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보수는 분열될 것이고, 자유한국당 의석수는 반토막 날 수도 있다.’ 한국당 위기론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곳곳에서 한국당을 옥죄는 소문이 심상치 않게 돌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깨수술을 받고 외부 병원에 입원을 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면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됐을 경우 보수가 분열될 것이라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더불어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은 보수통합의 장애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특히 패스트 트랙으로 검찰 수사대상 의원들 중 일부 인사들은 기소가 될 가능성이 높고, 당에선 ‘당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는 점 때문에 이를 통한 공천 불이익을 주는 것도 부담스럽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돌고 있는 한국당 트리플(Triple, 3중) 위기론을 집중 추적해봤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 채이배 감금·문서파괴 한국당 의원 10여명 기소 수도권 ‘폭망’
- 박근혜 12월 사면설·연동형비례대표제... 보수 3대 악재

국정농단 사건으로 2년 5개월째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깨 수술을 위해 지난 16일 병원에 입원했다. 이날은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지 900일째 되는 날이다. 2017년 3월 31일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 밖으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재판을 일절 거부하면서도 연이은 형 집행정지 신청으로 구치소를 떠나려고 했던 박 전 대통령에게는 ‘호재’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파기 환송심 선고를 받은 뒤 사면까지 노려볼 수 있다.

“박근혜 사면 시 보수 분열 강풍 몰아칠 것” 우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당 내에서는 박근혜 사면설이 강하게 거론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 나아가 불가능할 것 같았던 박 전 대통령 사면설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얘기가 부쩍 자주 흘러나오고 있다. 그 근거로는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윤석열 검찰총장-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설이 나돌았으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무리수다’, ‘설마’라는 평가와 함께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그러나 그 예상은 빗나갔고, 결과적으로 현실화됐다. 일련의 과정을 볼 때 박 전 대통령 사면설도 ‘설’로 그치지 않고 실현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국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어깨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면서 사면 수순을 밟기 위한 과정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며 “사면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 안에서도 아프다는 얘기는 하지 않지만, 변호사 등이 하는 ‘형 집행정지 신청’ 등에는 동의한다는 얘기도 있다”며 “올해 말, 박 전 대통령이 입원해 치료를 받는 상태에서 모든 형사재판의 형이 확정되면 자연스레 ‘건강을 고려해 사면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을 것이고, 박 전 대통령도 이를 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으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도 취임 후 최저인 40%대 초반을 기록하는 동시에 중도층이 문 대통령 지지를 철회하는 등 위기를 맞은 것도 박 전 대통령 사면론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권이 연말이나 내년 총선 전에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 ‘보수진영 분열’ 카드로 쓸 수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 한국당 관계자들이 많다. 한국당 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되면 보수분열이 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한국당 내 친박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 병원비 모금운동을 하자’고 제안하는 등 박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총선 전에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되면 한국당에서 공천 탈락한 친박인사들이 우리공화당으로 출마해, 보수표를 일정 부분 가져갈 공산이 크다”고 분석됐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공화당이 박 전 대통령 사면 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선거 때는 박 전 대통령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우리공화당은 내년 총선에서 탄핵에 찬성했던 현역 지역구에는 무조건 후보를 출마시킨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원외 친박계 인사들은 한국당에서 공천을 주지 않으면 우리공화당에 입당해 선거를 치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당 한 의원은 “우리공화당이 후보를 낸다면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는 영향이 크지 않을지는 몰라도 수도권 지역에서는 고전할 수 있다. 수도권의 경우 1~2% 차이로 당락이 좌우될 수 있어, 우리공화당 후보가 일정 부분 득표를 가져간다면 한국당 후보는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소된 의원 공천 상대 후보 ‘기소’ 집중 공격

또 패스트트랙 역시 한국당으로서는 악재다. 한국당 의원 59명은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여 국회 선진화법으로 고소고발된 상태다. 일부 의원들은 기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의 사개특위 회의 참석을 막기 위해 채 의원을 6시간 넘게 의원실에 감금하면서 특수감금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당 김규환, 김정재, 민경욱, 박성중, 백승주, 송언석, 이만희, 이종배 의원 등은 당내에서도 기소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문서 파기 역시 중범죄로 이은재 의원 역시 검찰 기소를 피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국당 내에서 공천 배제 등으로 이어질 공산은 크지 않다. 기소되더라도 당헌 당규상 이들에게 당원권 정지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천을 받는 훈장’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한국당 한 의원은 “패스트트랙으로 인해 검찰로부터 기소 당한 의원들을 공천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기소 당한 의원들이 공천을 받을 시 본선 무대에서 상대 후보로부터 ‘법을 어긴 인사가 공천을 받았다’, ‘재보궐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등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총선을 치르는 당이나 후보에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들에게 공천을 주지 않는다면 일부 의원들은 한국당을 탈당해 우리공화당행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당제 익숙한 선거 통해 각자 살 길 찾는 중

한국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도입 여부도 보수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축소된 지역구가 군소정당에 돌아갈 것이기에, 다당체제를 상시화하고 야당 분열을 구조화하는 법안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대 총선 결과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정의당이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우리공화당을 비롯해 당 분열 위기를 겪고 있는 바른미래당도 어느 정도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보수통합 걸림돌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실제 반(反)조국을 기치로 보수대통합이 속도를 내는 듯한 분위기가 보였지만 주춤한 상태다. 나아가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중진의원들과 만나 통합에 대한 의견을 나눴으나 황 대표를 지지하는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한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해 보수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선거제 개편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무턱대고 통합에 나섰다가 처참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합’에 앞장선 비박계 수장 김무성 의원도 최근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손학규 대표가 버티고 있는 바른미래당은 보수 정당으로 볼 수 없고, 한국당과의 연대도 어렵다. 개혁보수의 한 축인 유승민 의원도 상황에 따라 탈당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한국당에 입당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한국당 한 의원은 “이미 다당제 구조에 정치권이 익숙해져 있는데다 보수통합을 할 만한 중심적인 인물이 하나도 없다”면서 “특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각 정당은 정당득표율로 인해 각 당이 생존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보수통합은 힘들 뿐만 아니라 물 건너갔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한국당의 총선 승리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도 현재로서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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