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K법률사무소 강예리 변호사
YK법률사무소 강예리 변호사

 

우리나라 속담 중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이 있다. 영어권에서도 ‘Blood is thicker than water’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니 혈연관계의 정이 깊다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한 보편적 진리인 듯하다.

우리 형법에서도 이 진리와 유관한 조항이 있다. 바로 친족상도례다. 친족상도례는 친족간에 행해진 재산범죄에서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특례규정이다. 법은 가능한 한 가정 안에 침입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 입각한 것이라 한다.

형법은 친족상도례를 권리행사방해죄에서 규정하고, 이를 절도·사기, 공갈, 횡령, 베임, 장물 등의 각 재산죄에서 준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수 있는 ‘친족’의 범위는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 친족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민법이다.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친족의 범위는 민법의 규정에 의하여야 하고, 민법 제767조는 배우자, 혈족 및 인척을 친족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민법 제769조는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를 인척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편 A가 아내 B의 여동생 C의 배우자인 D의 물건을 훔친 경우, A는 친족상도례의 적용을 받게 된다. A와 D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민법에 규정된 인척에 해당하기 때문에 친족상도례의 적용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A가 남자형제 E의 아내 F의 친언니 G를 상대로 사기를 벌였다면 A는 친족상도례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을까. 얼핏 보아서는 첫 번째 사례와 무엇이 다른가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대법원은 두 번째 사례의 경우 친족상도례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민법에서 인척으로 규정했던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을 인척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으므로 사기죄의 피고인과 피해자가 사돈지간이라고 하더라도 민법상 친족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2170 판결 등).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범위는 민법의 규정에 의하여야 하고, 민법의 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경우까지 확대 적용하여 친족상도례의 범위를 넓힐 수는 없다는 취지에서 나온 판결이다.

때로 가정 안에서도 법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가정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남과의 갈등에서보다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이 있을 수 있고, 그렇기에 더 지혜롭게 문제를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가정에 법을 끌어들이는 것에 무작정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혼자 고민하기보다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분쟁을 풀어간다면 훨씬 더 수월하고 편리하게 사건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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