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총리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측근들의 움짐임이 부산해지면서 ‘뭔가 있다’라는 말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고건 진영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동안 장고를 거듭하던 고건 전총리가 최근 ‘중대결심’을 하고 몸만들기에 들어갔다고 말한다.‘중대결심’의 내용은 다름아닌 본격적인 정치권 진입이다.이는 신당창당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실제로 고건진영의 내부사정에 밝은 정치권의 한 인사는 “신당창당은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금은 발표시기를 저울질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건 전총리는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신중한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때문에 언론의 집요한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애매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하지만 정통관료출신으로 그는 일단 결정을 내리면 실행에 옮기는 스타일이다. 결정은 신중하게 그러나 실행은 빈틈없이 철저하게 하는 것이 그의 행정철학이다.

창당시기 3월이냐 6월이냐 저울질

벌써부터 창당시기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있다.현재 유력하게 나오고 있는 것은 ‘3월 창당설’과 5·31 지방선거 이후인 ‘6월 창당설’로 모아지고 있다.고전총리는 일단 신당창당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현재 이 두가지 안을 놓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두가지 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만약 3월에 창당을 하게 되면 지방선거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세를 모으로 조직을 갖추는데 시간이 촉박하다.설사 빠른 속도로 밀어부쳐 선거에 참여한다해도 지금으로써는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따라서 대안으로 ‘6월 창당’도 고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자칫 지방선거에 나섰다가 신당이 참패를 하게되면 고전총리는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외상을 입게 된다.나서지 않는니만 못한 꼴이 돼버리는 셈이다.

하지만 반대로 광역단체장 1~2곳을 건지게 되면 그 폭발력은 대단하다.신중한 고전총리이지만 이는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때문에 신당창당과 관련 그는 끊임없이 주변의 조언을 구하고 타당성을 따져본 것으로 전해진다.최근 깃발을 올린 ‘미래와 경제(Great Korea Form)’ 발기인 중 허물이 없는 사람들과 이 문제를 상의 한 것으로 전해진다.고전총리가 자문을 구한 인사들은 신당창당에는 긍정을 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하지만 서둘기 보다는 둘러가라고 조언을 했다고 한다.6월창당에 무게를 실어준 것이다.그러나 고건진영은 신당창당과 관련해 아직 이렇다할 확언을 하지 않고 있다.한마디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 기운이 역력하다.고건 진영의 한 측근은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면서도 “세력결집을 위해서 창당은 필수적인게 아니냐”고 반문했다.이어 이 측근은 “독자적으로 나가든 외부와 연대를 하든 창당은 기본”이라고 못박았다.설사 연대를 한다해도 고전총리가 단기필마로 다른 정당에 들어가는 모양새는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 설명이다.개인 대 조직의 통합 보다는 조직 대 조직의 통합으로 가야 힘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준 ‘당’ 만든다

하지만 고건진영은 시기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그는 “좀 더 두고 보자”고 말꼬리를 흐렸다.고건진영이 이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아직 내부에서 이견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고건 대통령 만들기를 적극 표방하고 나선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The Great Korea Society, 이하 한미준)은 조기창당 지방선거 참여를 주장하며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한미준은 지방선거전 창당을 강력 주장하고 있다.한미준은 ‘국민통합형 지도자, 제3세대 리더십’을 강조하며 고 전 총리가 차기 대권에서 신당창당을 통한 독자 출마를 원하고 있다.이들은 ‘3월창당’쪽에 무게를 두고있다.물론 고건진영은 한미준과의 관계에 대한 정치적인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하지만 장석창 한미준 기획위원장은 “서로 교감없이 임의대로 출범할 수 있느냐”고 반문해 고건진영의 정치외곽조직임을 분명히 했다.

한미준은 전문가 집단 450명과 일반회원 500명으로 40~50대 정당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특히 5.31지방선건에서 광역단체장 및 기초단체장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실제로 장위원장은 “당장 선거를 실시해도 16개 광역단체장 후보자를 비롯해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등 400여명이 전국적으로 출마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나 ‘한미준’에게도 딜레마가 없는 건 아니다.고 전총리의 또다른 측근그룹인 학자출신등 전문가 집단은 현재 5.31 지방선거 전 창당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이다.이들 그룹은 당분간은 전면에 나서지 말고 배후에서 이미지업에 치중하자는 의견을 내보이고 있다.고 전총리의 또 다른 측근은 “학자출신이나 이론에 능한 분들은 5월전 창당에 대해 부정적이며 이미지업에 치중하자는 의견이다”고 대립하고 있음을 전했다.

16개 광역 단체장후보 ‘영입’
특히 지난주 출범식을 가진 ‘미래와 경제’의 부정적 의견이 골칫거리다.’미래와 경제’는 지난주 출범식에서 고 전 총리가 축사를 하고 발기인으로 참여해 주목받았던 그룹이다.이세중 전 대한변협회장이자 동숭포럼 멤버가 창립준비위원장을 맡았고 60여명의 교수출신이 대거 포진해 있다. 때문에 고 전 총리의 싱크탱크가 아니냐는 소리를 듣고 있다.그러나 ‘한미준’은 이런 고건진영 내부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창준위 수준으로 선관위에 등록시켜 정당의 모습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이처럼 한미준은 창당에 가속도를 내기 위해 몸을 움직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일단 창당준비위 수준으로 발전시킨다는 게 1단계 전략이다.선관위에 등록시켜 정당의 모습을 갖춘 이후 광역도지사 후보군들을 가시화시키고 공론화해서 고 전 총리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어 2월10일까지 광역도지사 후보군들을 가시화시키고 공론화할 예정이다.

지방선거 변질 우려

‘한미준’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고건 전 총리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한 측근은 한미준의 ‘3월 신당 창당’에 부정적인 의사를 표명했다.그는 “고 전 총리는 3월신당창당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안다”고 밝히면서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할 경우 있을 역풍을 걱정하는 것같다”고 말했다.특히 고전총리는 지방선거가 대선 전초전으로 변질돼 대권 후보간의 대결로 치닫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지방선거는 풀뿌리 선거로 지방자치단체에 맡겨야지 중앙정치무대가 전면에 나서 ‘조기과열’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평소 고 전 총리의 철학이라는 설명이다.따라서 그는 신당창당시기에 대해서는 지방선거 이후인 ‘6월창당’이 유력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현실적으로 지방선거전에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그러나 지방선거후에는 사정이 다르다며 신당창당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홍보실 보강, 적극 채비 갖춰

사실 고전총리는 신당창당문제를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고 있다.일단 설연휴기간중 지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윤곽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다.가시적으로 고 전총리측은 김덕봉 전 총리공보수석을 필두로 그동안 미진했던 홍보실을 보강, 보도자료를 작성해 대외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사무실도 종로구 연지동 A회관 10층을 얻어 임시 캠프로 활용하고 있다. 일단 고 전총리의 주요 일정과 연설문, 특강 자료를 언론사들에 알리는 일에 주력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그동안 단기필마로 뛰었던 고 전총리는 측근인 이수현 국장에게 수행비서 역할을 부여하고 김 전공보수석에게 임시 대변인 역할을 맡기며 본격적인 대선 캠프 가동을 시작했다.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민주당,국민중심당,열린우리당 등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는 모양새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적어도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 실제적인 연대나 통합시 주도권을 쥐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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