간순간의 위기를 회피하려 했던 것.‘떼쓰기’도 윤씨의 빼놓을 수 없는 엽기행각 중 하나. 윤씨는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으면서도 ‘전국 노래자랑’과 ‘칭기즈칸’은 꼭 봐야한다며 TV를 설치해달라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도 했다고 한다.

윤씨는 또 조사를 받던 도중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자해쇼를 저지르는가 하면,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 ‘고문을 당했으니 기자회견을 해야겠다’며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는 것이다.그러나 수감 2개월이 넘은 현재까지도 윤씨의 엽기행각은 좀처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검찰은 ‘광인’행세를 하는 윤씨로 인해 또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혼잣말을 중얼거리거나 제정신이 아닌 듯 횡설수설하는 것은 기본. 심지어 얼마전 윤씨는 탁상용 달력에 있는 숫자들을 가리키며 “검사님, 이 숫자들에서 전화벨이 울립니다”라고 하는 등 정상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또 불교신자로 알려진 윤씨는 최근 검찰 직원으로부터 ‘마음을 진정시키라’는 의미로 건네받은 성경을 품고 다니며 신앙인의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윤씨의 행동에 검찰은 속이 시꺼멓게 타들어가면서도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검찰이 전전긍긍하는 이유는 윤씨의 기이한 행동으로 인해 수사가 자꾸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윤씨는 조사도중 곤란한 질문을 받으면 진술대신 난데없이 ‘할렐루야’를 외치곤 하는데, 각양각색으로 이뤄지는 윤씨의 방해공작에 검찰은 적잖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지난 1월 2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윤씨에 대한 첫 형사공판이 열렸다. 그동안 윤씨가 보여준 엽기행각 때문일까. 이날 공판에는 윤씨의 돌발행동에 대비, 10여명의 교도관들이 법정안에 배치되어 눈길을 끌었다.

다행히 첫 공판은 큰 사고 없이 끝났지만, 현재 정관계 초거물급 인사들이 윤씨와의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윤상림 게이트’에 대한 수사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 윤씨의 엽기행각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묵비권 행사 및 수사에 불응하는 태도를 보이던 윤씨가 최근 그나마 조금씩 입을 열고 있다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 비관적인 수사전망 및 조기 수사종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것과 관련, 검찰측이 “누구 좋으라고 수사를 관둡니까?”라며 발끈하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정황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검찰은 20명을 추가투입시킨 ‘윤상림 특별수사팀’을 가동, 하남 아파트 인허가 비리와 송도 신도시 건설 수주·인사청탁 비리, 변호사 수임비리 등 분야를 나눠 혐의를 집중 추궁할 방침으로 알려짐에 따라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검찰에 윤씨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윤씨의 화려한 전력(?)으로 미뤄볼때 끝까지 고삐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전방위 압박수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 윤씨의 돌출행동이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일어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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