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안 하려면 조국 지켜야 한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유시민(60)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조국(54)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전투장에 선수로 나섰다. 유 이사장은 검찰이 조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사실과 관련,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검사로서 정도를 벗어났고 본인은 몰라도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야당 측은 “곡학아세의 협잡꾼”이라고 비판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유 이사장은 앞서 조 장관과 그의 가족이 휩싸인 논란이 불거질 당시에도 그를 비호하는 발언을 해 이목을 끌었다. 유 이사장이 ‘조국 지키기’ 선봉에 선 까닭은 무엇일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시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시스]

- 유시민 “정경심 PC 반출, 증거인멸 아닌 증거보전” 조국 호위무사 자처
- 국회의원·보건복지부 장관·작가 등 ‘화려’…조국 지켜내 ‘야인’ 생활 지속?


여의도에서 조국(54) 법무부장관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 장관은 지난달 9일 개각을 통해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부터 그와 가족이 휩싸인 논란이 불거져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가 지난달 26일 임명을 강행하면서 조 장관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지만, 법무부장관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논란을 낳고 있다.

조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임명 이후 오히려 수사의 고삐를 단단히 그러쥐는 모양새다. 검찰은 조 장관의 임명 직후인 지난달 27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등 의혹에 연관된 장소를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그 뒤 ‘웅동학원 의혹’과 관련해 지난 26일 조 장관의 동생 등을 불러 조사했고,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조 장관의 딸과 아들을 대상으로 각각 두 차례와 한 차례 비공개 소환 조사를 진행하는 등 관련자들을 줄소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모펀드’ 등 여러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역시 곧 소환될 것이라 보고 있다. 

조 장관 수사의 화룡정점은 ‘자택 압수수색’이었다. 검찰은 23일 조 장관의 자택을 상대로 11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진행해 조 장관 가족 의혹에 연루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각종 서류 및 자료 등을 확보했다. 

유시민, “윤석열 정치 검찰” ‘조국 지키기’ 선두에…왜?

이와 관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연일 조 장관을 감싸는 발언을 해 이목을 끌고 있다. 유 이사장은 지난 24일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 시즌2’(이하 알릴레오) 첫방송에서 검찰이 조만간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고 “국정농단 수사보다 더 많은 인력으로 압수수색까지 했는데, (정 교수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 최초 판단이 잘못된 것이고 그러면 (검찰) 특수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검찰이 조 장관 의혹을 특수부에 배당하고 많은 수의 검찰 인력이 투입된 것, 자택 등 조 장관 각종 의혹과 관련된 장소들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한 점 등이 ‘과잉 수사’의 소지가 있다는 풀이다.

정 교수의 영장 발부 여부에 관해 유 이사장은 “정상적 국가에선 (구속영장) 발부 확률이 0%인데 (우리 법원은) 50%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유 이사장은 정 교수의 영장이 기각될 경우 ‘책임을 져야 하는’ 인물로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을 거론했다. 한 검사는 윤 총장과 대형 특수수사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로, ‘윤석열 군단’의 한 명으로 꼽힌다. 윤 총장과 가까운 한 검사를 압박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을 진두지휘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서도 ‘정치 검찰’이라며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유 이사장은 “(윤 검찰총장을) 검사다운 검사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사의 정도를 벗어나 정치에 뛰어들었다”며 “살아있는 권력은 법무부장관만이 아니라 윤 총장도 어마어마한 권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다르게 정 교수에게는 ‘약자’라고 표현하며 두둔했다. 그는 “검찰이 피의사실을 흘리고, 여론 재판을 하고 대국민 심리전을 하는 와중에 시민 정경심은 약자”라고 옹호했다.

이에 대해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제 유시민이 군사정권 차지철 뺨치게 생겼다. 급하긴 급한가 보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없고 더불어민주당 화력은 시원찮으니 여권 2인자를 자처하며 최전방에서 돌격전을 지휘하는 형국”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유시민은 검찰이 말을 듣지 않자 법원을 겁박하고 나섰다. 정경심 영장 발부하지 말라고 아예 판사들 협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유 작가가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측은해지기까지 하다”며 “세상이 아무리 시끄럽고 혼란스러워도 제발 정신줄은 단단히 붙들고 살자”고 일갈했다.

유 이사장은 정 교수의 ‘PC 무단 반출’ 의혹에 대해서도 거들었다. 앞서 정 교수는 검찰 압수수색 전 자신의 대학 연구실에서 데스크톱 PC와 서류 등을 증권사 직원과 함께 반출했다. 검찰이 되돌려줄 것을 요구해 현재는 반납한 상태다.

이를 두고 유 이사장은 같은 방송에서 “검찰이 압수수색해서 장난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정 교수가) 동양대 (연구실) 컴퓨터, 집 컴퓨터를 복제하려고 반출한 것”이라며 “그래야 나중에 검찰이 엉뚱한 것을 하면 증명할 수 있다. 당연히 복제를 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증거 인멸이 아닌 증거 보전에 가깝다는 의미다.

유 이사장의 ‘검찰 장난질’ 발언에 법조계에서도 성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조 경력 20여 년에 피의자가 증거를 반출한 것을 두고 증거인멸용이 아니고 증거보존용이었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며 “현란한 말재주라고 환호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논리적이지도, 지성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그냥 아무 의미 없는 억지를 피우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즈음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며 “수사 주체가 증거를 조작할 것이란 아무런 근거도 없이, 피의자가 미리 그리 예단하고 증거를 빼돌린다는 말은 말문을 막아버린다”라고 밝혔다.

조국 법무부장관 [뉴시스]
조국 법무부장관 [뉴시스]

‘진보 대권주자’ 安·金·李 타격…“조국은 지킨다” 

유 이사장은 ‘조국 사태’ 때마다 논란성 발언으로 조 장관의 호위무사 역할을 했다. 앞서 유 이사장은 지난달 29일 검찰의 전방위 압수수색에 대해 “충정은 이해하나 아주 부적절하고 심각한 오버”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쯤에서 네가 안 물러나면 가족이 다쳐’라는 신호를 줬다”며 “이게 맥락인데 저질 스릴러로 국면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샀다.

이러한 유 이사장의 강경 발언에 더불어민주당은 거리를 두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검찰 압수수색 관련 유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묻자 “우리 당원도 아닌 유 작가 이야기를 마치 여당의 입장인 것처럼 치환해서 자꾸 그렇게 물어보시면”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을) 유력한 스피커, 우리를 도와주는 스피커라고 볼 수 있지만 적어도 여당의 입장을 반영하는 발언들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유 이사장의 무리한 ‘조 장관 적극 방어’에 관해서는 정계 복귀를 위한 몸풀기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보다 조 장관을 지켜내 ‘임명직·선출직 공무원 제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이 유 이사장의 속내로 읽힌다.

유 이사장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16~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참여정부 시기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았다. 2013년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러 방송 매체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고 있다.

유 이사장은 ‘정치 안 한다’, ‘임명직·선출직 공무원은 하지 않는다’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지만 의원과 장관직을 모두 지낸 정치 전력과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대권 주자’로 분류되고 있다. 

또한 진보 진영 대권 주자로 거론됐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논란에 휩싸여 타격을 입은 상황을 고려한다면 진보 진영에서 유 이사장에게 러브콜을 보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 전 충남도지사는 여비서 성폭력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김 경남도지사는 ‘드루킹 논란’으로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고 있다.
이 경기도지사는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지난 6일 항소심에서 일부 유죄 판단으로 벌금 300만 원형을 언도받았다.

이 가운데 조 장관마저 타격을 입는다면 유 이사장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진보 진영의 ‘정치 권유’가 쇄도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유 이사장이 ‘정치 안 한다’는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조 장관을 적극 엄호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 장관 역시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이지만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 주자, 나아가 대권 주자로까지 언급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조 장관은 이번 논란으로 연일 보도가 쏟아지면서 인지도 상승과 지지층 결집의 효과를 봤다. 박지원 무소속 의원은 조 장관이 내년 총선에 부산 지역에 출마하고, 당선된다면 대선 후보까지 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유 이사장이 조 장관을 지켜내 야인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정치권에 돌아오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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