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람인데도 품격이 다르고, 직업에 귀천이 있다

만수지구대장 강철희 경감
만수지구대장 강철희 경감

지난 2016년 8월 서울중앙지법 형사 법정에서 허위고소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권모씨는 재판장이 유죄 이유와 함께 징역 1년을 선고하자 재판장을 향해 “네로 황제다! 네로황제! 무슨 1년이야? 미친 놈 아냐?”라고 소리를 질렀다가 법정 모욕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판사는 “법의 공정한 재판 기능을 저해하는 범죄로써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주택가 공원에서 노인과 고등학생이 싸우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관이 출동했다.

70중반의 남자 어른은 고등학생을 향해 “나이도 어린 녀석이 버르장머리가 없다”“네 부모가 그렇게 가르치데?”하며 흥분하고 있었고, 고등학생은 어른을 향해 “네까짓게 뭔데 나한테 반말이야? XX”“나이 쳐먹었으면 다야? 나잇값을 해야지!”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노인과 학생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중학생이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 중학생은 순찰차안에서 “어이 XX새! 나 여기서 담배 피워도 되냐? 야! 너! 담배 하나만 줘봐라! 담배 좀 피워도 되냐고? 이 XX놈들아!”라고 악을 써댔다. 이 중학생이 과연 처벌을 받을까?

중학생 딸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주거지 인근을 수색하다보니 그 여중생은 술에 잔뜩 취해 전봇대를 붙잡고 구토를 하고 있었다. 중학생을 가족에게 인계하고 경찰관은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한 업소를 조사하기 위해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학생의 가족은“당신들이 뭔데 사람을 오라가라하느냐? 청와대에 민원을 넣어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1년내내 한번 나한테 시달려 볼래?”라고 했다.

술에 취해 지구대나 파출소에 동행된 주취자들은 자신이 아는 욕설과 평생 들어보았던 욕이란 욕은 다 쏟아놓는 경우가 많다. 술에 취하지 않은 사람도 지구대로 동행된 것에 불만을 품고 거칠게 욕을 해댄다. 경찰관‘모가지’는 10개라도 모자란다.

그렇지만 욕쟁이들은 대부분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유유히 집으로 귀가한다. 지구대에 동행된 사람들이 경찰관에게 하는 욕설을 법정에서 판사에게 했다면 그 판사는 욕쟁이에게 종신형을 선고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종신형이 가능하다.

욕설 대잔치는 대도시 지구대에서 거의 밤마다 이루어지는 진풍경이다. 경찰은 욕설 풍년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민이 느끼는 체감치안만족도 향상을 위해 갖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전세계 여행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 본 결과 세계인들이 느끼는 치안만족도 최상위 국가 중 대한민국이 빠지는 일은 없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국민이 느끼는 치안만족도는 항상 최하위다.

일본 사람들은 겉마음과 속마음이 달라서 표현하는 방식을 항상 ‘혼네’니‘다테마에’니 해서 에둘러 말한다는데 우리나라 국민들도 일제 잔재의 영향으로 인해 속마음은 “대한민국 경찰은 역시 세계 최고야!”라고 뿌듯해 하면서도 설문조사를 하면 치안만족도가 밑바닥을 헤매는 것은 ‘더 잘하라는 뜻인지’ ‘속 마음은 그게 아니나 겉으로는 이렇게 표현한다’는 일본인들 같은 이중적인 심정인지 알 수가 없다.

학교, 공원. 길거리, 지구대, 법정, 모든 곳에서 욕설이 사라진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화’를 분출하지 못해서 다들 얼굴이 벌개질까?

법정에서와 같이 욕을 하는 것을 강력하게 처벌하듯이 일반 길거리에서도 욕설 하는 것을 처벌하여 통제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외국인들이 밤마다 지구대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