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이후 수 십 년 동안 재벌은 늘 따뜻한 햇볕 아래 있었다. 수출 드라이브 정책 아래 온갖 특혜를 받았다. 그렇게 조성된 부를 바탕으로 역대 독재 정권에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했다. 독재정권과 재벌은 그렇게 원시적 축적과 검은 거래를 주고받으며 공존했던 것이다. 그 가운데 노동자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수 십 년만에 처음으로 노동자 농민의 진보정당이 국회에 입성했다.

당연히 재벌 측에서는 초비상이 걸렸다. 국민들은 보수 일색의 정치인에게 이미 실망감을 느꼈고, 앞으로 진보정당 정치인에서 새 희망을 찾을 것이다. 따라서 다음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의석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서인지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의 표정은 착잡하고, 노회찬 민주노동당 당선자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굴러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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