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뉴시스]
류현진 [뉴시스]

류현진의 사이영상 수상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팔이 안으로 굽기에 한국 언론들은 그의 사이영상 수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연일 바람 잡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으나, 김칫국 마시는 것 같다. 정작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고 있는데 말이다. 
사이영상은 한 시즌 내내 별다른 기복 없이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투수에게 주어진다. 
류현진이 과연 그랬는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특히 류현진은 후반기에 범하지 말아야 할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4경기 연속 흠씬 두들겨 맞고 조기에 강판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는 사이영상 수상자를 결정지을 투표단의 심기를 건드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록 모의 투표이지만, 류현진에게 사이영상 1위 표를 던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남은 경기에서 호투한다 해도 그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류현진이 극심한 부진 이후 정상적인 로테이션이 아닌 관리 차원의 등판을 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소로 꼽힐 수 있다. 그의 내구성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내년 계약 문제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 그에게 관심 있는 구단들은 류현진의 부상 전력과 내구성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몸값을 낮추려 할 것이다. 시즌 중 언제 어떤 부상을 입을지 모르는 선수에게 천문학적인 거액을 배팅할 구단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류현진과 그의 에이전트 스캇 보리스의 대응 전략도 마땅해 보이질 않는다. 천하의 보라스도 이 부분만큼은 어찌 할 수 없을 것이다. 
현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임에는 분명하다. 가격만 맞으면 그와 계약하지 않을 구단이 없을 정도로 실력이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류현진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도 솔로몬 왕에 버금가는 고도의 지혜 말이다. 
보라스야 고객이 돈을 많이 받아야 자기에게 떨어지는 커미션이 증가하기에 어떡하든 류현진의 부상 이력과 내구성 문제를 최소화하고 그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려 들 것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그런 보라스의 전략에 넘어가면 안 된다. 박찬호를 비롯해 숱한 선수들이 보라스의 이런 꾐에 빠져 거액은 손에 거머쥐었으나 평생 ‘먹튀’로 낙인찍혀 살아가고 있다.
이번 기회에 돈이라도 제대로 챙기고자 한다면 보라스가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 그런 방면에 그는 거의 신의 경지에 올랐을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먹튀’ 소릴 듣지 않으려면 정말 신중해야 한다. 비록 연봉은 좀 적게 받더라도 오랫동안 자신을 잘 관리해줄 구단을 찾아야 한다. 
필자 생각에는 그래도 친정인 LA 다저스가 최상의 팀이 아닐까 한다. 류현진이 절망의 수렁에 빠져 있을 때 그를 기적처럼 건져낸 팀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문제는 다저스의 생각이다. 내년 시즌부터 아예 류현진 없는 투수진을 구상하겠다면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저스는 몸값만 적당하다면 류현진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한 투수를 구하는 게 현실적으로 녹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류현진도 다저스를 떠날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주위, 특히 언론들의 이런저런 기사에 넘어가지 말고 메이저리그에서 롱런 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류현진은 또한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다저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의 할약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려면 남은 정규리그 등판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시선을 포스트시즌에 맞춰놓고 컨디션을 조절해야 한다. 정규리그에서 더이상 힘을 빼지 말라는 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래야 내년 계약 과정이 순탄해진다. 괜히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한 마리도 못잡고 둘 다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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