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에 집중하라” ‘일 잘하는 지사’로 승부 건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지사직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은 결과에 지지자들은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대법원을 압박하고 있다. 이 지사 측은 경기도정에 집중하며 도민들에게 일 잘하는 도지사를 잃으면 안 된다고 알리고 있다. 오는 12월로 예정된 대법원 선고에서 이 지사의 형이 확정될 시 경기도지사직은 공석이 되고 다음 해 4월 총선에서 보궐선거가 이뤄질 전망이다. 여권의 핵심 대권후보인 이 지사가 추락한다면 새로운 대권후보로 부상하기 위한 민주당 인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시스]

-유죄 확정 시 경기도 수장 ‘무주공산’... 與 인사들 ‘빈틈’ 노린다

수원고법 제2형사부(임상기 부장판사)는 지난 6일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지사는 지방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 또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을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 받으면 지사직을 잃게 된다.

재판부는 이 지사의 혐의인 ‘친형 강제입원’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 ‘검사 사칭’과 ‘성남 분당구 대장동 개발’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중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벌금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지사가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TV토론회에 나와 “친형 강제입원에 관여한 바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에 대해 친형의 입원절차를 지시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경기도청, 재판 별개로 민선 7기 사업 전력

재판부는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봤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지사의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하며 특히 핵심 쟁점이던 ‘친형 강제입원’에 대해서는 “시장의 권한에 따른 구 정신보건법 25조 절차를 통해 법령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 친형을 입원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1심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에게 “사법부가 인권과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확인해 준 재판부에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지만 항소심 재판 후에는 별다른 말 없이 법원을 떠났다.

이 지사와 검찰 양측은 판결에 불복하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2심에서 1심의 판결을 뒤집고 유죄가 선고된 터라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을 안심할 수 없다. 이 지사는 항소심 판결 후 도정에 집중하고 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지난 26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경기도청 공무원들은 이 지사의 판결과는 별개로 차질 없는 도정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며 “민선 7기 들어와서 추진하는 기존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에 대해서는 “(도 차원에서) 따로 대응방안이 있지 않다. 이 지사 역시 도정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의 판결이 대법원까지 가게 되자 경기도 체육인 연대, 전통시장 상인들 등 각계각층에서 이 지사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특히 이국종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지난 19일 이 지사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 교수는 10쪽 분량 자필 탄원서에서 “이 지사는 전임 지사들을 거치면서 내려온 좋은 정책을 지속, 발전시키기 위해 애썼다”며 “최근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이 지사에 대한 조사와 판결을 지켜보면서 경기도정에 지장이 있을 것을 우려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도민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의 허무한 죽음을 막아내고 있는 현장 의료인들은 능력이 출중한 행정가이자 좋은 사람인 이 지사를 ‘진정성 있는’ 조직의 수장으로 믿고 있다”며 “그가 사회 발전에 밑거름이 되면서 영예롭게 역사 속에 묻혀갈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 올린다”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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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키기 모임’ 출범 “유죄판결 이해할 수 없어”

또 지난 25일에는 “정의와 공정의 시대정신을 지키기 위해 모였다”며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출범했다. 이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 지사가 지사직을 내려놓는 불행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범대위 1차 발기인 명단에는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함세웅 신부, 가수 김종서, 소설가 이외수 등 종교·언론출판·법조·문화예술·노동계 1184명의 이름이 포함됐다.

이들은 ▲청년기본소득, 무상교복, 산후조리비 지원 등의 보편적 복지 추진 ▲지역화페를 통한 소상공인 및 지역 경제 활성화 ▲하천·계곡의 불법 시설물 철거, 체납관리단 운영을 통한 준법문화 확립 ▲수술실 CCTV 설치, 24시간 닥터헬기 운영을 통한 기본적 인권 보장 등 이 지사의 정책들을 언급하며 “이 지사가 앞장서 열어가고 있는 경기도의 정책은 정부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를 향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1, 2심 모두 무죄를 선고하고도 부가적 사안이라고 할 수 있는 방송토론 중 단답형 답변을 문제 삼아 허위사실공표죄를 묻는 2심을 이해할 수 없다. 설령 허위사실공표죄의 여지가 있다 가정해도 당선무효형이 온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범대위 소속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범대위는 이 지사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이번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포함하고 있다. 고소 고발을 통해 사법부에게 판단을 구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의 실종”이라며 “다만 이 지사의 강성 지지자들은 시위를 하는 등 표현이 강하기 때문에 뜻을 같이하기에는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오는 12월로 예정돼 있는 대법원 판결에서 이 지사에게 항소심 형이 확정된다면 경기도지사직은 무주공산이 돼 다음해 총선과 동시에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전망이다. 또한 이 지사는 향후 5년간 피선거권도 제한되기 때문에 판결에 따라 이 지사의 정치인생이 마감될 수도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여권 내 유력한 대권후보가 위기를 겪으니 당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도 “경기도지사 자리가 공석이 된다면 누구나 나갈 수 있다”고 밝혀 경기도라는 정치적 구심점을 차지하기 위해 여권 인사들이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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