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제주도 지인(知人)의 별장에서였다. 주인이 아침 청소를 시작했다. 손님 입장에서, 속된 말로 이보다 ‘뻘쭘’할 수는 없다. 가만히 있기 송구스러웠던 그도 쓸고 닦았다. 후두둑. 주책맞은 놈, 땀이다. “어 근데! 이거 운동되네∼”<중략>청소 노하우도 쌓여갔다. 청소기를 밀기 전에는 쓰레기부터 주웠다. 필터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거울은 물걸레 다음 마른 걸레로 닦았다. 얼룩을 지워야 하기 때문이다. 걸레질 도중에는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준다. 왜? 해보면 다 안다.<중략>청소하면서 세상 문리도 터졌다. 있던 흠인지, 단순 얼룩인지, 기름때인지 한눈에 척 알게 됐다. ‘그것이 대단한 거냐’ 싶겠지만 천만에 말씀. 처치법이 다 다르다. 먼지 쌓인 곳을 새로 찾아내면 신대륙 발견의 기쁨이 따로 없다. 청소는 덤도 줬다.

주부의 가사노동이 어떤 것이고, 청결의 진정한 미가 뭔지 알게 된 것이다.박정규 청와대 민정수석이 들려주는 ‘청소예찬’이다. <청소하다가…>라는 산문집까지 냈으니 청소광이라 할 만하다. 게다가 산문집까지 집필할 정도니 수준급의 문장력을 지니고있다. 한마디로 ‘글쟁이 청소부’인 것.이 때문인지 그에게 요구되는 것들이 많다고 한다. ‘큰 청소’를 하라는 것이다. 청와대와 우리 사회 곳곳을 청소하는 마음으로 일하라는 이야기다. 청와대와 한국 사회가 깨끗해지고 건강해지면 청소예찬은 청소철학으로 격상될 것이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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