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공직후보자추천과 관련, 여성 후보에 대한 가산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여성 후보에 인센티브를 무조건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줄 수도 없는 가운데 당 여성국이 최근 이와 관련, 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돼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성 인센티브’는 오는 5월3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까지도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한나라당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른 박근혜 대표가 여성이라는 이유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

유력 여성 대통령 후보가 없어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논의된 적이 없는 ‘여성 대통령 후보 인센티브’는 박 대표의 대선 레이스와 맞물려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로 부상할 전망한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라는 여성계의 주장에 힘입어 각 당은 여성들의 실질적인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공직후보자추천과 관련, 여성 후보에게 가산점을 주도록 당규 개정안 작업을 벌여왔다.

친여성적 이미지 제고

여성 인센티브를 가장 먼저 시행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경우 강제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투개표방식과 관련, 당헌 115조 9항은 “공직후보자추천 선거에서 여성이 포함될 경우, 그 여성후보의 득표수에 20%를 가산한 득표수를 기준으로 후보자를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뒤늦게 여성 후보자 가산점 제도를 명문화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한나라당 여성국은 지난달 현역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당규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한나라당 여성국 관계자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여성 후보자 가산점 제도는 유권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일반 여성 및 여성단체들에 한나라당의 친여성적인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큰 몫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몇 가지 미묘한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먼저 공직후보자의 적용 범위다. 작게는 당장 기초·광역의원으로 한정하느냐 아니면 기초·광역단체장까지 넓히느냐에 따라 출마를 선언하거나 저울질하고 있는 여성 후보들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특히 광역단체장까지 넓힐 경우 경기도지사에 도전하는 김영선(고양 일산을) 의원과 전재희(광명을) 의원의 경우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설문조사 첫 문항 역시 공직 후보자의 범위에 대해 묻고 있다. 첫째, 대통령을 제외한 공직후보자(지역구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지역구 광역·기초의원) 둘째, 대통령과 지역구 국회의원을 제외한 공직후보자 셋째, 대통령, 지역구 국회의원, 광역·기초단체장을 제외한 공직후보자 등 범위를 점차 제한하고 있다.

인센티브, 지방선거 효과


여성 인센티브와 관련, 두 번째로 지적되는 문제는 대선 후보 경선 방식과 관련 당규를 개정하는 작업이 이번 설문조사의 결과와 무관치 않은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데 있다. 설 연휴 후 작업이 완성될 것으로 보이는 설문조사 결과에 당내 시선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로 박근혜 대표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여성인 박 대표가 한나라당의 차기 대권 유력 주자로 떠오른 상황에서 오는 지방선거 여성 인센티브의 공직 후보자의 적용 범위와 그 효과는 지방선거 이후 당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대선 후보 경선의 당규 개정 작업과 관련, 논의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는 게 당내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론 이번엔 공직자 후보에 있어 ‘대통령 후보’는 제외된 상태다. 이와 관련, 당 여성국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는 지방선거에 맞춰 설문조사가 진행됐으며, 대통령 후보까지 거론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러나 대선 국면에 접어든다면 새로운 논의를 거쳐 당헌·당규 개정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여성의원 중 중진급인 모 의원은 “지방선거에 초점이 맞춰져 ‘대통령 후보’가 적용 범위에서 제외된 것으로 안다”면서 “설문의 공직후보자 범위와 관련, ‘대통령 후보’까지 선택할 수 있었다면 이를 지지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대선 경선 방식의 모델

짚어볼 대목은 정치권에서 여성 인센티브가 여성 대통령 후보에 적용될 수 있느냐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른 여성 정치인이 없었던 탓이 크다. 이는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모든 공직자 후보에 여성 인센티브 제도를 정착시켰지만, 대통령 후보에 적용 가능성에 대한 관측은 아직까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의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라는 당위성을 뛰어 넘어, 지방선거 직후 대표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오로지 대선 후보의 길목에 들어선 박 대표의 긴 대선 레이스에 커다란 방점을 찍을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 한나라당 ‘여성 인센티브’ 박근혜의 딜레마 “여성성 내세워 승부한 적 없다”

한나라당의 이번 ‘여성 인센티브’ 설문조사와 관련, 결과의 구체적인 내용과 무관한 논란이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여성 정치인에게 여성 인센티브를 준다는 조건 하에, 과연 박근혜 대표가 인센티브를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관측이다. 현재 당내의 반응은 반신반의다. 우선 박 대표의 지난 정치 역정이 ‘여성성’과는 무관한 방향으로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우선 ‘줘도 받지 않을 것’이란 주장엔 5년 전 부총재 시절의 박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때는 2000년5월31일.신임 총재와 7명의 부총재를 선출하기 위한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열렸다. 이날 총재선거에서는 이회창 김덕룡 강삼재 손학규 후보 등 모두 4명이 후보로 나선 가운데 이회창 후보가 1차 투표에서 반수를 넘는 표를 얻어 신임 총재로 선출됐다. 한나라당은 이날 총재 선출에 이어 당헌·당규상 12명으로 돼 있는 부총재 가운데 전당대회에서 경선으로 뽑도록 한 7명의 부총재에 대한 투표를 실시했다. 박근혜 후보를 비롯해 이부영 하순봉 최병렬 김용갑 이상득 등 모두 1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그리고 박 대표의 당선에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비록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진 정치인이었지만, 안정권에 들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여성 인센티브와 박 대표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당내 관계자들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부총재 출마 결심과 관련, 그의 단호한 결단에 있다.

당 지도부 진출에 있어 추천직 부총재라는 연착륙 방법이 있음에도 “왜 굳이 경선에 출마하느냐”는 측근들의 만류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박 대표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여성이기 때문에 추천되는 부총재라면 차라리 나서지 않겠다”면서, 부총재 경선에 도전한 것이다. 한편, 대표 취임 1주년을 즈음해 가진 인터뷰에서 박 대표는 ‘여성 대통령 시기상조론’에 대한 박 대표의 답변은 강한 의문점을 남기는 대목이다. 당시 박 대표는 시기상조론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생물학적인 성이 아닌 대통령의 자질만을 조건으로 내세워, 자신을 겨냥한 화살을 정면으로 받아낸 적이 있다.

때는 4·15 총선에서 위기의 한나라당을 구해냈으며, 당내·외의 비주류의 거센 도전도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돌파하며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내 관계자들은 물론 정치권 안팎에서 ‘여성 대통령 시기상조론’이 박 대표의 발목을 잡는 듯했다. 한국에서 여성이 대통령이 되기에는 이르지 않느냐는 것. ‘아버지의 후광’이라는 비난에도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박 대표가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방선거 이후 언젠가는 부딪치게 될 ‘여성 대통령 후보 인센티브’와 관련, 박 대표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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