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공장 폐쇄 초강수 vs 직원 복지 중단 사측 상생

[사진 출처 =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홈페이지 사진]
[사진 출처 =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홈페이지 사진]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 칼바람이 불었다. 그중에서도 한국지엠과 쌍용자동차는 오랜 기간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 회사의 노조가 다른 행보를 선택해 눈길을 끈다. 한국지엠은 사측과 극한 대립구도로 파업에 나서는 반면 쌍용차 노조는 직원 복지 중단을 감행하고도 사측과 함께 회사 경영난 극복 의지를 다졌다. 

한국지엠, 자극적 파업 行 “자사 차 불매운동까지 고려” 

쌍용차, 노사 화합으로 경영난 극복 의지 다져

지난 24일 한국지엠 노조는 한국지엠 부평공장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은 노조의 욕심이 아닌 차별적인 경영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노조는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올해 임협 단체교섭 요구안을 놓고 사측과 대립 중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이미 지난 20일부터 부분 파업을 진행 중이었다. 20일 생산직 조합원은 4시간 부분 파업을, 23일부터 24일까지는 간부 전체가 8시간 전면 파업에 들어가는 등 사측을 압박했다. 또한, 노조는 자기 회사를 상대로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한국지엠 노조가 이리 격양된 이유는 무엇일까. 

노조 측은 5년간 한국지엠의 누적적자가 5조 원에 달했다며 사측과의 올해 입금교섭에서 임금인상은 물론 성과급 및 격려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고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적적자 때문에 임금인상할 여력이 없다던 회사는 올해 초 팀장급 이상 직원 760여 명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 1인당 지급한 성과급 액수는 1700만 원으로 알려졌다.

기본급도 1.8%나 올랐다. 노조 측은 지난해에도 팀장급은 1500만 원의 성과급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회사는 경영적자가 8000억 원이라며 경영난 때문에 허덕이는 소리를 냈지만 뒤로는 팀장급 이상 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며 차별을 했다고 배신감을 드러냈다. 

제2의 군산공장 사태 우려 

또한 2022년 이후 부평2공장의 생산 계획이 없다고 사측이 밝히면서 노조의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3000여 명의 직원은 희망퇴직을 하게 됐다. 이에 노조는 제 2의 군산공장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거기다 한국지엠이 국내 공장의 몸집은 줄이고 수입차 비중은 늘리는 방향으로 간다고 하면서 노조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노조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종을 늘려야 하는데 수입에 의존하는 것은 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태로운 것이라며 사측이 각 공장이 발전방안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않기 때문에 파업이 계속된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군산공장 철수 방안을 발표하면서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했다. 국내 완성차 3위 자리를 쌍용자동차에 내주기도 했다. 올해는 판매부진이 더 악화되면서 5위로 주저앉았다. 한국지엠은 올 8월까지 누적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내수가 17.2% 감소해 4만8763대, 수출은 3.6% 감소하면서 27만7540대를 기록했다.

이에 한국지엠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 수입차 증대를 계획했다. 현재 한국지엠은 미국에서 생산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수입해 출시했다. 앞서 논란이 됐던 한국지엠의 자사차 불매운동 목록 중에는 수입해 출시한 ‘콜로라도’와 ‘트래버스’도 있다. 

사측은 두 차량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종은 아니지만 수입한 차가 판매량이 증대한다면 한국지엠의 매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현대와 기아차에는 픽업트럭 모델이 없어 GM의 픽업트럭 ‘콜로라도’는 좋은 기회를 줄 발판이었다. 트래버스 또한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수입 SUV 1위 포드의 익스플로러의 라이벌로 손꼽히기도 했다. 사측은 현재의 적자를 메울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회사의 미래를 위한 설계라는 입장이다.

실제 자동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콜로라도 시승기를 검색하면 ‘어딜 가도 나타나는 존재감’, ‘돈만 있으면 사고 싶다’ 등 긍정적인 평가의 글이 눈에 띈다. 콜로라도와 트래버스의 장점이 소비자를 끌어 모은다면 한국에서 생산하는 모델도 같이 판매가 증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걸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GM본사가 한국에 대한 신뢰가 쌓여 한국에서 생산하는 모델을 확대 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노조의 자사 불매운동은 몰락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의 반응 또한 제살 깎아먹는 식의 파업이라며 싸늘했다. 사측은 “신차 출시로 판매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매운동은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이런 반응 때문인지 지난 24일 한국지엠 노조는 인천 부평공장 기자회견을 통해 “수입차 불매운동은 구성원 동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당장의 불매운동은 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쌍용차 노조 ‘자발적 희생’ 

반면 쌍용차 노조는 한국지엠 노조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희생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쌍용차 역시 실적부진에 놓인 상황이다. 최근 10분기 연속 적자로 지난해에는 642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는 흑자전환을 목표로 했지만 769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적자폭이 더 컸던 것이다. 원인을 두고 신차 연구개발비와 판매비용 증가 등이 적자 배경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노사 관계는 한국지엠과 사뭇 달랐다. 갈등 대신 위기를 함께 극복하려는 길을 택한 것이다.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던 쌍용차는 지난 20일 자발적으로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직원 복지 중단을 선언하는 등 구체적인 합의안을 내놨다. 노사합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근속 25년 이상 사무직 대상 안식년제 시행 ▲장기근속자 포상 중단 ▲의료비 및 학자금 지원 축소 등 22개 항목은 모두 복지를 중단하거나 축소가 중심인 내용이었다. 노조가 스스로의 복지를 포기하고 회사를 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쌍용차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한국지엠이 불매운동 입장을 고수하다 한발 물러서면서 앞으로 노사 갈등이 원만히 해결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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