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전격 삭발은 반(反) 조국 여론 확산에 불을 지폈다. 조국 청문회 이후 커지던 지도부 책임론도 불식했다. 릴레이 삭발이 이어지면서 리더십을 굳혀가고 있다. 2030은 삭발 황 대표에 배우 최민수, 터미네이터를 입혀 재미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온라인으로 퍼져나가면서 오랜만에 젊은층 관심을 끌기도 했다.

3천여 명의 전·현직 교수가 시국선언에 서명했고 SKY 학생들도 촛불시위에 나섰다. 시간이 흐를수록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코너에 몰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급히 방미 길에 올랐다. 유엔 총회 참석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서다. 당초 이낙연 국무총리가 하려던 일이다. 민주당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중도층이 이탈하고 곳곳에서 총선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한국당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좋지 않은 징후도 있다. 한국갤럽 9월 3주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최저를 나타냈고 부정평가 최고를 경신했다. 민주당도 9월 1주 40%에서 38%로 하락했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문제는 한국당이다. 한국당 지지율은 9월 1주 23%에서 3주 24%로 1%포인트 올랐을 뿐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더 좋지 않다. 조국에 반감이 컸던 2030에선 변화가 없었다. 민주당에서 빠져나간 2030은 바른미래당으로 갔다. 한국당이 2030에선 바른미래당에 밀린 것이다. 중도층에선 되레 2%포인트 하락했다. 한국당은 50대와 60대 이상에서 조금 오른 것이 전부다. 보수 지지층만 결집한 것이다.

한국당의 승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은 것이다. 전국이 반 조국으로 들끓어도 한국당은 별무소득인 셈이다. 50대 이상 유권자는 대략 45%이다. 한국당에게 이들은 집토끼에 가깝다. 이들 중 일부는 민주당과 다른 야당을 지지한다. 투표율을 감안해도 한국당이 총선에서 선전하려면 젊은층의 상당한 지지가 필요하다.

조국 이후가 한국당에겐 더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중도 낙마하면 뿔난 여권 핵심 지지층은 한국당에 화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반 조국 여론 진원지 2030이 다시 민주당 지지로 돌아설 것이다. 검찰수사로 혐의를 벗어도 결과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당은 조국 발(發) 국정혼란의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

한국당이 조국에 화력을 집중하는 사이 민주당은 총선 채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86세대를 포함하여 중진들을 물갈이하고 새 인물을 전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정책 페스티벌을 통해 총선 공약도 준비하고 있다. 역대 총선에선 인물과 정책에 따라 승부가 나곤 했다.

한국당 삭발 투쟁은 퇴행적이다. 삭발에는 지역구 여론이 나쁘거나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됐던 인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됐던 원외인사들도 삭발에 앞장섰다. 삭발이 한편에선 공천 줄서기로, 한편에선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래선 감동을 줄 수 없다. 오죽했으면 조국은 싫은데, 한국당의 반 조국투쟁엔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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