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이사회 의장...경영 복귀 신호탄 쏘나 

사진은 지난 2017년 '법조 비리' 혐의로 1심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8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6월로 형량을 감경 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출처 = 뉴시스]
사진은 지난 2017년 '법조 비리' 혐의로 1심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8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6월로 형량을 감경 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출처 =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원정 도박’ ‘법조계 로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전 대표가 내년 초 출소를 앞둔 가운데 경영 복귀 움직임을 보이는 분위기다. 최근 네이처리퍼블릭의 계열사 2곳의 사내이사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는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사내이사로 등기 이유와 시점 등을 둔 뒷말도 무성하다.  

계열사 2곳 사내이사 등재...“회사 청산 절차일 뿐”

‘정운호 게이트’ 등 범죄이력...국민 반응은 ‘글쎄’

더페이스샵코리아 회장이자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였던 정운호 전 대표는 2015년 10월 필리핀 정킷방 도박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1심에서 징역 1년, 2심에서 징역 8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정 전 대표는 2016년 6월 출소를 앞두고 일명 ‘정운호 게이트’가 터지면서 재수감됐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정운호 게이트’는 2016년 정 전 대표가 최유정 변호사에게 검찰·법원에 대한 로비 명목의 수임료를 50억 원을 건넸고 당시 최 변호사는 정 전 대표에게 보석 약속을 대가로 돈을 받았지만 보석 신청이 기각됐다. 이에 정 전 대표는 최 변호사에게 20억 원을 반환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최 변호사는 이를 거절했다. 이후 최 변호사는 정 전 대표로부터 폭행당했다며 고소했고 이 과정에서 ‘정운호 게이트’가 세상에 알려졌다.  

수감 중 계열사 2곳 사내이사 선임

정 전 대표가 해당 사건으로 수감 중인 가운데, 정 전 대표가 지난 7월 네이처리퍼블릭의 계열사 격인 ‘세계프라임’과 ‘오성씨엔씨’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정 전 대표가 네이처리퍼블릭의 대표직은 내려놨지만, 여전히 다른 계열사에서는 사내이사 직무를 맡고 있던 것이다.

특히, 오성씨엔씨의 경우 지난해 12월 해산될 운명이었지만, 지난 7월 주주총회에서 해산을 번복하고 계속 운영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현재 세계프라임은 유통업, 오성씨엔씨는 화장품 제조·도소매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두 곳 외에도 정 전 대표가 사내이사로 있는 계열사는 ‘세계프라임개발’ ‘쿠지코스메틱’ ‘네이처리퍼블릭온라인판매’ ‘에스케이월드’ 등이다.

법적 책임 위한 등재일 뿐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 전 대표가 “경영 복귀를 위한 신호탄을 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정 전 대표가 사내이사로 등재된 계열사 중 5곳은 ‘1인 사내이사’ 체제로, 네이처리퍼블릭의 최대주주인 정 전 대표는 75.37%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네이처리퍼블릭 이사회 의장은 정 전 대표의 아내가 맡은 만큼, ‘옥중 경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힘이 실렸다. 

이를 두고 네이처리퍼블릭 측은 정 전 대표의 사내이사 등재는 회사 청산을 위한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오성씨엔씨는 실제 운영을 하지 않고 있으며 청산을 하려면 다시 회사를 살린 뒤 재해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두 회사는 정 전 대표의 개인 회사인 만큼, 사내이사 선임은 법적 책임을 지기 위한 과정이며 나머지 계열사 중 한 곳인 에스케이월드도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성씨엔씨는 관계사일 뿐 계열사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취재 결과 여전히 주요 포털사이트를 통해 오성씨엔씨를 검색하면 대표자명은 ‘정운호’로 나타났으며, 네이처리퍼블릭의 기업 정보공개에는 계열사로 표시돼 있었다. 또한, 청산 중인 에스케이월드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은 여전히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복귀 가능성 있나

회사 청산에 따른 과정이라고 해도, 정 전 대표가 수감 중인 만큼 시기적으로 적절치는 못하다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네이처리퍼블릭 측은 “이전부터 청산 절차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정 전 대표의 재판 진행과 등재임원의 퇴사로 과정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정 전 대표의 경영 복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며 정 전 대표의 경영복귀설도 일축했다.

한편,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2016년 정 전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112억 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189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올해는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하며 매출 514억 원, 영업 손실 25억 원을 기록했다.

정 전 대표는 구속 당시 회사 업무에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0년 적자였던 네이처리퍼블릭을 인수해 1년 만에 흑자전환을 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정운호 게이트 등의 범죄 이력을 가진 그의 복귀가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향후 정 전 대표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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