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 먹잇감을 찾으러 나온 사자와 곰이 들판에서 만났다. 마침 다리를 다친 양이 들판을 걷고 있었다. 둘은 동시에 먹잇감에게 돌진했다. 먹잇감이 현격히 줄어든 황량한 초원에서 이번 먹잇감을 놓치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먹잇감을 독차지하겠다는 욕심이 앞서 나눠 먹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오직 힘의 논리만 있을 뿐!

평소 누적된 갈등까지 겹친 둘은 죽기 살기로 싸웠고 둘 다 먹을 수도 없을 정도로 심한 부상을 입었다. 그때 언덕 너머에서 지켜보던 여우가 나타나 재빨리 먹잇감을 채서 달아났다. 그제서야 사자와 곰은 서로의 어리석음에 대해 땅을 치며 후회했다. 우리가 흔히 접해 온 이솝우화 속 이야기다.

정부가 2022년부터 근로자의 정년을 65세까지 상향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에 60세로 상향한 법정 정년은 유지하되, 정년 이후에도 근로자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기업의 채용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려 생산성 저하를 최소화하겠다는 게 기본 취지다. 하지만, 의무적이고 강제적인 연장으로 인해 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이 분명한 데다 근본적으로 일자리의 양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의 ‘일자리 재배분’ 문제이기에 재앙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청년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는 당연한 것이다.

정부는 일본이 2013년부터 도입하여 대기업의 99% 이상이 채택한 ‘계속고용제도’를 모델로 삼아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고용연장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기업이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중 하나를 골라 원하는 근로자 모두의 정년을 늘려주도록 하고 있는데, 권고조항이 아니라 벌금을 물리는 의무조항이다. 우려되는 청년고용과의 상충 문제는 사전에 임금체계개편 등을 통해 해결 하면서 진행해 왔다.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인구가 줄고 있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당연히 인정한다. 하지만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는 고령층 고임금자를 계속 고용하려면 결국 청년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심화되고 있는 청년층과 고령층 간의 ‘세대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더욱이 기존 정년연장 효과에 대한 평가도 없는 상황에서 기업 생산성과 비용의 관계, 임금피크제, 호봉제 등 임금체계 개편 같은 난제를 해결하지 않고 오로지 인센티브를 당근 삼아 갑자기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면 결국 기업이 고용을 더 줄일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고 새로운 노사갈등을 부추겨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특히, 2013년에 임금피크 제도를 어정쩡하게 봉합하면서 정년 연장을 실행한 이후 청년실업률이 급격히 심각해진 것처럼, 강성 노조와의 전면전을 통해서라도 ‘노동시장 유연성’을 위한 파격적인 제도혁신이 없는 정년연장은 체감실업률 25%에 이르는 청년들의 취업난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또 선거철이 다가오는가 보다. 집권여당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고령층의 환심을 사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 만한 정책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것을 보니. 당연히 우려되는 청년일자리 문제에 대한 선결 노력도 없이 선심성으로 보이는 “정년 없는 나라 만들기” 정책으로 이솝우화처럼 “아버지와 아들의 무한전쟁”으로 비유되는 “세대 간 전쟁”을 야기하거나, 새로운 노사갈등을 부추기고 청년의 꿈과 미래마저 송두리째 앗아가 결국엔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청년 없는 세상”을 만드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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