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 가속도 낸다는데 임상 실험은 ‘6명’?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혈액, 땀, 침과 같은 간단한 분비물로 치매를 판별해낼 수 있다는 치매 조기진단키트가 도마에 올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6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경상대학교 연구팀이 치매를 손쉽게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진단키트를 개발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현재 이 사업의 원천기술은 민간 기업으로 이전돼 올해 말 제품화를 목표로 하며, 연구진은 추후 상용화 역시 가속도를 내 추진하겠단 방침이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현재로서는 상용화할 단계는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형국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2일 경상대학교 김명옥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혈액, 땀, 침과 같은 간단한 분비물로 치매를 판별해낼 수 있다는 치매 조기진단키트 연구 내용이 ‘사이언티픽 레포츠’에 게재됐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해당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등을 통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51억 원을 지원받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2일 경상대학교 김명옥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혈액, 땀, 침과 같은 간단한 분비물로 치매를 판별해낼 수 있다는 치매 조기진단키트 연구 내용이 ‘사이언티픽 레포츠’에 게재됐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해당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등을 통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51억 원을 지원받는다.

- 의료계 관계자들, “혈액 한 방울로 치매 진단 상용화 단계는 아냐”
- “과기정통부 보도자료, 검증·인허가 과정 내용 담겨 있지 않아” 


많은 이들이 치매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가 겪는 기억력 감퇴, 언어능력과 시공간파악능력의 저하 등의 증상은 ‘자신의 모든 기억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공포로 다가온다. 아직까지 뚜렷하게 알려진 치료 방법이 없다는 현실도 공포심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경상대학교 연구팀이 혈액, 땀, 침과 같은 간단한 분비물을 시료로 해 초기 잠복상태의 치매까지 판별해 내는 새로운 개념의 조기진단키트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이 같은 연구진의 연구 성과가 국제 저널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레포츠(Scientific Reports)’에 지난 12일 온라인 게재됐다고 전했다.

경상대학교 연구는 과기정통부의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간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로 설정돼 있으며, 총 5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연구는 현재 단계 평가를 거쳐 2단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키트는 한 방울 정도의 혈액에 포함된 생체지표(바이오마커)를 잡아낸다. 이후 각 지표의 발색 정도에 따라 치매 초기부터 말기까지를 진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이번 연구에서는 각 개인별 맞춤 진단이 가능하도록 마이크로RNA 8종 및 항체 13종, 총 21종의 생체지표(바이오 마커)를 개발해 치매 진단의 정확도를 높였다고 덧붙였다.

연구, 국민 세금 ‘51억’ 들어가

연구진은 이전까지 치매 여부 진단에 통상 실시돼 온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나 인지능력검사 등이 치매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 식별이 가능했던 것과 달리 조기진단키트는 ‘피 한 방울’로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치매를 진단해 치매 예방 및 치료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정상 쥐 및 치매유발 쥐의 혈장에서 각종 염증 관련 항원 및 알츠하이머 질병 관련 항원의 발현 양상을 비교해 생체지표를 선별했다. 이후 신경과 전문의의 진단을 거친 6명의 70대 이상 여성(정상 1명, 경도인지장애 2명, 중증 알츠하이머성 치매 3명)을 대상으로 조기진단키트를 사용해 보니 기존 진단과 같은 결과가 나와 해당 키트의 실용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상용화의 가능성은 높을 수 있으나 현재까지 논문이나 보도를 통해 알려진 임상 결과가 없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 연구는 70대 이상 여성 여섯 명을 대상으로 혈액 실험을 했다고 하는데, 통상적으로 임상 상용화를 하려면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치매 진단에 쓰이고 있는 PET의 경우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 과정을 거치는 등 임상 검증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 역시 “다른 여러 바이오마커 연구들도 있는데, 통상적인 개발 과정에 비해 (이 연구의 진행 속도가) 빠른 건 맞다”며 “생체지표가 의미를 가지려면 기본적으로 적정한 인간 표본에서 진단 정확도에 대한 검증 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기정통부 보도자료에는 개발 과정은 있지만 검증 과정이나 인허가 과정을 뒷받침하는 연구 관련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보도자료는 “연구를 통해 개발된 치매 조기진단키트가 민간 기업에 이전돼 올해 말 제품화를 목표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실용화와 상용화가 보다 더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이 연구 논문의 교신저자인 김명옥 경상대학교 교수는 이보다 앞선 지난해 7월 2일 경상대학교 BNIT R&D센터에서 ㈜피토스와 기술이전협약 체결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교수는 “치매 조기진단 키트는 임상진행이 치료제보다 빠르게 진행돼 상용화는 3년 이내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기술이 상용화할 경우 시장성은 연 1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상용화까지 1년 남짓이 남은 셈이다.

‘임상 실험 적다’ 지적에 “기술 다 밝힐 수 없다”

보도자료에 올해 말 제품화가 예정돼 있다는 부분을 거론하며 ‘제품화’와 ‘상용화’가 같은 개념인지 묻자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 분야 관련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기진단키트가 ‘핫’한 시점이고, 관련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지금 김 교수의 연구가 색다른 면이 있고, 성과가 있는 건 확실하나 당장 혈액 한 방울로 (치매를) 진단하는 게 상용화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답했다.

또 “보도자료에서 표현하는 ‘제품화’와 ‘상용화’는 다른 뉘앙스인 것 같다”며 “제품화 목표는 기업에서 조기진단키트를 시제품이나 진단 키트로 만들어 본다는 말이지, 시장에 내놓고 상용화한다는 건 아닌 걸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보통 이런 진단용 키트는 제품화가 먼저 된다”면서 “제품이 있어야 이에 대한 임상 실험을 통해 이 제품이 제대로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이 맞는지 검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품화가 곧 사람에게 쓸 수 있다는 뜻(상용화)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교수는 “지난해 7월 기술 이전할 때도 3년 내에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론 보도가 다 됐다”며 “제품화에 상용화가 포함되고, 어느 하나 뗄 수 없는 (관계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용화의 최종 목적이 제품화이고 제품화를 하기 위해선 상용화를 거쳐야 한다”면서 “‘A는 A다’ 또는 ‘B는 B다’라고 할 수 없고 다 묶여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관해 관계자는 “상용화라는 건 만들어 판다는 얘긴데 완전히 다르다”며 “이 실험실에서 나온 연구 상태가 다른 사람들의 혈액을 뽑아 검증했을 때도 똑같은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러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실제로 회사에서 여러 곳에서 실험해 보는 등 지난한 검증 과정을 거친 다음에 만들어 시판할 수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부연했다.

보도자료에서 “올해 말 제품화”, “실용화·상용화 속도낼 것” 등의 표현이 과장된 것 아니냐고 지적하니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연구자가 ‘이런 성과가 나왔다’고 보도자료 초안을 준다”며 “기본적으로 연구자가 제공한 내용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국희 과기정통부 대변인 역시 “연구자의 의지가 담긴 표현”이라고 일축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임상 실험 결과가 부족해 상용화가 이른 시간 내 이뤄지기 어렵지 않느냐’고 묻자 김 교수는 “(현재 알려진 임상 결과는) 논문에 불과하고, 거기에 우리 기술을 다 밝히면 안 된다”면서 “기술 이전한 회사와 우리 사이에 비밀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임상) 다 하고 있다. 아주 일부분이 나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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