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DLF소송에 서초동은 물론 국회도 칼 가는 중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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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금융권이 초긴장 상태다. 해외 금리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를 둘러싼 불완전판매 논란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시중은행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이 본격화되고 있다.

앞서 100여 명의 피해자로 구성된 대책위원회가 꾸려졌으며 이들은 향후 고소 고발이나 항의 방문 등 공동행동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국회 또한 이번 사태를 잔뜩 벼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올해 국정감사 때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해당 은행의 실무 임원 등을 불러 DLF사태를 집중 추궁키로 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상품은 이미 만기가 도래했고 나머지 상품도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추가적인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가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하반기 금융권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첫 소송 진행 중...피해 상황 심각, 법원 판결도 피해자 우선 전망
 국감서 사태 책임 추궁 이어질 듯...실무 담당 임원 증인 채택 가닥


금융소비자원은 법무법인 로고스와 손잡고 이른 시일 내로 은행을 상대로 한 공동소송을 제기한다. 법무법인 한누리도 금융감독원 분쟁 조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누리는 이에 앞서 40여 명 피해자에 대한 금감원 피해 분쟁조정 대행 절차에 착수했다.

금융소비자원은 우선 투자자 4∼5명을 1차 소송 제기자 명단에 올리고, 서류 등 소송 근거를 더 취합한 후 다른 투자자를 추가할 계획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첫 명단에 올라가는 투자자들은 상식적으로 전혀 고위험투자를 하지 않을 사람들로 구성돼 불완전판매가 명확하다"며 "관련 서류나 해피콜 녹취가 없더라도 소송 근거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전문수 로고스 변호사도 "연금수입으로 사는 60대 투자자가 향후 수입원이 `일정하거나 늘어날 것`이라고 체크돼 있거나 거래 경험이 예·적금뿐인데 파생상품 투자 경험이 있다고 적혀있는 등 서류가 조작된 사례가 많았다"며 "이는 안정형인 투자자들이 공격투자형으로 둔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도 DLS·DLF 사태에 대해 은행을 형사 고발을 했다. 공대위는 김앤장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또 다른 피해자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도 발족했다. 가칭 DLS 피해자대책위원회는 약 100명으로 구성돼 고소 고발이나 항의 방문 등 공동행동을 벌이며 DLS 피해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20일 DLS 피해자들은 서울 중구 서울역 회의실에서 `우리·하나은행 DLS 피해자 대책위원회`를 열고 발족식을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는 피해자 약 20명이 참석해 DLS 대책안을 토의하고 운영 방향 등을 논의하면서 철벽 방어에 나선 은행 측과 투자자 간 소송전이 불가피해졌다.

‘은행장 구하기’ 나선 은행들

오는 30일부터 10월 20일까지 진행되는 국정감사에서도 ‘DLS·DLF 쇼크’ 논란의 중심이 된 발행사(증권사)와 판매사(은행·보험사)에 책임을 묻는 질책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정무위원들은 “DLF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 하나은행의 관련 실무 임원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며 최고경영자(CEO)를 출석시켜야 한다는 의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각각 다음 달 4일과 8일 국감을 여는 건 잠정 확정했다. 우리은행과 KEB 하나은행의 DLF 관련 임원들은 금감원 국감 때 출석하게 된다. DLF를 팔지 않은 신한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인사들은 증인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국정감사를 앞두고 주요 시중은행들이 ‘은행장 구하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에 해외 금리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를 둘러싼 불완전판매 논란이 커지면서 은행장이 증인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하면 은행장 연임이나 은행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은행 대관 부서들은 은행장이 국감 증인 명단에 포함되지 않도록 물밑 작전이 한창이라 한다. 의원 면담 요청을 위해 의원실에 연이어 전화를 걸고, 각종 명분으로 화환을 보내면서 ‘은행장이 상품 판매를 직접 결재하지 않았다’는 논리로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지난해 채용 비리나 대출금리 조작 논란으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줄소환이 예상됐지만, 실무진 중심으로 증언을 듣고 법정 절차에 들어간 안건을 빼기로 하면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이 증인 명단에서 빠져 ‘은행 대관의 승리’라는 평가가 돌았는데, 다만 올해는 ‘은행장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스템 개선 시급한 상태

한편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DLS와 DLF 판매잔액은 총 8224억 원 수준이다. 지난 19일 우리은행에서 처음 도래한 134억 원 규모의 DLF 만기 손실률은 60.1%다.

회사별 판매규모는 우리은행(4012억 원), 하나은행(3876억 원), 국민은행(262억 원), 유안타증권(50억 원), 미래에셋대우증권(13억 원), NH증권(11억 원) 순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DLS·DLF 손실이 이번 한 번으로 그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금융투자사의 판매 중심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계속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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