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비대칭 전력 ‘드론’···軍, 탐지 기술은 ‘초보’ 수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에 이용된 드론과 크루즈 미사일 잔해를 공개했다. [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에 이용된 드론과 크루즈 미사일 잔해를 공개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두 곳이 무인기에 의해 공격을 받으면서 드론이 새로운 비대칭 전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사우디 사태로 드론이 심각한 위협의 대상이 된 것이다. 대형 항공기에 비해 개발 및 운용비용이 적게 드는 멀티콥터 등 소형 무인기는 크기가 작고 소음도 적어 탐지가 어려울뿐더러 발견해도 격추가 쉽지 않다. 이제 드론 공격에 대응할 방어 체계 구축은 남의 일이 아니다. 북한은 그동안 다양한 무인기를 개발해 국내 침투 공작을 펼쳐 왔기 때문이다.

- 군 관계자 “3m 이하 공중 물체, 레이더 탐지 어려워

- 새와 드론 구분 못해 ‘KF-16 전투기출격까지

- 원전에서 목격된 미확인 드론들, 누가 날렸는지도 모른다

안티 드론중요성↑···軍 한국형 스타워즈 사업 착수

사우디 원유시설 공격과 관련해 예멘 후티 반군은 자신들의 소행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번에 주목할 점은 단 10대만으로 국가 기간시설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는 점이다.

후티 반군의 드론 삼마드-1’1대당 1000만 원 안팎이면 제작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그만큼 적은 비용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드론 테러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드론 발전 중

정찰 넘어 공격 가능성

현재 우리 군은 북한산 무인기조차 제대로 탐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북한의 드론 위협은 구체화됐다. 경기 파주와 백령도, 강원도 삼척 등에서 잇따라 북한산 드론이 발견됐다.

지난 20176월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드론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이 드론은 사드 배치 지역을 수십 장 촬영했다. 해상도는 떨어졌으나 주요 시설의 좌표를 확인하는 데는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국정원은 이 드론이 총 551장의 사진을 찍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백령도에서 발견된 드론 보다 발전한 형태였다. 3년 전 발견된 드론은 엔진이 1개였으나 이 드론은 쌍발엔진이었다. 기체 크기가 다소 대형화됐고 쌍발엔진을 달아 항속거리, 비행능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개량이 이뤄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기술 고도화는 아니더라도 추진력 향상을 포함한 성능 개량의 증거라고 설명했다.

레이더 탐지망에는 구멍이 났다. 경북 성주에서 약 270km 날아와 다시 북한으로 복귀하는 과정까지 우리 군은 이를 탐지하지 못했다.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점을 고려하면 약 500km 이상을 비행할 때까지 몰랐던 셈이다.

북한의 드론 개발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찰 목적을 넘어 향후 소형 폭탄이나 생화학 무기를 탑재해 공격용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잇단 북한산 드론에서는 청와대 전경과 군 시설이 촬영된 사진이 발견되기도 했다.

현재 군의 레이더는 새와 드론도 구별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 71일 강원도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레이더에 포착된 미상 항적이 새떼로 결론났다. 군 당국은 미상 항적 포착을 위해 공군 전투기를 비행금지구역 안까지 출격시켰다.

이 미상 항적은 오후 110분경부터 오후 4시까지 공군 레이더에 포착됐다가 화면에서 사라지는 패턴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중부전선 관계자들은 벙커에서 회의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중부전선에서 북쪽 지역부터 남쪽으로 이동하는 미상 항적이었다계속 레이더에서 탐지하고 대응조치해 나가는 데 확인이 잘 안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군은 KF-16 전투기 수 대를 출격시켰다. KF-16 전투기는 미상 항적 확인을 위해 919 군사합의에서 약속한 비행금지구역 안까지 들어갔고, 국방부는 남북 간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서 오후 240분경 북측에 통지문을 전달했다.

공군 전투기는 비행금지구역 안에서 비행을 한 뒤 항적을 확인하고, 내륙으로 들어와 태백산 일대에서 새떼임을 확인했다.

한 군 관계자는 현재 군의 레이더로는 3m 이하의 공중 물체를 탐지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수도방위사령부는 드론 방어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난 4월에 이스라엘에서 드론 테러 방지용 탐지 레이더 9개를 들여와 전력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여전히 드론 공격에 무방비 상태다. 또 탐지를 하더라도 요격이 쉽지 않은 상태다.

군 당국은 사우디 사태를 계기로 기존에 수립한 드론 탐지추적요격 체계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소형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신형 대공포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행 제한금지구역

무방비로 뚫렸다

군 외에도 드론 탐지추적요격 시스템이 없는 석유화학가스 시설, 발전소 등과 반도체 생산시설, 국가산업단지 등은 드론 테러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에는 국가 1급 보안시설인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인근 상공에 드론으로 추정되는 미확인 소형 비행체가 출몰하기도 했다.

지난달 12일 정체불명의 비행체 3~4대가 고리원전 주변 상공을 선회하는 것이 목격됐으며, 다음 날에도 원전 주변 상공에서 비슷한 형태의 비행체가 목격돼 군경이 수색에 나선 바 있다.

전남 영광군 한빛원자력발전소에도 지난달 29일 미확인 드론 비행이 목격됐다. 지난 7일에도 두 번째 드론 불법 비행이 확인됐으나 누가, 무엇을 목적으로 드론을 날렸는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원전은 국가 보호 목표 급 시설로 주변 3.6km 내는 비행금지구역으로 분류된다. 또 반경 18km 내는 비행제한구역으로 설정돼 있지만 무방비로 뚫린 셈이다. 경찰과 원전 측은 드론을 날린 용의자 추적에 나섰지만 구체적으로 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다.

여수산단 관계자는 테러에 동원되는 전략 무인기와 드론의 성격은 다르지만, 테러를 목적으로 멀리서 비행금지구역에 접근하는 경우 현재의 회사 사정으로서는 방비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며 외국의 드론 테러를 감안해 국가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사태처럼 정유 공장이나 원유 저장소, 유조선을 비롯해 원자력 및 화력발전소에 드론을 이용한 강제공격을 감행할 경우 사전에 차단할 수 없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 ‘레이저 대공무기체계 개발

정부와 군이 손을 놓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드론 시장의 최강자인 중국을 추월하기 위한 역발상을 강조하고 있다. 드론 시장의 블루오션 격인 안티 드론등을 언급하고 있다.

안티 드론이란 드론 공격을 무력화하는 장비와 시스템을 뜻한다. 사우디 사태로 열린 기회를 선점하자는 취지다.

김 장관이 공격용 드론을 무력화할 수단으로 언급한 안티 드론 장비에는 드론 다우너’, ‘드론 킬러’, ‘드론 재머등이 포함된다. 허가 받지 않는 특정 구역을 침범한 드론을 교란전파 또는 레이저를 쏘아 격추하거나, 주파수를 해킹해 공격용 드론을 원하는 곳으로 유도한 뒤 착륙하도록 하는 기술 등이 공격용 드론의 손발을 묶는 안티 드론 장비의 핵심이다.

군도 소형 무인기를 잡는 레이저대공무기를 국내에서 개발 중이다.

방위사업청은 최근 레이저 대공무기 체계를 개발하는 이른바 한국형 스타워즈사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레이저 대공무기는 광섬유에서 생성된 광원 레이저를 표적에 직접 쏴 무력화시키는 신개념 무기체계다. 근거리에서 소형 무인기와 멀티콥터 등을 정밀 타격한다.

소형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나 이스라엘, 독일 등 방위산업 선진국들은 수년 전부터 레이저무기 개발에 착수해 이미 일부는 전력화했다.

한국도 올해부터 레이저대공무기 체계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해 약 800억 원을 투입, 2023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전력화한다는 계획이다.

레이저대공무기는 눈에 보이지 않고 소음이 없다고 한다. 또 별도의 탄 없이도 전기만 공급되면 운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또 진화적 개발 전략 개념을 도입해 소형 드론은 물론, 전투기나 위성까지 요격할 수 있도록 성능을 지속해서 향상해 나갈 예정이다. 이 때문에 레이저대공무기 개발은 한국형 스타워즈사업으로 불린다.

진화적 개발 전략 개념은 무기체계 개발 때 기술의 개발 및 확보 시기와 개발 위험도를 고려해 작전 운용 성능의 목표치를 분할하는 것이다. 동일한 개발 단계를 2회 이상 반복 적용해 최종적으로 개발을 완료하는 전략이다.

송창준 방사청 유도무기사업부장은 레이저 대공무기 사업은 전 세계적으로 전력화한 국가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레이저 무기체계를 진화적 개발 전략을 도입해 도전적으로 연구·개발하는 사업이라며 개발이 완료되면 적 소형무인기 및 멀티콥터에 대한 대응 능력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방과학기술 역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 노력과 동시에 소형 방공 시스템 구축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북한의 위협이 지속되면서 국가 전역에 소형 방공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는 만큼 신속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