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일인시위에 이어 지난 16일 청와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파면 촉구’ 삭발을 했다. 황 대표는 조 장관 임명 강행에 맞서 그의 퇴진을 관철하겠다는 대여(對與)투쟁의 결기를 보여줬다. 과거 야당 시절 김영삼•김대중 총재가 단식을 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제1야당 대표가 대정부 투쟁을 하면서 삭발한 것은 처음이며 이례적이다.

고려의 우탁과 조선의 조헌•최익현의 지부상소(持斧上疏)가 연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선조들이 국왕의 실정(失政)을 바로잡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고 상소한 것처럼, 황 대표에게서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투쟁의 진정성이나 수단의 절박함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정치적으로 불퇴전(不退轉)의 배수진(背水陣)을 쳤다. 그 일차 대상은 조국이지만 마지막 종착지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황 대표는 삭발 후 “문 정권의 헌정 유린과 조국의 사법 유린, 폭거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대통령을 향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고 했다. 또 조 장관을 향해 “마지막 통첩이다.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 내려와 검찰의 수사를 받으라”고 했다.

또한 지난 14일부터 ‘정교모(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사회정의와 윤리가 무너졌다’라는 제목으로 조 장관 교체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공개하고 서명을 받고 있다. 이번 시국선언은 진보와 보수 성향과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고, 지난 9월 19일 전국 290개 대학 교수 3396명이 ‘조국 교체’ 시국선언을 했다. 여기에 더해 한겨레신문, KBS, MBC 기자들이 거짓보도와 방송에 항의를 하고, 지난 19일 서울대ㆍ연대ㆍ고대생 1000여 명이 동시에 촛불집회를 열어 ‘전국 대학생 투쟁’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조국의 법무부장관 임명을 보며 문재인 대통령의 안중에 국민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른바 좌파 지지층 40%만 있으면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문재인식 계산법’ 앞에 좌파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던 ‘평등•공정•정의’는 허울뿐인 수사(修辭)임이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국민을 배신하고 국민에 선전포고를 했으며 이제 야당과 국민에게 남은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저항권밖에 없다.

추석 민심의 함의는 문 대통령이 국민을 버렸듯이 국민도 문 대통령을 버릴 태세다. 최근 칸타코리아 여론조사 결과 ‘여야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파가 38.5%로 늘어났다. ‘조국 변란’ 이후 여당을 지지하던 중도층이 돌아섰지만 한국당 지지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한국당이 뭔가 바뀌고 변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과 자유 우파가 결속하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혈투하느라 힘을 빼고 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식 친정 흠집내기, 김무성식 계파 활동이 한국당의 신뢰 회복에 짐이 된다는 점을 황교안 대표는 불식시켜야 한다. 

문 정권은 출범부터 적폐청산으로 주류세력을 교체하고 아무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문 정권은 지난 2년 반 동안 국가의 계속성을 부정하고, 1948년 건국과 자유통일을 부정하며, 사유재산권 및 시장경제를 침해하고, 군사대비태세를 무력화하는 등 헌법위반을 계속하고 있다. 그 결과 건국 71년간 피땀으로 이룬 ‘한강의 기적’을 ‘한강의 눈물’로 바꾸어 놓았다.

조국 장관이 한 달 버티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1% 이상 씩 떨어질 것이다. 문 정권은 탄핵의 업보를 태생적으로 안고 출범한 정권이기 때문에 역대 정권보다 지지율이 10% 정도는 높아야 원활한 국정운영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두 가지 전략적 패착을 두었다. 임기 초에 검찰을 적폐청산의 도구로 이용하는 바람에 검찰개혁을 하지 못한 점과 뒤늦게 조국으로 검찰개혁을 시도하다가 조국의 각종 비리로 중도층을 잃어버린 점이다.

황교안 대표는 법률가답게 조국을 범죄자로 규정했다. 조국이 피의자가 되고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면 성난 민심은 요원의 불길처럼 번질 것이며 문 대통령은 탄핵과 하야 요구의 촛불 앞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

이 시점에서 한국당은 투 트랙의 대여투쟁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장외의 애국세력과 연합하여 국민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전국적인 ‘민생투쟁’과 문 정권의 사회주의 실험 정책과 연방제통일을 위한 반미•반일•친중 정책 등의 문제점들을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투쟁’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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