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포가 넘도록 ‘조국’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 채널을 틀어도 ‘조국’ 관련 방송이고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온통 ‘조국’ 논란으로 끝이 없다. 오죽하면 지난 한가위 명절 때 “조국 이야기로 친인척들끼리 집안싸움 나는 것 조심하라”는 우스개 소리가 다 유행을 했을까.

우리가 조국 전쟁으로 갈등과 분열의 세월을 보내고 있을 때 과연 글로벌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지식포럼’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머지않은 미래에 국가나 기업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강력히 경고하는 목소리들을 잇달아 내고 있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경제 전쟁에 교역이 둔화되고 세계 경제 성장률이 낮아져 경기 회복이 쉽지 않고 대외 변수가 증폭되고 있으니 국가와 개인 모두 보수적인 전략을 세우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의 신용 위험과 ‘레버리지 투자(차입을 통한 투자)’ 위험도의 증가, 중국 기업들이 보유 중인 거액의 달러 채권 만기도래에 따른 위험, 브렉시트의 후유증에 따른 유럽연합(EU)의 붕괴 가능성 증폭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위험 지표들이 강력한 경고등을 켜기 시작한 것이다.

G2 경제전쟁과 브렉시트, 유가 불안 등 동시다발적인 대외 불안 요인들로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국가나 주요 기업에서 디폴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은 실로 섬뜩하다. 1997년 IMF와 2008년 국제 금융위기를 온몸으로 겪어온 트라우마를 안고, 한일 갈등에서 우리나라가 입을 피해 때문에 내년도 성장률이 2%에도 미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기에 우리 국민들이 속으로 느끼는 불안감은 더욱 클 수도 있다.

이 와중에 16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넘어서면서 급기야 한국은행이 ‘주의 단계’로 금융안정지수를 격상시키자 가계부채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한층 높아졌다. 가계부채의 ‘약한 고리’라고 할 수 있는 자영업자나 고령자 등의 상황은 날로 악화되어 금융위험 우려도 커져만 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가장 강력한 무기로 거론했던 ‘분양가 상한제’ 마저도 무색하게 9·13 대책 이후 집값의 상승세가 뚜렷해지다 보니, 현 정부가 규제를 할 때는 어김없이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맹신이 생겨나게 되었고, 거주지에 따른 빈부 격차와 위화감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아직 나라다운 나라에 도달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후 뉴욕을 떠나며 한 말이다. 이 말을 두고 최근의 ‘조국 사태’를 빗댄 말이라는 시중의 분석도 있는데, 취임 이후 계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로 신음하는 서민들의 눈물과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북핵 문제’ 등 커다란 난관을 눈앞에 둔 채, 설마 스스로 초래한 측면도 많은 ‘조국 사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할 여유가 있었으랴.

그러나 대통령의 마지막 구절마저 마음에 쫙쫙 붙지 않는 것은 왜일까.

“뉴욕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힘을 쏟아내는 곳이라 세계를 이끄는 미국의 힘을 느낀다. 하지만 역동성에서는 우리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우리는 반드시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대체 언제 어떻게 ‘조국’을 넘어서 디폴트 우려까지 거론되는 국민적 위기 상황을 희망으로 바꾸어 낼까. ‘비욘드 조국’이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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