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씨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한 지 3일 만에 “공정한 사회가 서로 믿음”을 준다고 밝혔다. 그는 불공정한 사람을 장관에 임명해 놓고서도 며칠 만에 ‘공정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족했다.

문 대통령은 2년 반 전 취임식 때도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공정과 정의”를 역설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에 대한 우리 국민의 공정과 정의 “믿음”은 편파적 ‘적폐 청산’에 이어 조국 임명을 계기로 더더욱 깨졌다. 대학생들은 “평등•공정•정의는 죽었다”고 외쳤다.  

문 대통령의 조 법무장관 임명은 “공정과 정의는 죽었다”는 절규를 자아낼 정도로 공정과 정의에 역행했다. 조 후보자는 부인과 딸의 불법 연루는 물론 본인의 거짓말과 위증 의혹까지 짙어져 가고 있던 상태였다. 더욱이 조국 가족 불법•부정과 관련된 대학교수들과 학생들의 장관임명 반대도 날로 격화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그를 장관으로 임명, 공정과 정의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날려버렸다.  

물론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을 임명할 때 사분오열된 야당의 반대와 일부 대학생 및 대학교수의 반대쯤은 겁내지 않았는지 모른다. 2016~17년 촛불 시위와 탄핵 정국처럼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조국 임명을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나서지만 않는다면 두려워 할 게 없다고 간주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조 씨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더 이상 “공정과 정의”를 입에 담을 수 없도록 신뢰를 잃었다. 

문 대통령의 독선적인 조국 임명은 단순한 공정과 정의 상실로 그치지 않는다. 37년간 짐바브웨를 통치해 온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의 독선을 떠올리게 한다. 무가베는 집권하기 전엔 “민주주의와 자유”를 외쳤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짐바브웨는 내 것”이라며 개인 소유물처럼 자기 마음대로 휘둘렀다. 문 대통령은 “촛불 민심”으로 대통령이 되었다며 민심을 천심으로 받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격렬히 반대하던 민심을 외면한 채 조국을 장관에 임명했다. 무가베처럼 국가를 국민의 것이 아니라 “내 것“으로 착각한 듯 싶다.  

또한 문 대통령은 조국 임명으로 권력기관 개혁에도 동력을 잃게 되었다. 그는 조국 임명 명분으로 조 후보자의 강력한 “권력기관 개혁” 의지를 내세웠다. 그러나 권력기관 개혁은 조국 외에도 할 사람이 많다. 조 장관은 회복할 수 없는 거짓 말과 위증 혐의를 받고 불신 대상이라는 데서 개혁을 이끌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 개혁의 기본인 공정과 정의를 상실한 사람의 지시를 따를 사람은 없다. 
 

그밖에도 조국 후보자 파동을 계기로 대통령 자신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총리•청와대 등 집권세력에 대한 불신도 증폭되었다. 당•정•청이 모두 대통령의 비위 맞추는 기계로 전락되었다는 데서 그렇다.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는 검찰의 조국 가족 압수수색에 대해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행위”라고 협박했고, 뒤이어 이낙연 총리도 “검찰이 정치를 하겠다고 덤비는 것”이라며 수사를 견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람을 물어 뜯겠다”고 “미쳐 날뛰는 늑대와 같다”며 검찰을 물어뜯었다. 저와 같은 당•정•청의 검찰 수사 물어뜯기는 그들이 5000만 국민의 혈세로 녹을 먹으면서도 오직 대통령 한 사람의 비위만을 맞추는 거수기로 전락되었음을 엿보게 한다. 

문 대통령의 조 법무장관 임명 강행은 대통령한테서 공정과 정의를 기대하던 국민을 분노케 했다. 문 대통령은 회복하기 어려운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집권 3년도 채 안 되었는데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땅에 떨어졌다. “이게 나라냐!”는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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