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는 없다’ 건강 유해식품 긴급진단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최근 국민 건강 피해가 우려되는 사건들이 다수 적발됐다. 정부는 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으로 의심되는 중증 폐 질환 사례 및 사망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며, 정부도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를 두고 유해성 확인에 나섰다. 필요에 따라 판매금지까지 고려한다며 초강수를 뒀고, 액상형 전자담배 기업 두 곳을 상대로 국정감사 증인 채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보건당국은 국민 144만여 명이 복용하는 라니티딘 원료의약품(7종)과 이를 사용한 완제의약품(269품목)에도 인체발암 추정물질이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잠정적으로 제조·수입·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하고, 처방을 제한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이들은 ‘대한민국에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는 것 같다’며 불안에 떠는 분위기다. <편집자 주> 
 

美액상형 전자담배에 THC‧대마초 성분 검출…국내는?
 

[뉴시스]
[뉴시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지난 20일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 금연정책전문위원회(위원장 문창진)」의 심의를 거쳐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등 관련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중증 폐질환 및 사망사례 발생 및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금지에 따른 조치다. 
보건복지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중증 폐 질환과의 인과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며, 호흡기계 이상증상(기침,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이 있는 경우에는 즉시 병‧의원을 방문하라고 안내했다.

정부, “필요 따라 판매금지 고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 정보’와 ‘건강보험 자료(병‧의원 진료자료)’를 연계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중증 폐질환과의 연관성 확인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소비자보호원에 보고된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부작용 사례 확인·검토도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관계부처·전문가로 구성된 ‘상황 대응반’을 운영하면서, 필요에 따라 판매금지 등 강력한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에 가장 핵심이 되는 ‘THC’와 ‘비타민E아세테이트’ 성분 분석도 실시할 계획이다. THC(tetrahydrocannabinol)는 대마초 성분 중 환각을 일으키는 주성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와 함께 액상형 전자담배의 인체 유해성 연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THC와 비타민E아세테이트 성분 분석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체 유해성 연구는 질병관리본부가 각각 실시할 계획이다.

법적 근거 마련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담배제품(담배, 흡연전용기구 등)에 따른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통해 청소년 흡연 유발 등 공중보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 제품 회수, 판매 금지 등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조치에 나서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가향물질 첨가 금지 법안’ ‘담배 유해성분 제출 및 공개 의무화 법안’ 등 담배 유해성을 관리할 수 있는 법안 통과를 위한 계획도 덧붙였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등의 사용이 증가하는 만큼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국내 유사사례 발생 관련 모니터링을 통해 필요에 따라 추가대책을 마련하고, 국회에 계류중인 관련 법안이 정기국회 내에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반사이익, 정부꼼수…들끓는 잡음

미국에서 전자담배 제품 판매 금지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제품인 쥴(JUUL)의 기업 쥴랩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케빈 번스는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 언론은 담배기업 필립모리스와 알트리아그룹의 합병 협상도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쥴이 국내에도 수입되는 만큼 피해를 면치는 못하는 분위기다. 쥴랩스코리아는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품의 품질과 사용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만큼,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 대마초 추출 화학 성분, 비타민 E 화합물 등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사 중인 당국의 노력을 지지하며, 이를 통한 원인이 규명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발표에 따라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도 불안감을 떨칠 수는 없는 분위기다. 지난 5월 케이티앤지(KT&G)도 쥴을 대적할 제품으로 ‘릴베이퍼(lil vapor)’와 일회용 액상형 전자담배 ‘시드올인원(SiiD All-IN-ONE)’을 출시한 바 있다. 이에 우재준 쥴랩스코리아 상무와 김정후 KT&G 개발실장은 나란히 복건복지부의 국정감사(10월 4일) 증인으로 채택됐다.
KT&G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이번 쥴 사태로 KT&G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관측하는 분위기다.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무너지고 기존 일반 연초와 궐련형 전자담배 소비층이 한층 두터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KT&G는 액상형 전자담배 외에도 일반 궐련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각각 62%, 35%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점에서 리스크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정부의 발표가 증세를 위한 명분으로 악용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담배 관세 현황 및 세율 수준의 적정성 검토 계획’에 과세형평성이 문제 될 경우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율을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김도환 한국전자담배협회 회장은 언론에 “정부가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으며, 증세를 위한 명분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을 궤멸시키려는 움직임으로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산업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고 호소했다.


144만 명 복용약서 발암물질 검출.…269 품목 잠정 판매 중지
 

[뉴시스]
[뉴시스]

위궤양치료제나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를 복용 중인 이들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 이하 식약처)는 지난 26일 국내 유통 중인 라니티딘 원료의약품(7종)과 이를 사용한 완제의약품(269품목) 전체에 대해 잠정적으로 제조·수입·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하고, 처방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위궤양치료제나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을 수거·검사한 결과,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NDMA는 WHO 국제 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인체발암 추정물질(2A)로 분류돼 있다. 이 같은 발표에 따라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연일 ‘라니티딘’이 실시간 검색어로 떠오르는 등 화제 됐다.

NDMA 잠정관리기준 초과

식약처가 판매 중지에 나선 라니티딘는 위산과다, 속쓰림, 위·십이지장궤양, 역류성식도염, 졸링거-엘리슨증후군(위산 과다 분비로 발생하는 난치성 소화성 궤양) 등 치료약에 사용하는 성분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14일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에서 NDMA가 미량 검출됐다는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발표에 따라, 국내 수입되거나 국내 제조돼 유통되는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을 수거해 검사에 나섰다. 그 결과 국내 유통 중인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 7종에서 NDMA가 잠정관리기준(0.16ppm)을 초과 검출됐다. 해당 7종 모두 검출됐으나 제조단위별로 검출되지 않거나 최대 53.50ppm까지 검출되는 등 편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회사 원료인데도 NDMA 검출량에 차이를 보인 데 따라 식약처는 제조공정이나 보관과정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해외에서 제조번호별 검출·불검출의 결과가 혼재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NDMA가 검출되는 원인은 라니티딘에 포함된 ‘아질산염’과 ‘디메틸아민기’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체적으로 분해‧결합하여 생성되거나, 제조과정 중 아질산염이 비의도적으로 혼입돼 생성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FDA는 라니티딘 의약품 전반에 걸쳐 NDMA 생성원인 등 관련 조사 중이며, 유럽 일부 국가는 NDMA 초과 검출 제품을 회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국민 비판 여론 거세

라니티딘 원료의약품은 11종(제조소 기준)이 등록돼 있으며, 그 중 7종의 원료(제조1, 수입6)가 유통 중이다. 국내에서 허가한 라니티딘 성분 완제의약품은 156개사의 395품목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실제 유통 중인 라니티딘 성분 완제의약품은 269품목(133개사), 그 중 전문의약품은 175품목(113개사)이며, 일반의약품은 94품목(73개사) 등이다.

국내에서 라니티딘 성분 완제의약품 생산·수입에 따른 실적은 적지 않은 큰 규모다. 지난해 기준 269품목 실적은 약 2700억 원에 달했으며, 이 중 전문의약품인 175품목은 약 2440억 원인 90%가량으로 집계됐다.

복용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접한 국민들은 불안에 떠는 분위기다. 해당하는 의약품이 한 두 품목이 아닌데다가, 그마저도 국민들이 자의적으로 제조사와 품목을 처방받을 수 없는 이유에서다. A씨는 “위장장애 문제로 라니티딘을 10여 년 넘게 복용하고 있는데, 암 가족력도 없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항암 중”이라며 해당 의약품과의 연관성을 의심했다. B씨는 “병원 측에서도 복용 중인 환자에 개별적으로 연락해 상황을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직접 강남 세브란스병원에 연락하니 별도의 지시가 없었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방할 때는 언제고 복용중지하라는 말만 하는지,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C씨는 위장장애 등의 이유가 아니더라도 라니티닌을 복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C씨는 “병원 처방에 따라 감기약이나 항생제를 복용할 때도 위장약은 베이스로 들어 가있는 것이 아니느냐”며 “위가 좋지 않은 사람뿐 만 아니라 다른 질병으로 약을 복용해 온 이들도 라니티닌을 복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환불·교환...본인부담금 면제

식약처는 사전예방 조치를 강화하고, 문제에 따른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원료의약품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라니티딘과 같이 예기치 않게 불순물 NDMA가 검출될 수 있는 성분을 조사해 목록화 하고, NDMA 발생가능성이 높은 순서를 선정해 해당 성분을 사용한 원료를 수거·검사하는 등 사전예방 조치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위해가능성 있는 물질에 대한 안전 관리기준 설정, 해외제조소 등록제 시행, 위해의약품 생산 등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 부과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문제의약품을 처방받은 이들이 본인부담금 없이 재처방·재조제시 1회 한해 본인부담금을 면제하는 등의 조치에 나섰다. 의사 처방없이 약국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도 약국을 방문해 교환 또는 환불할 수 있도록 했다. 식약처는 “처방받은 병·의원을 방문해 해당 의약품 포함여부 문의 및 위궤양치료제 추가 복용 필요성 여부를 의료진과 상담하길 바란다”며 “복용이 필요한 경우 문제의약품에 한해 병·의원에서 재처방 받아 약국 재조제가 가능하다”고 권고했다.
 

개 구충제 ‘펜벤다졸’이 암 치료제?...식약처, “절대 금지”

[유튜브 영상 일부]
[유튜브 영상 일부]

해외에서 펜벤다졸 성분의 개 구충제를 먹고 말기 암을 완치한 사연이 유튜브에 소개됐다. 이를 접한 이들은 해당 제품 사재기에 나섰고, 때 아닌 품절 사태를 불러 일으켰다. 이 같은 소식이 국내까지 확산하자 보건당국은 긴급 진화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강아지(동물용) 구충제의 주성분인 ‘펜벤다졸’은 사람을 대상으로 효능·효과를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물질인 만큼 암 환자는 펜벤다졸을 절대로 복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항암제와 같은 의약품은 사람을 대상으로 엄격히 관리되는 임상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안전성과 효과를 증명해야만 식약처가 허가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환자대상의 펜벤다졸 관련 연구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어 “유튜브의 논문 내용은 인체가 아닌 세포 대상의 실험 연구여서 사람에게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은 만큼, 의약물 복용시에는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