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1위 중국 따라잡기, 내년엔 가능할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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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금융산업에 급부상한 핀테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갈수록 증대되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은 더 빠르고 더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원하고, 정부와 금융사들은 이런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발 빠른 대응에 나선다.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에서의 핀테크 경쟁력은 아직 아쉬운 모양새다. 이에 정부와 금융사들은 꾸준한 지원과 규제 개선 등의 뜻을 밝히고 나섰다.


정부의 꾸준한 지원·홍보에도...GFCI 핀테크 경쟁력 ‘순위권 無’

“갈 길 멀다”...금융위 “내년 혁신금융서비스 100건 선보일 것”



정부의 혁신성장 8대 선도사업 중 하나인 핀테크 사업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관심받기 시작한 것은 2014년 말부터다. 소규모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기업이 금융사의 서비스를 분리해 편리하게 사용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출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후 공인인증서와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금융 이체가 가능해졌고, 이제는 이용자가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전화번호만 알면 송금할 수 있는 ‘간편송금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해마다 커지는 시장 규모

정부 차원에서도 핀테크를 혁신성장 8대 선도사업으로 지정하며 핀테크에 적극적으로 투자지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관련 규제 완화 및 등록 절차 간소화와 함께 핀테크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핀테크 스타트업 발굴육성, 신규 기술서비스 개발 지원 등 지원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지원은 핀테크 기업수 증가로 직결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원사는 올해 2월 기준 총 291개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대비 70여 개가 증가한 수치로, 2016년 4월 협회 창립 이후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기업까지 다하면 500여 개로 추산된다.

핀테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은행권에서도 이런 현실에 고도화한 ICT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각 금융사는 송금, 결제, 해외송금, 대출, 자산관리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 분야에 기술을 접목해, 부상하는 신생기업들과의 경쟁 및 선점에 나선다. 특히,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한화생명 등 주요 금융사들은 핀테크기업 육성을 위한 ‘핀테크 랩(Lab)’ 운영을 알렸다.

적극 지원에도 아쉬운 순위

정부와 업계의 지원·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핀테크 경쟁력을 완벽히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컨설팅 기업 지엔(Z/Yen)은 최근 ‘국제금융센터지수(Global Financial Centres Index, GFCI) 26호’ 보고서를 발표했다. GFCI는 세계 주요 도시의 국제금융 경쟁력을 측정하는 대표 지수로, 기업 환경, 인적 자원, 기간시설, 금융산업 발전도, 명성 등 5개 항목을 평가해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발표된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0개 도시는 ▲뉴욕(미국) ▲런던(영국)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중국) ▲도쿄(일본) ▲베이징(중국) ▲두바이 ▲선전(중국) ▲시드니(호주) 순이다. 1위부터 6위는 지난 25호 보고서와 같이 순위변동이 없었으며, 나머지 4개 도시는 모두 최소 1위에서 최대 5위까지 순위 상승세를 보였다. GFCI가 발표한 총 104위의 목록에서 우리나라는 ‘서울’과 ‘부산’이 순위권에 있다. 서울은 677점(Rating)을 받아 36위(Rank)를 기록했다. 지난 25호 보고서 발간 당시 668점을 받아 점수는 증가했지만, 순위는 동일하다. 부산은 662점으로 43위를 기록했다. 지난 25호 보고서 발간 당시 636점을 받아 46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점수와 순위가 각각 3위, 26점 상승했다.

중상위권의 기록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일본에 비교했을 때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중국은 홍콩을 비롯해 상위 10위권에 4개 도시가 포함돼 있으며, 전체 순위에는 총 9개 도시가 차지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총 2개 도시가 전체 순위권에 포함됐지만, 도쿄와 오사카가 각각 6위·27위로 우리나라보다 상위를 점유했다.

특히, 핀테크 경쟁력을 나타내는 순위권에 우리나라는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중국은 강세를 보였다. 뉴욕이 3위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중국 도시들이 차지했으며 베이징(776점), 상하이(762점), 광저우(753점), 선전(752점) 순으로 나타났다. 일본 도쿄는 12위(726점)를 기록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국내 핀테크 사업을 바라보는 이들의 온도차가 뚜렷하다. 한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는 “우리나라의 결제대행업체(PG) 서비스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미국의 온라인결제 업체에서도 한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규제 마련 및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시행되는 일부 규제가 빠른 속도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데 따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와 중소기업연구원이 최근 개최한 신산업 규제개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해킹 피해 방지를 목적으로 금융회사와 전자금융업자 대상 ‘망 분리’를 규정하고 있어 핀테크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핀테크 ‘판’ 키운다

이 같은 지적에 중기부는 도출된 내용이 규제 개선에 반영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적극 협력에 나설 뜻을 보였다. 소기업의 혁신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규제를 상시 발굴하고, 관계부처와 힘을 모아 개선해 나갈 계획도 덧붙였다. 금융위원회도 같은 뜻을 보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 기업이 출현할 수 있도록 ‘핀테크 스케일업 전략’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그간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42건의 혁신금융서비스가 나오는 등 혁신을 저해하는 기존 규제를 디지털 규제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금융 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어 “국내 핀테크 업체 중 유니콘 기업은 단 한 곳에 불과한 만큼 더 큰 도약을 위해 우리의 강점을 토대로 부족한 부분을 찾아 보완해 나가야 하며, 제도 시행 1년이 되는 내년 3월까지 총 100건의 혁신금융서비스가 탄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핀테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 핀테크 시장이 지금보다 더 확대될 경우 여러 잠재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경제전문가는 “향후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핀테크 도입이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사이버 리스크, 제3기관 리스크 등의 발생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핀테크 기업들은 공시행위 강화, 투자자 보호체계 마련 등과 관련한 자율규제안을 제시해 투명성을 강화하고 시장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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