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위 판결 전부터 ‘지역 성전 목사’로 발령···최근에는 ‘선교사 대기’

박 전 목사를 감쌌던 유 목사는 현재 선교사로 발령 대기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목사를 감쌌던 유 목사는 현재 선교사로 발령 대기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일요서울은 자신의 친조카를 성폭행하려 했던 목사가 교단의 면직제명 조치 후에도 익산 개척교회에서 버젓이 목회 활동을 이어가는 실상과 여성 단체를 협박했다는 증언이 담긴 녹취록을 입수해 총 두 차례 단독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목사는 교단에서 방출되고, 교회 폐쇄 결정까지 내려진 지 1년이 흘렀지만 개척지원금 환수’, ‘등기 변경’, ‘목회 중단은 이뤄지지 않았을 뿐더러 목사가 목회 중단 목소리에 힘을 보탰던 여성 단체 관계자를 협박까지 해 충격을 더했다.

해당 목사의 성폭력 사실을 미리 안 인물이 있다. 피해자가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에 성폭력 사실을 알릴 당시(지난 2015) ‘교무국장이었던 유모 목사다. 그는 피해자 외삼촌인 박모 전 목사의 성폭력 사실을 인지한 뒤 문제를 삼기보단 감싸기를 택했다. 성폭력 사실을 묵살하고 개인 일신상 사유로 사직한다는 사직서를 승인한 것이다. 덕분에 박 전 목사는 익산에 교회를 개척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박 전 목사를 감쌌던 유 목사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피해자 “‘중징계지역 성전 발령이 어떻게 같나···해결하려는 모습 전혀 없어

피해자는 긴 싸움을 거쳤다. 결국 박 전 목사는 교단에서 방출됐다. 그러나 피해자는 허울뿐인 조치였다고 지적한다. 교단과 교회 측에서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는 명분일 뿐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북 익산에 위치한 ‘주다스림교회’. [사진=지역 소식통 A씨 제공]
전북 익산에 위치한 ‘순복음 주다스림교회’. [사진=지역 소식통 A씨 제공]

면직제명 조치 후에도 박 전 목사의 목회활동은 이어졌고, 방출 조치로 교단 목사가 아님에도 순복음 주다스림교회라는 교회 명칭은 바뀌지 않았다. 개척 지원금도 환수되지 않았다.

박 전 목사의 행보에 힘을 보탠 인물이 바로 유 목사다. 유 목사는 지난 2015년 피해자 이유나(가명) 씨에게 박 전 목사의 성폭력 사실을 들었다. 그때 당시 유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교무국장이었다. 그는 3자 대면까지 추진했다고 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성폭력 논란이 일자 박 전 목사가 낸 개인사유 사직서를 승인 처리한 것이다. 피해자의 입장을 듣고도 박 전 목사를 감싼 셈이다.

순복음가족신문에 실린 박 씨의 개척 교회 정보
순복음가족신문에 실린 박 전 목사의 개척 교회 정보.

박 전 목사는 덕분에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에게 개척 지원금추가 지원금까지 받을 수 있었다. 개척 지원금은 2억 원, 추가 지원금은 매달 200만 원씩 지급해 총 3000만 원(15개월)에 육박한다.

* 지난해 8월 31일 기하성 총회에서 재판위원회가 열렸다. 사진은 재판위 판결문. [피해자 제공]
지난해 8월 31일 기하성 총회에서 재판위원회가 열렸다. 사진은 재판위 판결문. [피해자 제공]

판결문에 유 목사 등장

별첨이첩 까닭은

지난 2018717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언론에 미투 및 성폭력 목사를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 박 전 목사는 급하게 교단 탈퇴서와 교회 폐쇄 신청서를 전북지방회 측에 이메일로 전달했다.

피해자는 이영훈 목사의 강력 처벌 목소리를 접하고 여의도 기하성(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총회에 박 전 목사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교단 측은 피해자에게 박 전 목사가 이미 탈퇴해 이행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전했다. 피해자는 재심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결국 교단 측은 박 전 목사의 교단 탈퇴 및 교회 폐쇄 신청을 번복하며 회의와 재판을 통해 면직제명 조치를 알렸다.

이 때 판결문에 유 목사가 등장한다. 피해자가 박 전 목사에 대한 처벌과 함께 유 목사에 대한 중징계도 요청했기 때문이다.

피해자 이 씨는 유 목사의 편파적인 일처리로 3년간 받은 2차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어 요청을 하게 됐다고 중징계 청원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재판위의 판결문에는 유 목사의 중징계 청원 판결이 별첨으로 등장한다.

박 전 목사에 대해서는 피고 박OO 목사직을 면직하고 제명한다고 밝혔다.

재판위는 원고가 청구한 재심청원을 살펴본바 재심청구가 인정되며 본 교단 67차 제2회 정기실행위원회에서 성폭력 목회자 강력 처벌을 결의한 사실이 있으므로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기로 한다면서 기록을 살펴보면 피고가 원고를 성추행을 하고자 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고 피고가 달리 이를 부인할 만한 사유가 없으며, 본 교단 소속 목회자 중에 목회자로서 부도덕한 성폭력에 연루되거나 사실이 인정될 때 신속하고 강력하게 처벌키로 한 교단의 방침과 도덕적 의지를 존중하고 받아들이기로 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원고를 친족 미성년자 성폭행 미수사실을 시인한 사실이 있고 피해자 원고가 피고를 처벌할 것을 청구한 사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재판위원회 전원일치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 목사에 대해서는 “#별첨. OO 목사 중징계 청원 건은 여의도순복음교회로 이첩하기로 하다고 명시돼 있다.

언뜻 보면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에서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할 것처럼 적혀 있지만 피해자는 이를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재판위원회가 열리기 열흘 전부터 유 목사는 이미 다른 성전의 담임목사로 발령이 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회 측은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인지하고 있었고, 지역 성전 발령이 징벌적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한다. 피해자는 중징계지역 성전 발령은 같은 맥락일 수 없다고 억울함을 표출하며 교회 행정 절차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 씨는 사실상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성범죄 사건을 은폐묵인하고 있다. 관련자 조차 처벌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유 목사는 지난해 8월 21일부터 올해 8월 24일까지 지역 성전 담임 목사로 별 탈 없이 목회활동을 이어왔다. 현재 해당 지역 성전의 담임 목사는 변경된 상태다.
유 목사는 지난해 8월 21일부터 올해 8월 24일까지 지역 성전 담임 목사로 별 탈 없이 목회활동을 이어왔다. 현재 해당 지역 성전의 담임 목사는 변경된 상태다.

개척 지원금 환수 강제집행

늦으면 내후년?

피해자가 목소리를 높이는 사이 유 목사는 지역 성전 담임목사로 1년 여간 별 탈 없이 활동했다. 지난해 821일부터 올해 824일까지 목회활동을 이어온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담임목사에서 물러나 선교를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여의도순복음교회 홈페이지 상에는 유 목사가 선교사 대기로 명시돼 있다.

이 씨는 중징계 없이 지역 성전 목사로 활동을 이어가고, 이번에는 선교사로까지 발령시켰다. 이영훈 목사가 언론에 밝힌 강력 처벌은 어디 갔는가라며 성폭행 관련자 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박 전 목사에 대한 개척 지원금 환수는 어떻게 조치되고 있을까. 앞서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개척 지원금 환수를 위한 내용증명을 보냈고, 최근 네 번째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강제집행도 예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씨는 교회 측과 직접 통화를 했다. 강제집행 예고장은 보냈지만, 언제 집행하겠다고 확정한 사실은 없다고 한다. 늦으면 내년이나 내후년까지도 미뤄질 수 있다더라라며 또 박 전 목사가 등기 변경도 하지 않았다고 기하성 총회 측에 얘기했더니 나보고 직접 건축물 대장’, ‘등기부 등본을 확보해 보내달라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하더라. 교회와 교단 모두 해결하려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기자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난 10일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에 질의했으나 아직까지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피해자는 지역 주민, 학생 등에 대한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박 전 목사가 목사 행세 및 목회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