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관련 어떠한 문서도 살피지 않았다는 관계자, 박 전 목사 ‘타 교단 편입’ 시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 [뉴시스]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일요서울은 자신의 친조카를 성폭행하려 했던 목사가 교단의 면직제명 조치 후에도 익산 개척교회에서 버젓이 목회 활동을 이어가는 실상과 여성 단체를 협박했다는 증언이 담긴 녹취록을 입수해 총 두 차례 단독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목사는 교단에서 방출되고, 교회 폐쇄 결정까지 내려진 지 1년이 흘렀지만 개척지원금 환수’, ‘등기 변경’, ‘목회 중단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 목사는 피해자와 함께 목회 중단 목소리에 힘을 보탰던 여성 단체 관계자를 협박 해 충격을 더했다.

일요서울은 해당 목사의 성폭력 사실을 미리 알고도 묵인했던 인물에 대한 단독보도도 이어갔다. 피해자가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에 성폭력 사실을 알릴 당시(지난 2015) ‘교무국장이었던 유모 목사 추적 내용이다. 그는 직접 피해자의 어머니와 가해자 박모 전 목사를 면담시켜 성폭력 사실을 재확인하고도 박 전 목사가 일방적으로 낸 개인사유 사직서를 거리낌 없이 승인했다. 유 목사 본인이 ‘3자 대면까지 추진해 놓고도 말이다.

덕분에 박 전 목사는 익산에 교회를 개척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박 전 목사는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에게 개척 지원금’ 2억 원과 매달 200만 원씩 총 3000만 원에 육박하는 추가 지원금까지 받아 익산에 교회를 개척했다. 기자는 이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에 여러 질의를 했으나 아직까지 답이 오지 않고 있다.

피해자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상황을 보고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또 교회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교회개척국 관계자의 말에 이상한 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내부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도는 것일까.

친조카를 성폭행하려 한 박 전 목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박 전 목사 SNS 화면 캡처]
친조카를 성폭행하려 한 박 전 목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지난 2011년 6월). [박 전 목사 SNS 화면 캡처]

피해자 이유나(가명) 씨는 최근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개척국 관계자와 통화를 나눴다. 그러나 관계자의 반응이 이상했다고 말한다. 관계자는 이 씨에게 발령된 지 얼마 안돼서 박 전 목사 성폭행 사건에 대한 면직 판결문을 포함한 어떤 문서 조차 아직 살펴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건을 본인이 맡아야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추가적인 반응에 이 씨는 놀랐다. 관계자가 박 전 목사가 타 교단으로 가더라도 우리에게 연락할 것이냐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관계자에게 “(박 전 목사가) 다른 교단(에 가더라도 해당 교단에)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얘기하자 관계자는 . 알겠습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그동안 싸움은 길었고, 사건의 배경도 상당했다.

그러나 판결문을 포함한 어떤 문서도 보지 못했다는 신임 관계자는 교회 내부에서 어떠한 내용을 들었기에 박 전 목사의 타 교단 편입을 시사하는 것일까. 이러한 관계자의 말은 마치 박 목사가 타 교단에 들어가 목회 활동을 이어갈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것처럼 보인다.

이 씨는 문서 확인도 안했다는 교회개척국 관계자는 나에게 성폭행 가해자 박 전 목사가 타 교단 목사로 목회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는 뉘앙스로 얘기해 의아하면서 당혹스러웠다. 박 전 목사가 타 교단 목사 안수를 받으면 산 넘어 산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앞서 기독교반성폭력센터(이하 센터)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가해자 한 케이스에 대해 우리(교단교회)는 입장을 정리했으니 우리하고는 관계없다는 일종의 꼬리자르기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 한국의 교단은 단일 교단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교단으로 편입하거나 교단 없이 가도 무방한 상황이다. 어쨌든 (박 전 목사가) 교단의 목사라는 것을 사칭하면 교단이 문제를 바로잡고자 행정적 조치 등을 해야 하는데 나설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교단과 교회 측이 문제를 바로 잡으려는 명확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센터 관계자는 그러면서 “(교회교단 측에서)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명확한 의지가 있었으면 가처분을 걸든, 뭘 하든 법적조치에 나섰을 것이다. 교단 입장에서는 이미 2억 원(개척 지원금)을 주려고 마음먹은 것이었고, 환수조치를 하는 데 따르는 행정적인 소요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니까, 최대한 이런 것들이 유보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센터 관계자가 지적한 부분과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이 씨는 미성년자 성폭행범이 나이를 불문하고 가는 교회 안에서 목사의 탈을 쓰고 목회 활동을 이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게 너무 지치고 힘들다면서 피해자가 직접 (가해자에게) 가서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것과 아직 종교의 자유로 (문제를 일으킨 목사의) 목회 활동을 막을 수 없다는 법의 허술함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 외에도 피해자와 가해자 목사 등이 교단교회 안에 또 있을 수 있다.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는 유 목사에 대한 중징계와 관련, 현 교무국장에게도 이메일,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연락처를 남기고 답변을 요청했으나 읽음표시만 있을 뿐 어떠한 답변도 오지 않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피해자는 박 전 목사에 대한 선교사 발령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박 전 목사는 지난 2006년 목사 안수를 받고 계속 목사로만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목사의 SNS를 살펴보면 선교사라는 문구도 삽입돼 있다면서 목사 면직 후 선교사 발령이 났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기자는 박 전 목사, 성폭력 사실을 묵인한 유 목사 등과 관련한 여러 질의를 지난 10일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에 전달했으나 아직까지 답이 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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