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서울대 법대 82학번, 조국 부인 정경심 교수 서울대 영문학과 81학번, 윤석열 검찰총장 서울대 법대 79학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서울대 사회학과 72학번,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서울대 경제학과 78학번,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서울대 법대 82학번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으로 대한민국이 서울대 공화국이라는 실체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조국 장관 임명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정치권 주요 인사들 역시 서울대 출신이 다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서울대 정치학과 65학번,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 서울대 경제학과 76학번,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서울대 국사학과 72학번,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 서울대 역사교육학과 78학번이다.

최근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정의당이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해 동조하자 탈당계를 제출한 바 있는 데 진 교수 역시 조 장관과 같은 서울대 82학번 동기다. 두 인사는 1989년 서울사회과학연구소를 결성해 '주체사상 비판'을 출간하는 등 막역한 관계를 이어왔다고 한다. 사건의 당사자도 정치권에서 공격하고 옹호하는 인사들도 심지어 제3지대에 있는 사람들 모두 서울대 출신들이 이슈를 선점하고 있는 셈이다.

조국 장관 임명을 두고 벌어진 일련의 충돌이 기득권을 누려 온 계급 간 권력투쟁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과거 지방에서는 선거 때만 되면 특정 명문고 출신 간 경쟁이 치열했다. 00고 출신들끼리 자리다툼이 횡행하다보니 다수의 비명문고 출신들은 나설 자리가 없었다. 지방권력이 다수가 아닌 소수에 의해 움직였다.

그러나 고교평준화가 실시된 이후 과학고, 외고, 특수 목적고에 명문 자리를 내줘 지역 명문고는 옛날 얘기가 됐다. 이제 대학가에서 고교동문회 모임 플래카드를 보기는 하늘의 별따기인 세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앙 지방 할 것 없이 SKY(서울대·연대·고대) 출신들의 파워 다툼의 장이 됐다. 결국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은 옛말이 됐고 ‘한강에서만 용이 나는’ 세상이 됐다. 전국 지방의 인재는 한강 주변으로 몰렸다. 문제는 조국 장관 임명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사회에서 존경을 받아오던 인사들 역시 ‘기득권의 대물림’에 혈안이 돼있다는 점이다.

최근 검찰은 조 장관 아들 조모씨의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받은 인턴활동 증명서 발급 경위를 조사했다. 딸도 두 번째로 불러 입시 관련 의혹을 조사했다. 조 씨 역시 고교 재학 중 부친이 재직 중인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증명서를 받았다. 이 정도면 불법 여부를 떠나 조 장관의 부인인 정 교수의 자식들 스펙쌓기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지난 8월 초 서울대생들은 서울대 출신 인사들 중 가장 부끄러운 인사를 뽑는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서울대생들은 상반기 부끄러운 동문으로 조국 법무부장관을 꼽았다. 영향력 있는 인사를 중심으로 14명의 후보를 선정했다. 강효상, 김진태, 나경원, 손학규, 심상정, 안민석, 우병우, 유승민, 유시민, 이해찬, 정동영, 조국, 조윤선, 하태경 등이 올랐다.

조 장관이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린 데는 앞서 언급했듯이 ‘설마, 조 장관마저..’ 기득권 대물림을 할 것이란 예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득권인 줄도 모르고 기득권을 누린 자들은 반성하고 권력을 내려놓고 나눠줘야 한다. 그나마 조국 사태가 준 소중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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