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이 공천 때문?…與, 조국 옹호 역시 공천 때문 아닌가”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자유한국당이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며 릴레이 삭발을 이어가고 있다.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당 내 최초, 그리고 여성 의원 신분으로 삭발을 하며 세간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된 바 있다. 이후 많은 한국당 인사들의 삭발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는 형국이다. 일요서울은 일약 화제의 인물 반열에 오른 그를 만나 삭발 강행 배경, 이에 대한 비판 등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일요서울이 지난 18일 자유한국당 의원 가운데 최초로 삭발을 강행한 박인숙 의원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일요서울이 지난 18일 자유한국당 의원 가운데 최초로 삭발을 강행한 박인숙 의원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 “‘의원직 사퇴’ 국민 여론 공감하지만 출구전략 없어 非현실적”
- “야당 대표 삭발도 처음이지만 이런 막무가내 정부도 처음”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 장관 임명을 규탄하는 삭발식을 가졌다. 이를 필두로 황교안 당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한국당 인사들이 잇따라 삭발을 강행했다. 박 의원은 서울대 의대 출신의 소아심장과 전문의로, 조 장관의 자녀가 휩싸인 ‘논문 제1저자’ 논란에 대해 강력한 반발 의사를 내비친 적 있다. 

일요서울은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박 의원을 만나 삭발을 강행하게 된 배경과 한국당의 21대 총선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여성 의원으로서 삭발을 결심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 삭발식을 강행한 이유는.
▲사실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에도 삭발을 하려고 했다. 다만 그때는 다들 만류해 하지 못했다. 

조 장관은 수많은 언론매체가 함께한 기자회견장에서도, 국회 청문회장에서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을 했다. 청문회 이후 장관으로 임명된 지금까지 조 장관의 지난 발언들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장관은 거짓말이 아니라며 “몰랐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내가 한 일이다”, “그때는 허술했다” 등 남의 탓만 하고 있다. 

조 장관은 청문회제도 도입 이후 가장 많은 의혹과 반칙, 특권, 부정, 불법을 자행해 온 후보자다. 앞에서는 정의를 말하면서 뒤에서는 본인과 가족의 사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민주주의는커녕 기본 상식마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있다. 이런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며 참담한 심정으로 삭발을 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지난 16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삭발식을 가졌다. 제1야당인 한국당이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에 대해 강경 대오로 맞서는 배경은 무엇인가.
▲이렇게까지 정부가 잘못한 적이 없다. 어느 나라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야 대치는 항상 있었다. 현 정부는 문 대통령의 말처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만들고 있다. 우리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강도의 대응을 해야 한다. 

야당 대표가 머리를 자른 것도 처음이지만 이런 막무가내 정부도 처음이다. 국민을 어떻게 보는 것인지 너무 분개스럽다. 도대체 나라의 방향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경제 정책이나 이념의 차이 정도가 아니라 나라를 어디로 이끌고 가느냐의 문제다. 

특히 조 장관의 임명은 보수·진보 진영을 넘어 잘못됐다는 인식이 상당하다. 이러한 민심이 우리의 투쟁 이유이자 배경이다. 

-‘정치인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세 가지가 삭발, 단식, 의원직 사퇴’라는 말도 나왔다.
▲지금 국민들에게 ‘국회의원들이 사퇴해야 하지 않느냐’고 설문조사한다면 99%가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 사퇴해야 한다’고 할 것 같다. 나라가 엉망이고, 국회가 엉망이다. 

다만 의원직 사퇴는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 출구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국회의원들은 책임을 져야 하는 말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의원직 사퇴’ 이건 책임을 질 수 없다. 

그 이유는 의원들이 사퇴서를 내면 국회의장이 접수를 해야 하는데 접수를 해주지 않을 거고, 본회의 의결 사안이기 때문에 본회의에서 모두 의결해야 하는데 그것도 해주지 않을 거다. 첫 번째 관문도, 두 번째 관문도 어렵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513조5000억 원 규모로 책정했는데 이거 다 빚이다. 만약에 우리가 모두 의원직을 사퇴하고 국회를 떠난다면 이렇게 많은 빚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무책임하게 떠나는 거다. 

그렇다면 지역구민들은 ‘우리가 일 잘하라고 뽑아줬는데 이런 빚더미를 남기고 너희는 배지만 떼고 가면 그만이냐’고 혼낼 거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배지 떼고 홀가분하게 나가서 장외투쟁만 한다면 또 언제 (국회로) 들어오느냐. 전략이 없다. 현 정부를 멈춰야 하는데 그렇게 안 되니 우리가 의원직 사퇴를 못한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의 최근 단식·삭발 투쟁에 대해 ‘민생을 돌보지 않고 정쟁만 일삼는다’, ‘머리는 또 자란다’ 등의 비판을 한다.
▲오히려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라고 생각한다. 남의 결기를 조롱하면 절대 안 된다. ‘의원직 사퇴, 삭발, 단식’은 이름을 다 거론할 수도 없을 정도로 과거 많은 정치인들이 단행한 투쟁방법이다.

과거 자신들이 할 땐 정당한 투쟁 방식이고, 지금은 하지 말아야 할 쇼라는 발언 자체가 그들의 수준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민생을 돌보기 위해 이러한 투쟁을 하는 것이다. 최근 ‘조국 사태’로 인해 민생 문제가 수면 밑에 묻혀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급진적으로 추진한 정책으로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의 강경 투쟁을 두고 ‘공천 때문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는데.
▲오비이락처럼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목적이라고 할 순 없다. 삭발을 통해 지역구에서 내 인지도가 높아진 건 확실하다. 내가 비교적 조용히 의정활동을 해 왔는데, 삭발을 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이 사람이 결기가 있구나’를 알게 된 것 같다.

동네 인지도가 높아지면 여론도 좋아질 거고, 공천을 위해 경선할 때 이 부분이 유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그렇지만 처음부터 공천을 노리고 한 건 절대 아니다.

우리 당에서 조국 사태를 비판하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파헤치는 이유가 ‘공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면, 민주당이나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당에서 조 장관을 절대적으로 옹호하는 것 역시 공천 때문이라고 봐야하지 않겠나. 

-내년 21대 총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총선 승리를 위한 한국당의 선결조건이 있다면.
▲이번 조국 사태에 대한 우리 당의 대응과 결과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현재 부당층으로 이탈해 있는 민심을 우리 당으로 이동하게 하는 첫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현 정권의 경제, 안보,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밝혀내고 대안을 마련해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들로 하여금 믿고 맡길 수 있는 정당이라는 신뢰성 회복이 선결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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