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류계에 여대생들 많아” “전쟁나면 여대생은 위안부”

A교수의 발언을 폭로한 글 [전북대 에브리타임]
A교수의 발언을 폭로한 글 [전북대 에브리타임]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대학은 지성의 산실(産室)이라고 불린다. 장차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청년들이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모이는 곳이 대학이다. 또 성인으로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학교에서의 배움이 중요한 이유다. 물론 ‘잘 배우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노력이나 태도도 중요하다. 하지만 학생을 지도하는 교수의 중요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대다수 학생들은 새롭게 수강하는 전공 혹은 교양 과목에 배경지식이 전무하기 때문에, 교수가 어떤 수업을 하느냐에 따라 학기 말에 학생들이 얻어가는 지식의 수준이 달라진다. 실제로 대부분의 교수들은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강의한다. 그러나 교수라는 위치를 이용해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발언 등을 하는 교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전북대학교와 동의대학교에서도 부적절한 교수들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다.

수강 학생들 “등록금 아까울 정도” 비판
논란 일자 해당 강의 ‘폐강’ 처리

지난 16일 전북대에 따르면 9일 전북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에 ‘방금 교수한테 협박당함’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해당 글 작성자는 “(교수가) 본인 조폭 출신이니까 학생들한테 조심하라고 했다”며 “어이가 없어서 오티(오리엔테이션) 시간과 오늘 수업 시간 내내 들은 내용 다 적는다”고 적었다. 작성자는 먼저 “(교수가) 와이프가 본인의 195번째 여자인데 본인은 여자들을 사귀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엔조이로 만난 적이 없었다고 했다”며 “갑자기 엔조이에서 미투 운동 얘기로 넘어갔다. 관련이 전혀 없는 것 같은데 미투 운동이 뭔지는 아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 불매 운동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했다”며 “본인은 ‘과거에 얽매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라고 폭로했다. 해당 교수는 혼자 롯데백화점이나 유니클로 가서 제품을 구매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고 작성자는 주장했다.
작성자는 “교수가 교회를 왜 가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라면서 “그거(교회) 다 가짠데 그걸 진짜로 믿고 지금 나이 대에 그걸 믿는 게 한심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라고도 했다. 작성자는 해당 발언이 종교인을 무시하는 태도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교수의 발언은 점점 수위를 높여갔다. 작성자는 “아직도 충격적인데 정확히 ‘가끔 룸살롱 가거든요’라고 말했다”라면서 “그리고 화류계 이야기를 꺼내며 ‘화류계에 전북대 여학생들도 많이 다닌다. 학생들한테 내가 술을 줄 수가 없으니까 콜라를 준다’라고 하더라”고도 전했다. 분명히 강의 시간에 하기엔 부적절한 수준의 발언이었다. 작성자 역시 “본인이 화류계의 카사노바라고 하던데, 강의 시간에 이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교수는 또 “등록금 낼 때 1000원 씩만 더 걷어서 더 좋은 걸 배우자”는 이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000원을 더 낸다고 죽는 게 아니라며 학생회장 하고 싶은 사람은 해서 등록금 1000원을 올리라고 했다고 작성자는 주장했다. 그러면서 작성자는 “이런 강의를 듣는 내 등록금이 아깝다. 그 외에도 방시혁의 가족관계라든가 본인이 전라북도에서 두 번째로 부잣집 아들이라든가 등 수업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들을 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작성자는 “(교수가) 오늘 수업에 30분 늦었는데 밥을 먹다가 화나서 그랬다고 하더라”라면서 “정담원(전북대 교직원 식당)에 학생들이 있어서 화나서 식권을 구겨서 던졌다고 했다. 앞으로는 식판도 제대로 안 가져다 놓을 거라고 하더라. 그래야 직원들이 학생들 못 오게 한다고”라고 글을 맺었다.
해당 글을 본 다른 전북대 학생은 “저도 그 수업 들었었다”라면서 “매일 하는 이야기 대부분이 성관계 이야기, 정치 이야기 등이 전부”라고 공감하기도 했다. “(교수가) 자기 이야기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거 다 안다고 마음대로 올리라고 했다”거나 “수업 안 해놓고 돈 줄테니 필요하면 찾아오라고 했다”는 댓글도 있었다.

“다양한 관점 고려 안 해” 교수 사과문 게시

발언 내용이 퍼지며 논란이 일자 당사자인 A교수는 지난 11일 학과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시했다. A교수는 “이번 학기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본인의 부족함으로 마음 아프게 해드린 것을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린다”라면서 “세상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는데 너무나 본인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고려하지 않고 수업했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여러분 부모님들을 무시하거나 종교인들의 신앙의 자유를 무시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여러분들이 그렇게 받아들인 것이었다면 차후에는 좀 더 강의 내용 전달에 힘쓰고, 수업 시간에 직접적 관련 내용과 거리가 있는 사적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노력 하겠다”고 전했다.
A교수는 이번 학기 총 2과목을 맡아 가르친 것으로 나타났다. A교수 소속 학과 교수회에서는 11일 문제가 된 과목의 폐강을 결정한 뒤 대학본부 측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해당 과목 수강생 30명에게는 다른 과목을 수강하도록 안내했다. 학생들은 대학에 A교수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교수가 유사한 발언을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한 전북대학생은 “(A교수가) 예전부터 이런 발언들을 해서 그 해당 학과 학생들이 신고도 진짜 많이 하고 해서 잠깐 쉬신 적도 있다고 하더라”라면서 “학교 익명 게시판에 ‘그동안 이 학과 학생들은 뭐 했냐. 너네들도 똑같다’는 이야기가 많아져서 해당 학과 학생들이 상처를 되게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학생은 “많은 학생들이 이번 일에 대해서 강력하게 징계를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학내 인권센터에서 진상 조사 후 징계 등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전북대 이어 동의대도 ‘교수 막말 논란’

교수의 막말 논란은 동의대에서도 터져 나왔다. 지난 16일 동의대학교 학생회가 B교수의 여성 비하 발언 등이 담긴 녹취 파일을 학교에 제출하고 징계를 요구한 것이다. 학생회에 따르면 B교수는 강의 시간 중 “전쟁이 나면 여학생은 제2의 위안부가 되고, 남학생은 총알받이가 될 것”, “여름방학이면 여자들이 일본에 가서 몸을 판다”, “세월호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교수는 학교에서 소집한 진상조사위원회에 출석하지 않고 지난 19일 사표를 제출했다. B교수는 “학생을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도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사직을 결심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교수들의 막말 파문이 잇따르며 대학가에서는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갈 지성인을 교육하는 중책을 맡은 만큼, 교수들 스스로가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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