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열기 속에서 뻔한 결과를 예상하며 치러지던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 가장 뜨거웠던 사건은 국민의당이 저지른 ‘문재인 후보 아들 문준용의 취업특혜 제보조작 사건’이다. 국민의당이 ‘문재인 후보 아들 문준용 특혜취업’ 의혹을 문준용 씨의 파슨스 스쿨 동료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폭로하자 선거판이 흔들렸다.

야당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모든 언론이 달려들어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지만, 이 폭로는 국민의당 당원이 제보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으로 치면 가짜뉴스였다. 대선 이후에 국민의당은 대국민사과를 했고, 제보조작 당사자들만 법의 단죄를 받았다. 안철수 후보는 책임 논란을 등지고 독일로 떠났다.

트럼프를 당선시킨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가짜뉴스는 여론을 뒤흔드는 역할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를 발표했다거나 힐러리가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팔았다는 가짜뉴스가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를 통해 유통되었다. 이런 가짜뉴스들은 트럼프가 당선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짜뉴스(Fake News)’란 단어를 발견한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에 따르면 미국의 기성언론과 갈등관계인 트럼프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들에 ‘가짜뉴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드워드 기자는 가짜뉴스라는 말 자체에 정치적 의도가 내재되어 있으니 쓰지 말자고 주장하지만 이미 가짜뉴스란 단어는 허위, 조작, 오보를 대표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마케팅의 귀재인 트럼프가 발견하기 전에도 가짜뉴스는 오보, 허위정보라는 단어로 존재했다. 지금 가짜뉴스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가짜뉴스가 더 널리 퍼지고 더 많은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가짜뉴스 유통경로인 유튜브에 가 보면 엄청난 생산, 유통량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현실은 가짜뉴스란 단어를 안 쓰는 것도 불가능하고, 가짜뉴스를 없애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정치적으로 활용성이 높고, 돈이 되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로 이득을 보는 집단을 정치에서 퇴출시키고, 돈줄을 막으면 가짜뉴스도 막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리다. 문준용 취업특혜 제보조작 사건으로 국민의당이 사라지지도, 안철수 후보가 정계은퇴를 하지도 않았다. 트럼프도 대통령이 되었다.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 유통시켜 온 사람들은 해가 갈수록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이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온갖 소식, 여과되지 않은 주장이 뒤섞일 수밖에 없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많은 정보가 단 시간에 쏟아진 경우도 없었고, 대중을 기만하기 위한 정보의 비중과 영향력이 지금처럼 높은 적이 없었다. 가짜뉴스는 교과서에까지 실리고, 정치인과 같은 영향력 높은 인사들에게 회자되면서 사회적 신뢰도를 낮추고 공익을 좀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짜뉴스의 유통경로를 쫓다 보면 이제 사람들은 전문가의 경험, 지식보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에 맞는 콘텐츠에만 열광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짜뉴스는 태극기부대를 열성 태극기부대로 만들고, 친문세력을 극문세력으로 승화시키는 ‘확증편향’의 약효를 발휘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정치판에 태극기와 극문세력만 남는 참사를 보게 될 수도 있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국가를 지키기 위해 가짜뉴스와의 전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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