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하고도 쓰라린 아픔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탄핵 파동 끝에 총선에서 근거지인 호남지역에서조차 철저하게 고배를 마셨다. 화려했던 당사를 떠나 간신히 건물 한 층에 입주했다. 아직 내부 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그러나 이번 6·5 재보궐 선거에서 화려하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물론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자멸의 결과이긴 하지만 그래도 ‘절반의 승리’는 된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를 만나 정국 상황과 민주당의 진로에 대해 물어보았다.

- 승리를 축하한다.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를 어떻게 보는가.▲대체로 만족하다. 특히 전남지역 선거 결과에 만족하다. 이번 선거 결과로 침체된 민주당이 회생할 수 있는 희망을 발견했다고 본다. 교두보를 마련했다.

- 앞으로도 이런 기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나.▲우리가 노력하면 가능하리라 본다. 우선 민주당이 호남지역의 정서와 이익을 대변하는 유일정당이라는 사실을 계속 부각시킬 것이다. 또한, 원내 투쟁을 계속하겠다. 그러나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정책 대안을 제시하며 지역주민에 봉사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지역에 봉사한다고 해서 다른 지역을 적대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김심’을 어떻게 보는가.▲그 분도 정치 전반에 대해 소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당 간의 문제에 대해서는 엄정 중립이다. 그렇게 알고 있다.

- 열린우리당의 합당제의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합당은 불가능한가.▲절대로 하지 않는다. 아니 떨어져 나갈 때는 언제이고 왜 이제와서 전혀 관심없다는 사람에게 합당 운운하는가.

- 왜 합당하지 않으려 하는가.▲간단하다. 민주당은 50년 이상을 끌어온 정통 민주 정당이고, 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급조된 여당이다. 이건 노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없어질 정당이다. 그런데 왜 우리가 우리당과 합당하겠는가.

- 우리당이 없어진다는 이유는 무엇인가.▲한국 정당사가 잘 보여준다. 이승만 정권 때 자유당, 박정희 정권 때 공화당, 전두환 정권 때 민정당, 김영삼 정권 때 신한국당이 모두 그 보스가 사라졌을 때 동시에 사라졌다. 우리당도 노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만들어진 정당이다. 당연히 노 대통령이 퇴임하면 사라질 정당이라고 본다.

- 당사는 어떻게 구했고, 어떻게 살림을 꾸려나갈 것인가.▲당비를 낸 당원을 중심으로 꾸려나갈 것이다. 임대 조건은 보증금 8,000만원에 월 1,500만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선관위)에서 매달 1억 6,000만원을 받고 있는데 그것으로 근근히 꾸려간다.

- 영호남 지역감정의 원인과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출발은 ‘내 지역에서 대통령을 뽑자’는 선동에서 시작되었다. 그것이 전라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으로 고착화되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게 된다.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나서서 영호남 모두가 평등하다고 하는 신뢰를 지역민에게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예산, 지역 개발, 인재 등용 등에서 원칙을 가지고 평등하게 해야 한다. 그런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절대로 영호남 지역감정은 없어지지 않는다.

- 그런다고 그런 신뢰가 가능하겠는가.▲(매우 망설이는 태도로)차별과 편견의 메커니즘을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 영남에서 호남에 대한 ‘차별적 우월감’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도(民度)가 높아져야 한다. 영남은 호남보다 인구가 많다고 하는 우월의식을 버려야 한다. 이런 독점 의식이 있는 한, 공생할 생각도 없고, 또 평등하게 분배할 마음도 없어진다. 영남 선거 결과를 보라. 차떼기니 뭐니 해도 결과에 아무런 차이는 없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이건 이성적 사고가 아니다.

- 왜 호남에서 노동당 지지율은 낮은가.▲노동당의 주역은 영남 출신이다. 영남은 공장 시설도 많고, 따라서 노동자도 많다. 그러니 영남에서 노동당의 지지율이 높은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 노동자, 농민을 위한 정당이다. 노동당과 상당부분 겹친다. 따라서 호남에서는 굳이 노동당을 찍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농민을 위해 노력했다.

-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총선후보든 지자체 후보든 당선자를 낼 가능성은 있는가.▲앞으로는 가능할지 모르나 지금은 불가능하다. 한나라당이 집권해서 호남에 엄청난 혜택을 베풀고, 또 모든 점에서 영호남 평등 정책을 편다면 가능할 것이다.

- 설훈과 추미애 전의원에 대한 생각은.▲추미애 전의원은 아직 당원이다. 당원으로서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 현집행부에 동참하면 고맙겠지만 그 외에 우리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설훈 전 의원은 당론을 반대하고 혼자 개인플레이 했던 사람이다. 우리가 어쩌겠는가. 물론 개인적 친분은 있지만 나는 개인 입장이 아니라 대표 입장이다.

- 충청도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지금 계획한다고 해도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생긴다. 아마 앞으로 대선용, 총선용, 지방선거용 충청도 공략 전술일 것이다. 우리당이 다음 선거용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한다고 해도 수조원이 든다. 결코 5~6년 안에 할 수 없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으로 하려고 하면 한계에 부닥친다. 행정수도에 대한 청사진, 예산은 결국 국회에 있다. 추진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충청도 행정수도는 김대중 전대통령이 71년도 대선에서 내 놓은 공약이고 민주당 공약이기도 하기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 김 전대통령이 대북 특사로 활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는데.▲그건 노 대통령이 결정할 바이다. 하지만 우리는 전직 대통령을 활용하지 못하는 나쁜 전통이 있는데 이제 그것도 깨져야 한다고 본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 김 전대통령만한 적임자도 없다. 그 분은 정책입안, 실천에 적격이다.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 박지원 전비서실장이 구속돼 실형을 받았다. 한때의 동지가 구속됐는데 어떤 생각이 드는가.▲박 전실장 문제에 대한 관점은 현대 비자금 문제인데 이것은 그가 계속 부인하고 있다. 나머지 대북 송금 문제는 관계자 모두가 복권되었다. 비자금 문제는 과거 정치 관행이다. 그것을 지금 논리로 재단하려고 하니 마찰음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그게 잘한 짓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일종의 정치범 형태이다. 정치범 형태에서 (감옥에서) 다 살고 나온 적은 없다. 알아서 해결될 것이다.

- 김대중 도서관과 자택 문제에 대한 견해는.▲김대중 도서관은 연세대에 기증했다. 김 전대통령이 살고 있는 자택은 개인이 알아서 결정할 바다. 다만 미국의 닉슨이나 카터 경우처럼 고향에 ‘김대중 기념관’ 같은 것을 만들고, 동교동 집을 아예 그곳으로 옮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문화재로 지정하고, 정부가 관리하는 것이다.

-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결정되고 난 후 동교동이 너무 했던 것 아닌가하는 비판도 있다.▲정치는 지극히 현실적 작업이다. 당선이 불확실한 후보를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결과가 중요한 것이다. 나는 물론 단일화 후보를 위해 중립을 지켰다.

- 내각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나는 개인적으로 내각제가 우리 정치에서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이원집정부제도 아니고 순수내각제를 적극 찬성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