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2일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 발표한 후 한 달여 시간이 흘렀다. 적용기준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이 최초 입주자모집공고 시점으로 일원화되고 전매제한(최대 10년)과 거주의무기간(최대 5년) 요건도 강화된다.

상한제의 집중 타깃이 된 서울의 경우 모든 사업장에서 분양가 규제가 불가피해졌다. 아직 적용시기와 지역이 확정되지 않은데다 정부 내 이견 차로 인해 연내 시행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상한제 파급 효과는 만만치 않게 커 보인다.

서울 새아파트 희소가치 부각

특히 공급 위축 우려에 희소성이 부각된 서울 새 아파트는 가격이 고공 행진하는 추세다. 부동산114가 서울 아파트 연식 별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를 살펴본 결과, 입주 1~5년 이하 새 아파트 가격은 6월 0.24%에서 8월 0.70%로 0.46%p 올랐다. 반면 입주한 지 10년 넘은 아파트 가격은 6월 0.62%에서 0.44%로 0.18%p 하락했다.

청약경쟁 치열

귀한 새 아파트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면서 서울 청약시장의 열기도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지난 8월 분양한 동작구 사당동 이수푸르지오더프레티움은 올해 서울 최고이자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청약경쟁률(204대 1)을 기록했다. 이어 9월 분양단지들도 평균 53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 전임에도 불구하고 청약 과열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전매제한 등 상한제에 따른 규제가 강화되기 전 청약통장을 꺼내든 수요자들이 많았고, 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심사 수준에 맞춰 시세와 비교해 합리적인 분양가가 책정되고 있는 점도 청약수요를 견인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서울 ‘밀어내기 분양’

한편 10월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 전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면서 서울에서는 공급이 다소 늘었다. 9월 6일 기준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9~10월 아파트 분양물량은 총 7736가구(임대 포함, 총 가구수 기준)로 집계됐다. 이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 8월 9일 조사된 총 2813가구에 비해 4923가구 늘어난 수치다. 9월 초 분양된 송파구 거여동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 서대문구 홍제동 서대문푸르지오센트럴파크, 은평구 응암동 녹번역e편한세상캐슬2차 모두 지난 8월 9일 조사 시에는 분양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던 단지들이었다.

추석이 지난 9월 중순부터 10월까지 알짜단지들의 분양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강남권 물량이다. 상한제 시행 전, 강남권에서 나올 ‘막차’ 청약을 노리는 수요자들의 관심이 모아지면서 어떤 아파트가 당첨가점 커트라인 최고점을 경신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역삼동 마지막 분양

올 가을 강남권 분양단지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아파트는 9월 중 HDC현대산업개발이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4차를 재건축해 짓는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다. 역삼동 브랜드타운의 마지막 분양단지인데다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하게 책정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일반분양 물량도 100여 가구에 불과해 높은 청약 경쟁이 예상된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35층 5개동 전용 52~168㎡ 총 499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이중 전용 84~125㎡ 138가구가 일반 분양될 예정이다.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가 위치한 역삼동은 강남 내에서도 각종 인프라가 집중돼 있는 황금 입지로 꼽힌다. 지하철 2호선과 분당선 환승역인 선릉역과 분당선 한티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경부고속도로 서초IC, 동부간선도로, 올림픽대로를 통해 수도권 전역으로의 이동이 편하다. 테헤란로 업무지구와 이마트, 롯데백화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편의시설도 가깝다. 도성초, 진선여중고, 역삼중 등 학군도 잘 형성돼 있어 주거환경이 우수하다.

인접한 삼성동 개발호재의 수혜도 기대된다. 지난 6월 국토부와 서울시가 영동대로 삼성역~봉은사역 구간에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을 최종 승인했고, 옛 한전 부지에는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건립될 계획이다. 개발 완료 시 일대의 대대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교통, 업무, 교육 등이 밀집해 있는 강남권에서 산다는 것은 편리한 주거생활은 물론 미래가치까지 보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주택자 대출 및 세제 규제를 피해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강남 아파트의 가치는 더욱 견조한 상승세를 구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청약을 통한 강남 진입 장벽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강남의 분양물량 자체가 귀한데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분양가가 낮아지면 청약 쏠림이 나타나면서 가점이 70점 정도라야 당첨 안정권에 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한제 전, 지금이 강남에 입성할 기회로 여긴 수요자들이 청약통장을 꺼내들면서 올 가을 강남 분양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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